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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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종현 기자] 지난해 태풍 힌남노의 피해로 4분기 실적이 곤두박질 쳤던 철강업계가 올해 조업 정상화를 통해 팬매량이 회복되며 활기를 되찾았지만 건설업 등 전방산업 수요 부진이 지속되면서 지금은 낮아진 판가와 높아진 원가로 인해 이중고를 이어가고 있다. 올해 실적 역시 지난해보다 더 낮아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되면서 글로벌 경기 부진의 직격탄을 맞았다.

12일 증권가 등에 따르면 국내 대표 철강사인 포스코의 올해 예상 매출 및 영업이익은 각각 38조9100억원, 2조7770억원으로 전망돼 지난해 실적에도 미지치 못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다. 포스코는 지난해 태풍 힌남노로 인해 조업이 중단되는 초유의 사태를 맞았지만 영업이익은 3조원을 넘어섰다.

이는 현대제철도 비슷한 양상이다. 현대차증권은 최근 현대제철의 4분기 별도 매출액이 5조3760억원, 영업이익 1930억원으로 흑자 전환할 것으로 내다봤다. 다만 업황 부진으로 인해 실적 악화는 2024년 1분기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설명을 내놨다.

박현욱 현대차증권 연구원은 현대제철에 대해 “지난 3분기부터 부진한 실적이 이어지고 있지만 2024년 2분기부터는 중국의 철강 업황이 호전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수요가 큰 폭으로 늘어날 전망”이라며 “올해 4분기와 2024년 1분기의 예상되는 부진한 실적은 이미 주가에 상당 부문 반영됐다”고 설명했다.

동국제강의 3분기 실적도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하면 매출은 14.9% 줄고 영업이익 6.7% 감소하며 4분기 역시 부진이 예상된다.

◇ 3분기 들어 하향세 가속화···연간 실적 뒷걸음질

이처럼 철강업계가 실적 하락세를 이어가는 데는 글로벌 경기 부진과 더불어 국내 건설 경기 부진이 한몫하고 있다. 건설업계는 철강사들의 주요 수입원 역할을 톡톡히 해왔지만 수요 부진이 이어지면서 그 여파가 고스란히 철강재 판매가격과 연결되고 있다.

실제 일각에서는 현재 주요 철강회사들을 중심으로 사실상 과잉 공급 수준이라는 평가를 내릴 정도다.

여기에 중국 내수 경기 부진이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 중국은 세계 최대 철강 소비국으로서 내수 소비가 이뤄지지 않으면서 값싼 중국산 철강제가 글로벌 시장을 흔들고 있다.

특히 중국 정부는 올해 하반기 들어 부동산 경기 회복을 위해 수많은 관련 부양책을 내놓고 있지만 결실을 맺지 못하고 있다. 결국 값싼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 시장에 대거 유입되면서 국내 철강업계를 위협하고 있는 수준이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 10월까지 중국산 철강재가 국내 수입시장에서 차지한 비율은 56%로 전년 동기 대비 31.2% 급증했다. 올 상반기 국내 철강 시장에서 중국산 비중은 11.1%를 기록해 직전 년도 동기 대비 2.9%포인트 상승한 수치다.

여기에 중국산보다 높은 품질을 자랑하는 일본산마저 엔저 현상 영향으로 가격 경쟁력을 회복하면서 국내 수입 물량 역시 늘리고 있다. 

철강업계의 어려움은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수요 부진으로 판가가 낮아졌지만 원재료 가격을 비롯해 생산원가가 급증하고 있는 것도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원재료인 철광석과 원료탄 가격은 급등했고 전기로에 주로 사용되는 전기요금도 4분기 들어 대용량 산업용에 대해 인상을 결정하면서 원가 급증의 주요 원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한국자원정보서비스(코미스)에 따르면 지난 8일 기준 철광석 현물 가격은 톤당 137.40달러까지 치솟았다. 이는 지난 5월 24일 97.35달러 대비 41.14% 상승한 수치다. 원료탄 가격도 지난 5월말 기준 톤당 224달러에서 지난 7일 335달러까지 급등했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국내 유수의 철강기업들이 제품 경쟁력을 높이기보다 담합 등 시장 지배력을 이용한 측면이 있다”면서 “최근 중국과 일본산 제품이 유독 저렴해진 이유도 있지만 근본적으로 국내 제품이 가격 품질 경쟁력에서 밀리고 있다”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물론 한 업계 관계자는 “수요가 부진한 상황에서 원자재값이 오르고 있어 철강업계 차원에서 원가 관리 조업, 고부가 제품 개발 및 판매 확대 등으로 대응하고 있다”면서도 “공급과잉으로 판가 하락을 피할 수는 없어 실적개선이 부진한 상황에 내몰리고 있다”고 어려움을 토로했다.

◇담합 등 시장지배력 후유증···가격 경쟁력 밀려나

이처럼 철강업계가 어려움을 겪고 있지만 시장 주도권마저 수요처에게 내준 모양새가 연출되고 있어 향후 어려움이 지속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실제 철강업계와 조선업계는 통상 선박용 후판 가격을 두고 상·하반기 협상을 벌이고 있지만 올해는 철강업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소폭 인하하는 방향에 무게가 실리고 있다.

상반기 납품가격은 톤당 100만원이었지만 올 하반기 후반 공급가는 톤당 97만~98만원 선에서 결정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더욱이 조선업계는 최근 인건비와 자제비 상승을 이유로 가격 인하를 강력하게 요구하고 있다. 특히 중국산 후판은 국내 제품보다 약 20% 저렴해 수입산 철강재를 확대할 수 있다며 엄포를 놓고 있다.

이에 대해 한 업계 관계자는 “지금처럼 수요 산업이 부진해 공급이 넘치는 상황이 연출되면 진정 되기만을 지켜보는 수밖에 없다”면서 “철강사들도 고부가 가치 철강재를 비롯해 틈새 시장을 개척하기 위해 노력을 기울이고 있지만 주요 품목에서 주도권을 확보하지 못하고 있어 실적 부진을 피하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최근 대한상공회의소가 발표한 ‘2024년 산업기상도 전망 조사해서 철강은 ’흐림(업황 어려움)진단을 받았을 정도로 2024년 상반기까지 실적 악화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또 다른 관계자는 “중국 등 글로벌 철강 시장의 수요가 회복될 때까지 비철강 사업의 이익을 늘려 한파를 견뎌내는 전략을 취할 수밖에 없다”면서 “최근 주요 철강사들이 연구·개발(R&D) 비용을 늘리며 탄소 저감 철강재 및 고부가 제품 개발을 서두르는 이유”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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