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3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3분기 부진한 성적표를 받았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최은지 기자] 엔데믹 이후 보복 소비 시기가 지나고, 고물가 기조가 이어지면서 뷰티업계의 분위기가 전반적으로 침체됐다. 통상적으로 화장품은 사치품에 속해 불황형 소비에서 배제되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올 한해는 프리미엄보다 가성비 좋은 화장품을 찾는 수요가 늘었다. 대기업인 아모레퍼시픽과 LG생활건강이 다소 우울한 성적표를 받아들었고, 중소 브랜드는 ‘가성비’라는 특성에 힘입어 성장세를 보였다. 

◇아모레퍼시픽·LG생활건강 3분기 실적 하락세

14일 뷰티업계에 따르면, 아모레퍼시픽은 올 3분기 매출이 96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5.7% 감소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88억원으로 12.7% 줄었다. 

LG생활건강의 상황도 비슷하다. LG생활건강의 3분기 매출은 1조 7462억원으로 전년동기 대비 6.6% 줄었고,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32.4% 감소한 1285억원이다.  

이 같은 실적에는 큰 구매력을 보유한 중국 시장의 K뷰티 수요 감소세가 영향을 미쳤다. 실제 양 사의 중국 매출 비중은 상당하다. 아모레퍼시픽의 전체 매출 중 중국 시장 규모는 12.1% 수준이고, LG생활건강의 중국 매출 비중은 8%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미주와 일본, EMEA(유럽·중동) 등 해외 시장에서 매출이 성장했지만, 면세·글로벌 이커머스·중국 시장에서 매출이 회복되지 못해 그룹 전체 매출이 줄었다”고 설명했다.

LG생활건강도 영업이익 감소 배경에 대해 중국 경기 둔화로 인한 뷰티 수익성 하락이 영향을 있었다고 자평했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뷰티 사업 부문에서 소비 심리 위축 등의 영향으로 면세 및 중국 매출이 두 자릿수 감소했다”고 말했다.

서울의 한 화장품 전시장을 찾은 외국인들이 제품을 테스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서울의 한 화장품 전시장을 찾은 외국인들이 제품을 테스트하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성장하는 북미, 반응 보이는 일본  

다만 눈에 띄는 성과도 있었다. 먼저 아모레퍼시픽그룹은 미국과 캐나다 등 미주 지역에서 호실적을 냈다. 아모레퍼시픽의 미주지역 매출은 707억원으로 35% 성장했다.

특히 라네즈는 멕시코 세포라에 론칭하며 중남미 시장 진출을 위한 교두보를 마련했다. 유럽·중동 지역에서도 라네즈가 유럽 주요 도시(파리, 런던 등)을 중심으로 '워터뱅크' 캠페인을 진행하면서 인지도를 높이면서 매출이 41% 증가했다.

일본에서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현지화 기준 전체 매출이 30% 이상 성장한 것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에뛰드, 이니스프리, 라네즈에 이어 지난 9월 자사 브랜드 에스트라와 헤라를 일본 시장에 진출시킨 바 있다. 

여기에 코스알엑스의 최대 주주 및 특수 관계인이 보유한 잔여 지분 28만 8000주를 7551억원에 인수하는 변화도 꾀했다. 코스알엑스는 북미, 동남아, 유럽, 일본 등 140여개 국가에 진출해 해외 매출이 전체의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LG생활건강의 경우, 북미 매출이 1481억원으로 중국(1373억원)을 뛰어넘는 변화가 있었다. 중국 매출이 28.9%, 일본이 9.5% 감소하는 동안 북미 매출은 4.2% 늘었다. 그간 북미 시장 공략을 위한 투자가 빛을 냈다는 평가다.

이와 함께 LG생활건강은 럭셔리 브랜드 ‘더후 천기단’을 리뉴얼하고 글로벌 론칭 행사를 개최하며 인지도 제고에 나섰고, 색조 브랜드 힌스를 보유한 비바웨이브 지분 인수 계약 체결 소식도 전했다. 일본 뷰티 시장에서 높은 인지도를 갖고 있는 힌스는 지난 2019년 첫 선을 보인 색조 화장품 브랜드로 본연의 아름다움을 강조하는 국내 최초의 감성과 무드 컨셉이 특징이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스킨케어 영역에서 이미 확고한 입지를 다진 LG생활건강은 색조 시장 확대에 대비한 힌스 인수로 다양한 색조 신제품을 출시하고, 한국과 일본 외에도 아시아, 북미 사업 기회를 함께 모색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서울 시내 올리브영 매장에서 고객들이 화장품과 향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서울 시내 올리브영 매장에서 고객들이 화장품과 향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중소 브랜드, ‘가성비’로 소비자 마음 잡았다

중소 뷰티 브랜드는 가성비로 소비자의 관심을 얻었다. 먼저 토니모리는 3분기 영업이익 24억원을 기록하며 전년 동기 대비 3배(196.8%) 가까운 성과를 이뤄냈다. 특히 자회사인 화장품 OEM·ODM기업 메가코스가 K-뷰티 흥행으로 제조 의뢰의 증가에 따라 역대 최대 분기 매출인 122억원을 달성했다. 

미샤를 운영하는 에이블씨엔씨도 영업이익 13억원을 기록해 전년 동기(6억원) 대비 실적이 2배 이상 늘었다. 같은 기간 매출은 653억원으로 11.4% 증가했다. 특히 에이블씨엔씨는 미샤 등 자사 브랜드에 대한 글로벌 마케팅 캠페인을 대대적으로 전개하며 광고비 등에 전년 동기 대비 2.6배 이상 투자했음에도 흑자 유지에 성공했다. 공격적인 투자가 자사 브랜드 가치 상승에 기여했다는 게 사 측의 설명이다. 

이 외에도 클리오는 영업이익이 105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128.8%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액은 848억원으로 24.8% 늘었고, 당기순이익은 97억원으로 200.6% 증가했다. 

이러한 성장세는 화장품 OEM(주문자상표부착생산)·ODM(제조자개발방식) 양대산맥 한국콜마와 코스맥스의 실적 호조로 이어지기도 했다. 생산시설을 갖추지 못한 중소 브랜드의 주문과 기존 고객사들의 수요가 늘어난 영향이다. 

한국콜마는 3분기 연결 기준 매출이 전년 동기 대비 9% 성장한 5164억원, 영업이익은 71.5% 증가한 310억원을 기록했다. 국내 사업으로만 살펴보면, 매출은 6% 성장한 1861억원, 영업이익은 26% 증가한 131억원을 올렸다. 한국콜마는 “중국 단체 관광 재개로 인디 브랜드 수요 및 주문이 늘어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코스맥스의 경우, 3분기 연결 기준 영업이익이 333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68.7% 증가했다. 같은 기간 매출은 4583억원으로 15.5% 성장했고 순이익은 109억원으로 60.8% 늘었다. 리오프닝 효과 유지에 따라 내수 시장이 호조를 보이고, 일본 내 K색조 인기로 매출이 성장했다는 분석이다. 

한 뷰티업계 관계자는 “중저가 브랜드의 경우, 내국인과 해외 관광객 수요가 더해지면서 올리브영과 같은 H&B 채널을 중심으로 실적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며 “불황 속에서 소비자들이 ‘꼭 필요한 구매’만 하려고 하는 만큼, 가격 대비 성능이 좋은 화장품의 수요는 계속해서 늘어날 것”이라고 전망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