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현대자동차 울산공장 수출선적부두 옆 야적장에 완성차들이 대기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노해리 기자] 국내 완성차사는 현대자동차‧기아를 중심으로 한 역대급 호실적에 모처럼 기를 편 한 해를 보냈다. 지난해까지만 해도 차량용 반도체 수급난으로 인해 신차 출고가 적체되는 등 내수 판매량이 140만대 아래로 추락하는 수모를 겪는 불안한 시기였다. 그러나 올해 반도체 수급난이 완화되고 본격적인 엔데믹 시대 전환으로 수출길이 넓어지면서 국내 대표 수출품목인 반도체마저 제치고 수출 1위 전망이 나오는 등 내수, 수출, 생산 모두 약진하는 한 해가 됐다.


최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에 따르면 올 한해 내수 판매량은 174만대로 지난해(138만대)보다 21% 높은 판매량을 보였다. 생산량은 400만대를 넘어설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특히 국내 완성차사의 맏형급인 현대차의 약진이 두드러졌다. 그랜저 등 일부 모델의 선전이 한몫했다.

◇내수 1~10위 현대차·기아 싹쓸이···생산·수출량도 역대급

5일 현대차에 따르면 그랜저는 올해 1~11월 내수 시장에서 10만4652대 판매됐다. 지난 2년 사이 그랜저 외 10만대를 넘겨 판매한 모델은 전무할 만큼 역사적인 기록이다. 그랜저는 올해 풀체인지 단행 효과에 기존 모델 신뢰도와 더불어 호평받은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그랜저 외에도 올해 1~11월 내수 판매 2위부터 5위까지 △현대차 포터(9만1622대) △기아 쏘렌토(7만7743대) △기아 카니발(6만4552대) △기아 스포티지(6만4010대), 이밖에 △현대차 아반떼(6만222대) △기아 봉고(5만9104대) △기아 셀토스(4만7079대) △기아 레이(4만6676대) △현대차 싼타페(4만3661대) 순으로 1위부터 10위까지 모두 현대차‧기아가 차지했다.

수출에서도 현대차·기아의 수성이다. 올해는 7년 만에 합산 수출 200만대를 돌파할 전망이다. 

코로나19 이후 빠르게 회복한 국내 생산은 곧장 수출 상승세로 이어졌다. 지난 10일 한국자동차모빌리티산업협회(KAMA) 통계에 따르면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1∼10월 각각 94만5062대, 86만7136대를 수출해, 지난 5일 각각 ‘300억달러 수출탑’과 ‘200억달러 수출탑’을 수상했다.

2016년 이후 해외공장 생산이 늘면서 수출량은 200만대 아래에서 머물렀지만, 코로나19 이후 국내 생산량이 빠르게 회복하면서 7년 만에 200만대 돌파를 눈앞에 두게 됐다.

두 브랜드 외에 눈에 띄는 곳은 한국GM이다. 한국GM의 수출량은 지난해 1~10월 18만5000대에서 올해 같은 기간 33만7000대로 82.3% 급증했다. 소형 SUV 트레일블레이저와 트랙스 크로스오버를 필두로 수출에 집중한 전략 덕분이다. 북미 수출을 늘린 전략도 호재로 작용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자동차가 반도체를 제치고 2025년 수출액 1위 품목에 오를 거란 전망도 나온다. 11일 산업통상자원부에 따르면 올해 11월까지 자동차와 자동차부품 수출금액은 838억달러(110조5900억원), 수출 1위 품목인 반도체(853억달러)와 수출 금액 차이는 15억달러 정도다.

업계 관계자는 “완성차 수출단가와 수출 물량이 동시에 증가하면 자동차와 부품 수출액은 반도체를 제치고 1위에 오를 수 있다”며 “2025년부터 새로운 공장들이 가동되기 시작하면서 수출 금액 확대에 가속도가 붙을 것”이라고 진단했다.

한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한 지하주차장 전기차 충전 모습. [사진=연합뉴스]

◇하반기 전기차 둔화는 예상 못한 ‘변수’로

그러나 하반기 들어 판매량이 뚝 떨어진 전기차 둔화 현상은 이례적이다. 보조금 확대와 각종 할인 등 고육지책에도 고물가, 고금리로 인한 고가 전기차의 판매 부진은 막을 수 없었다.

최근 카이즈유데이터연구소에 따르면 올해 10~11월 전기 승용신규 등록 대수는 2만5499대로 집계됐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 2만8766대보다 11% 줄어든 수치다.

600만원을 할인한 현대자동차 아이오닉5와 아이오닉6의 경우 지난달 판매량이 각각 1723대, 6138로 전년 같은 달보다 10.3%, 84.2% 감소했다. 소형차도 부진을 면하지 못했다. 약 700만원 할인판매 중인 니로EV 역시 26.4% 줄어든 368대에 그쳤다.

전기차 판매 둔화엔 여전히 적은 충전 인프라, 화재 위험성, 내연기관에 비해 너무 높은 가격 등이 주 원인으로 지적된다.

이런 상황에서 하이브리드 모델이 차선으로 떠오르는 점도 올해의 특징이다. 내연기관차와 전기차의 장점을 접목해 경제성을 살린 모델로, 특히 다인 탑승‧장거리 여행이 잦아 연비운행이 필수인 소비자에게 각광받고 있다.

한편 올해엔 수 년간 자동차 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불린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이 성사되기도 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지난 10월 중고차 매집에서부터 상품화, 물류, 판매에 이르기까지 중고차사업 전과정에 걸쳐 자체 인프라를 마련하고 사업 출범을 알렸다. 현대차는 올해 두 달여가 남은 점을 감안해 2023년 판매목표를 5000대로 설정했으며, 내년부터 판매 규모를 점차 확대해 나갈 예정이다. 

업계 관계자는 “올 한해는 생산과, 내수, 수출에서 국내 5개사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둔 한해로, 기록적인 성장을 이뤘으며 대기업 중고차 시장 진출 등 다양한 이슈도 있었다”며 “내년엔 고유가, 물가폭등 등 악재로 업계 성장세를 단적으로 예측하기는 쉽지 않은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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