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형석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사진=김형석 교수]
김형석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사진=김형석 교수]

[이뉴스투데이 김영민 기자] “외환 안정성 강화를 위해서는 단기적으로 외환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하고 장기적으로는 역내 아시아 통화기금(AMF) 조성을 통해 외환시장 투기적 성향을 완화해야 한다.”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거시경제이론 및 정책 연구실’에서 경제모델‧현상을 연구 중인 김형석 교수는 안정적인 외환관리 시스템 구축을  위해 이같이 제안했다.

원화 약세가 지속되는 원인으로 외국산 재화에 대한 수요 의존도를 꼽은 김 교수는 통화정책의 재점검을 촉구했다. 미국 달러화에 집중된 외환자산 포트폴리오가 글로벌 경제 위기 때마다 환율을 뒤흔들었기 때문이다.

국내 생산‧소비 수요의 한계로 인플레이션을 효과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한국은행의 통화정책에 대한 과감한 손질도 요구했다.

김 교수는 “미국이나 일본 등의 국가는 자국에서 생산‧소비를 통한 인프레이션을 헷지할 수 있지만 국내는 수입 재화에 대한 수요 의존도가 높다보니 통화정책이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면서 “환율 안정을 위해서는 다른 방식을 선택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이어 “최근 한국의 자본 수익율이 2%에 가깝게 수렴하고 있는데 실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인 유럽, 일본의 자본유입이 확대되도록 하는 유인책을 고려해 볼 필요가 있다”면서 “아시아 역내 금융 통화기금 설치를 적극적으로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아시아 역내 통화기금은 한‧중‧일 3국과 동남아국가연합 10개국이 외환위기와 글로벌 유동성 부족 사태에 공동으로 대처하기 위해 합의된 금융지원 장치다. 최근 아시아 개발은행 연차총회를 계기로 한중일 재무장관회의를 개최하고 역내 아시아 통화기금 실효성 강화가 논의됐다.

김 교수는 “아시아 역내 금융통화기금 설치로 외환 안정성이 강화되면 일본 등의 자본이 국내에 자유롭게 투자될 수 있는 환경을 만들 수 있고 환율 등락에서도 보다 자유로울 수 있다”면서 “현재는 한국 국채나 좀 사는 수준으로 실질적인 생산자본에 투자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최근 강달러 현상은 미국의 재정정책을 문제 삼았다. 코로나 팬데믹 확산에 현금성 지원정책을 마련했지만 회수는 염두에 두지 않아서다.

전 세계 기축통화인 달러가 풀리면서 인플레이션을 확산했고 경제성장률이 뒷받침된 미국의 실질 자본수익률만 올랐다. 다른 나라의 실질 자본수익률이 ‘0’ 또는 마이너스인 상황에서 미국의 수익률만 오르다 보니 자본이 몰리면서 환율이 올랐다.

김 교수는 “펜데믹으로 소비감소, 생산악화 등의 위기가 도래하자 미 정부가 국민에게 현금성 지원책을 마련하고 회수하는 방안은 고민하지 않았다”면서 “시장 유동성이 확대되면서 인플레이션을 불러왔고 미국의 실질 자본수익율이 오르면서 달러 가치가 커졌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미국의 실질자본 수익률은 2%P로 추산되고 있다”면서 “다른 나라는 0 또는 마이너스인데 반해 미국의 실질자본 수익률이 2%에 이르다보니 미국으로 자본이 유입되고 결국은 달러 강세로 이어지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김 교수는 현재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에서 경제학 조교수로 재직하고 있다. 한국은행 조사국 상임자문교수도 역임했다. 주된 연구 분야는 경기순환, 금융위기, 금융정책, 환경 거시경제학이다

김형석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사진=김영민 기자]
김형석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 [사진=김영민 기자]

다음은 김형석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교수와의 일문일답.

Q. 우리나라 외환관리의 문제점은

변동환율제도 하에서 자본의 자유로운 유·출입이 가능할 때, 통화정책은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

최근 연구에 의하면 실질환율 및 명목환율 모두 통화정책 충격과는 무관하게 환차익 또는 환차손을 통해 금융수익을 추구하는 외환시장 참여자의 투기적 성향에 따라 변동성이 크게 좌우되며, 환율의 균형경로가 사실상 ’임의보행(random walk)’이라는 예측 불가능한 확률경로를 따르고 있 있다.

가령 한은의 기준이자율이 실질 및 명목환율 변동성에 거의 영향을 주지 못하고 있는 셈이다.

Q. 국내 외환보유액은 IMF 기준에 충분한가

IMF 적정 보유고 기준 자체가 이론적 토대가 아닌, 다소 임시방편적인 기준이라고 할 수 있다. 굳이 경제학의 ‘예비적 저축(precautionary savings)’ 이론을 바탕으로 적정 보유고량을 추계하면 정답은 다다익선이다.

물론 여기서 말하는 적정보유고는 달러와 대체가능한 모든 안전 유동자산을 뜻한다. 달러, 금, 은, 유로화, 엔화 등을 모두 포함한다.

최근 환율불안은 실물경제의 문제다. 예를 들어 최근 미국의 실질 자본 수익율은 실질금리와 동일하다 볼 때, 2%로 추정되고 있다. 반면 대부분의 선진국의 실질 금리는 제로이거나 심지어 마이너스로 추산되고 있다. 미국의 자본 유입이 확대됨에 따라 원화가치는 하락할 수밖에 없다.

다만 최근 일본 및 유럽과는 달리 한국의 실질 금리는 2%에 가까운 상승이 추정되고 있다. 한국의 자본 수익율이 2%에 가깝다는 의미이므로 사실상 실질 금리가 제로이거나 마이너스인 유럽의 자본이 한국으로의 유입이 가능해져, 원화가치 하락의 실질적 요인은 완화되고 있다.

Q. 주요국의 외환관리는 어떻게

미국, 일본, 유럽 모두 기축통화 발권력을 가지고 있고, 또한 자국에서 생산된 재화에 대해 강한 ’자국산 편향성(home bias)’ 수요가 존재해 자국 위주의 통화정책 목표가 정책의 우선순위가 된다.

반면 한국은 기축통화국이 아니고 스웨덴과 더불어 ’자국에서 생산된 재화에 관한 가장 약한 자국산 편향성 수요를 가지고 있어(외국산 재화에 대한 수요의 의존도가 높아)’ 통화정책이 더욱 제약을 받게 된다.

Q. 외환 안정성 강화를 위한 방안은

변동환율제도하에서 자본의 자유로운 유출입이 가능할 때, 외환 안정성의 실질적 요인은 국내의 실질자본수익율 또는 실질 금리다.

한국의 자본 수익율이 2%에 가깝게 수렴하고 있다면 실질금리가 사실상 마이너스인 유럽, 일본의 자본유입이 확대되도록 하는 유인책을 고려해 볼 수 있다.

장기과제로 역내 통화 동맹을 목표로 하는 치앙마이 이니셔티브를 바탕으로 한 역내 아시아 통화 기금(AMF) 조성 문제를 일본과 진지하게 논의해야 할 시점이라고 생각한다. 논의가 지속적으로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 자체가 외환시장의 투기적 성향을 완화하는데 도움이 된다.

궁극적으로는 마이너스 금리 상태의 일본 자본이 국내에 자유롭게 투자될 수 있는 제도적 장치를 마련할 수 있다.

단기적으로는 한국은행의 단기유동성자산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할 필요가 있다.

주요국에 비해 상대적으로 금의 보유가 지나치게 낮은 데 러시아, 인도, 중국 등은 금의 보유를 지속적으로 높이고 있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금과 은의 거래세를 폐지해서 국내 총 (민간) 자산 포트폴리오가 유동성 자산 보유비율이 높아는 유도책도 방안이다.

Q. 국내 통화정책 방향성은

최근 한국의 실질금리가 미국의 실질금리의 2%가량 수렴하고 있는 만큼, 외환시장 불안을 이유로 명목기준이자율을 인상할 명분은 약하다.

국내 통화정책의 효과는 자국산 편향성을 가진 재화, 즉 국내에서 생산되고 소비되는 재화를 중심으로 제약적으로 작용하기 때문에, 수입재화 수요로 인한 인플레이션을 방어하기에는 한계가 있다.

‘합리적 자산버블(rational asset bubble)’ 이론에 의하면 실질금리가 2%에 가깝다면 기대버블자산가격 상승률도 2%에 전급한다. 다른 요인이 일정하다는 가정 하에서 중앙은행의 명목이자율 상승은 총수요를 축소하는 동시에 피셔(Fisher) 균형식(실질금리는 명목금리와 기대 인풀레이션율의 차이로 균형에서 결정된다는 이론)을 통해 실질금리가 상승하므로 오히려 버블자산가격 상승에 대한 기대를 높일 수 있다. 통화당국의 이자율 인상정책은 또 다른 상충관계를 형성할 수 있다.

통화당국이 디레버리징을 목표로 하는 거시건정성 정책에 방점을 두려한다면 가계의 한계소비성향(MPC) 지표를 추계할 필요가 있다. 한계소비성향이 전반적으로 높다면 단기적으로 차입을 통해서라도 높은 소비를 유지할 유인이 있으므로 거시건정성 목표, 디레버리징을 위해 명목기준이자율 인상 요인이 발생할 수 있다.

다만 거시건정성 정책의 정책파라미터인 한계소비성향(MPC) 지표는 일정할 수 없고, 경제의 자본집중화로 높은 한계소비성향 지표는 가계의 높은 파산 가능성을 불러온다.

완화적인 통화정책이 경제의 균형과 부합될 수 있다. 결론적으로 한은의 금리정책은 매우 신중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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