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기강판공장.[사진=포스코홀딩스]
포스코 광양제철소 전기강판공장.[사진=포스코홀딩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철강업계가 전방산업의 부진에 따른 수요 감소로 인해 실적이 뒷걸음질 친 가운데, 2024년 역시 회복하기까지는 상당 시간 소요될 것으로 분석돼 고부가제품 및 신사업에 더욱 속도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친환경·에너지 중심으로 틈새시장 개척이 실적 개선 전환점이 될지 이목이 쏠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대한상공회의소가 내놓은 2024년 산업 기상 전망에서 철강산업은 ‘흐림’으로 예보됐다. 건설업 등 전방산업 부진에 저렴한 수입 철강재까지 확대되면서 어려운 시기를 겪을 수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2024년 국내 철강 예상수요 역시 5340만톤으로 올해 5300만톤과 비교해 0.1% 성장에 그칠 것이라는 전망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이에 증권가에서는 철강회사들의 올해 실적에 대해 부정적인 의견이 팽배하다. 포스코홀딩스의 올해 영업이익은 4조3803억원으로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인해 포항제철소 침수 피해로 대폭 감소했던 영업이익 4조8500억원을 밑돌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현대제철도 올해 영업이익 1조2834억원으로 거둬 지난해 연간 영업이익 1조6164억원에 미치지 못할 것이라는 전망이 대다수다.

이 같은 부진이 새해에도 이어질 것으로 보여 철강업계 역시 실적 개선을 위해 고심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먼저 중국의 수출 기조와 중국 내 경기 회복이 글로벌 철강 업황 회복의 열쇠지만 이를 기대하기 쉽지 않은 상황이다. 당초 업계는 올초 중국 리오프닝으로 인해 반등할 것으로 예측했지만 중국 부동산 시장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역풍을 맞았다. 

특히 2024년에도 철강을 주로 사용하는 건설, 자동차, 조선, 가전업계 중 건설과 가전업계 불황이 지속될 것으로 예상되는 점도 불안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 잇단 악재로 부진···내년 전망도 ‘흐림’ 예보

여기에 조선업계와의 후판 협상도 결론을 내리지 못하면서 철강회사들로서는 난감한 상황이다. 지난해 협상은 12월 말 마무리됐지만 올해는 중국·일본 등 저가 수입산 후판 수입이 증가하면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해를 넘기게 됐다.

상반기 1톤당 100만원에 근접했으나 하반기 협상에서 90만원대 중반까지 언급될 뿐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

특히 선박용 후판 협상을 앞두고 저가 수입산 철강재가 대안으로 떠오르면서 철강회사들에게는 악재로 작용하고 있다. 올해 1월부터 11월까지 중국산 후판 수입량은 110만톤을 넘어서 전년동기 대비 71% 증가했다. 이에 철강사들이 요구하는 원재료 가격 인상분 반영은 받아들여지지 않고 있다.

이 때문에 철강업계는 2024년 높아지는 탄소중립 요구에 부합하는 고부가가치 철강재 생산을 비롯해 신사업 전략을 통해 돌파구 마련에 나설 것으로 보인다.

먼저 유럽연합 탄소국경조정제도(CBAM) 적용이 코앞으로 다가오면서 업계도 대응책 마련에 분주한 상황이다. 포스코는 신설 전기로 가동을 앞두고 있고 현대제철은 고로와 전기로를 혼합해 제품을 생산하는 등 효율성 확보를 적극 추진 중이다.

이뿐만 아니라 철강업계는 새로운 성장동력 창출을 위한 신사업 개척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설 것으로 전망된다. 특히 친환경·에너지 등 미래 고부가가치 사업 투자를 확대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최근 해상풍력과 수소, 해상플랜트 등 에너지 철강 분야가 대안으로 급부상하고 있다. 이는 건설 분야로 대표되는 중국산 철강제와 경쟁을 피하고 기술력이 필요한 만큼 국내 철강업계에서는 충분한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

특수강을 생산하고 있는 세아그룹의 경우 에너지 산업용 강관 제품을 비롯해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등에 도전장을 내밀고 있다. 세아제강지주는 지난달 말 UE 최대 국영석유회사 아드녹과 20만톤 규모의 API 송유관 공급계약을 체결하는 등 입지를 넓히고 있다.

여기에 세아그룹은 국내 최대 수소 전시회인 ‘H2MEET’에 계열사 7곳이 총출동하며 신재생에너지 사업에 대한 의지를 드러내고 있다.

포스코는 탄소중립 마스터 브랜드 ‘그리닛’을 선보이며 친환경 철강 기술 선점에 나서고 있다. 또 친환경 에너지용 강재 브랜드 ‘그린어블’을 통해 태양광, 수소저장용기 등 에너지용 강재 공급을 늘리고 있다.

더욱이 포스코는 지주사인 포스코홀딩스를 주축으로 이차전지 등 비철강사업 투자도 대폭 늘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사진=연합뉴스]

◇ 유럽 CBAM 적용 전환점···中 제치고 공략

현대제철은 제품 포트폴리오 조정을 통해 철강 생산량의 55%를 차지하는 후판사업을 줄이고 해상풍력용 철강재 등 공급망 확보에 주력하고 있다.

또 오는 2025년 2분기에는 3세대 강판 생산에 돌입하고 강관사업 경쟁력 강화를 위해 자회사 ‘현대스틸파이프’를 신설하기도 했다. 

동국제강은 올해 지주사 체제로 전환하고 사업회사인 동국제강, 동국씨엠 각자의 경쟁력 확보를 추진 중이다. 특히 컬러강판 선두주자인 동국씨엠은 제품 고급화를 통해 실적 개선을 주도해 지난 3분기 영업이익을 전년 동기 대비 80% 이상 끌어올렸다.

이 외에도 업계는 동남아 시장 공략을 강화해 해당 시장 선점을 추진 중이다.

포스코는 오는 2027년까지 35억달러(약 4조6900억원)을 투자해 인도네시아 크라카타우 포스코 제철소에 제2고로와 냉연 공장을 지을 계획이다. 현대제철도 인도네시아에서 LNG생산 해양플랜트용 강재 수주에 적극 나서고 있고 동국제강 역시 동남아 시장 확대를 통해 컬러강판 사업 매출 목표를 2조원까지 확대했다.

한 업계 관계자는 “중국의 저가 철강 공세의 배경엔 석탄 연료를 기반으로 하는 저렴한 생산체계가 있다”면서 “세계 철강업계가 친환경 흐름에 올라탄 지금 중국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유럽 시장 진출을 확대할 기회”라고 언급했다.

이유진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유럽과 아시아에서 친환경 철강에 대한 수요는 가파르게 증가할 것으로 예상되고 중국의 철강 소비 산업 비중은 변화할 것”이라며 “친환경 철강이 대두하게 되면 중국 업체들의 전기로 변환이나 설비 스크랩이 필연적이기 때문에 중국의 공급과잉이 줄어들 가능성이 높아진다”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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