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연합뉴스, 그래프=KDI]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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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김영민 기자] 미국의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시행에 따른 공급망 재편으로 ‘환율 상승→수출 증가’로 이어지는 공식이 깨졌다.

과거 원자재를 수입해 완성품을 수출하는 방식에선 환율 상승에 따른 가격 경쟁력 우위를 점할 수 있었다.

하지만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등으로 글로벌 공급망 타격에 자국 내 생산시설 증설하는 움직임이 커지면서 더 이상 환율 상승의 반사이익을 노리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지난해부터 현재까지 1300원을 유지하고 있는 원‧달러 환율은 올해 1440원까지 치솟기도 했다.

최근 미 연방준비제도(Fed‧연준)의 정책금리 인상 종료 기대감에 1290원대까지 하락했지만, 최근 10년간 1145원 수준이었던 점에서 여전히 체감 환율은 높다.

올해 강달러 기조에도 국내 수출기업의 실적은 부진했다. 지난해 10월 이후 전년대비 수출 실적은 마이너스를 기록하기도 했다.

‘원화 약세→경쟁력 확보→수출 증가’의 공식은 옛말이 된 셈이다.

한국무역협회가 발표한 ‘최근 우리나라 수출영향 요인 분석’ 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수출에 미치는 환율의 영향력은 점차 줄어들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아닌 주요국 생산지수, 국제유가 변동이 주요 변수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이다.

특히 중국의 산업생산지수, 미국의 산업생산지수가 국제유가, 원‧달러 환율, 수입단가보다 크게 작용하기 시작했다.

글로벌 주요국의 산업고도화, 자립도 향상에 향후 환율 상승에 따른 수출기업의 실적개선을 기대할 수 없는 배경이다.

미국 연준이 물가‧고용지표를 강조하지만, IRA 시행에 따른 대규모 생산시설 증설로 예년 수준의 환율로 돌아가기 쉽지 않다. 생산 확대와 정부의 보조금 지원에 따른 경쟁력 확보로 수익률도 오른다.

학계에선 달러 가치 상승에 수출상대국의 물가와 상품의 상대적 가치를 비교한 ‘실질실효환율’을 강조하고 있다. 글로벌 환경이 바뀌면서 환율뿐 아닌 다양한 요소가 반영되고 있기 때문이다.

학계 관계자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으로 자본수익률이 높아지게 되면, 미국은 소비국이 아닌 생산국으로 자리를 잡게 되고, 수출시장에서 우리기업의 입지는 더욱 줄어들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제결제은행(BIS)에 따르면 원화의 실질실효환율은 2021년 8월 이후 100 이하를 밑돌고 있다. 100 이하는 교역 상대국 대비 자국 통화 저평가를 의미하며 실질실효환율이 하락은 통화의 구매력이 떨어졌음을 의미한다.

산업연구원도 지난해 발간한 ‘원화 환율의 수출 영향 감소와 시사점’ 보고서에도 “주요 산업의 수출에 대한 환율의 영향력을 2010년 이후 감소했다”고 진단했다. 실질실효환율 1% 하락이 2010년 이전엔 주요 산업 수출을 0.71% 증가시켰다면 2010년 이후 0.55% 증가에 그치면서다.

미국의 공급망 재편에 따른 적정환율의 기준 상승도 점쳐진다.

이와 관련, 학계 관계자는 “미국의 공급망 재편이 완료로 반도체‧모바일‧전기차 등 자국 내 생산이 확대되면 자본수익률이 오르면서 환율 인상을 부추길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정책금리에서 인플레이션 인상률을 뺀 실질 금리를 보면 미국과 우리나라는 2%대로 안정적”이라면서 “최근 원‧달러 환율이 안정화되는 이유는 다른 나라에 비해 실질금리 수준이 높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또 “다만 미국의 공급망 재편이 완료로 미국 내 생산이 확대되면, 자본수익률 증가로 미국으로 자본이 더욱 몰릴 수 있다”면서 “향후 현재의 환율 수준이 적정환율이 되는 날이 올 수도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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