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무휴업일을 파악하지 못한 일본인 관광객 등 외국인들이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방문,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의무휴업일을 파악하지 못한 일본인 관광객 등 외국인들이 롯데마트 서울역점을 방문, 발걸음을 돌리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각종 규제에 가로막힌 대형마트가 탈출구 모색에 안간힘을 쓰고 있다. 하루가 다르게 성장하고 있는 온라인 쇼핑 시장과는 달리 침체를 겪고 있는 대형마트는 해외시장 진출 및 수익 안정성 개선 등 다양한 방법으로 변화를 시도 중이다. 그러나 여전히 국내 대형마트 규제 해소가 가장 시급하다고 지적한다.

23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형마트는 각종 규제 때문에 몸살을 앓고 있다. 

10년 넘게 발목을 잡아 오고, 여러 차례 폐지 및 개정 건의가 됐음에도 결론이 나지 않은 의무휴업 규제가 대표적이다. 서울시 상권조사 및 대구시 의무휴업일 변경 전후 비교 등을 통해 본래 목적인 소상공인 상생 및 전통시장 활성화에 효과가 없었다는 분석이 나왔음에도 정부 및 관련부처는 명확한 답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유독 대형마트에만 적용되는 온라인 배송 금지도 마찬가지다. 영업제한 시간이나 의무휴업일만이라도 온라인 배송을 허용해달라는 유통산업발전법 개정안이 발의돼 있지만 3년간 계류된 상태다.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소속 김성원 국민의힘 의원이 한국체인스토어협회에서 제출받은 대형마트 3사 물류센터 운영 현황 자료 분석 결과를 살펴보면 그나마 이마트만 그룹사의 온라인 쇼핑 플랫폼인 쓱닷컴을 통해 수도권 일부 지역에만 새벽배송 서비스를 시행 중이다. 롯데마트와 홈플러스는 이런 우회책도 녹록치 않다.

그나마 이마트도 경기 여주와 용인, 대구 등에 자체 물류센터가 있지만 소비자 배송 시스템이 없어 지방 소도시는 새벽배송 혜택에서 제외되고 있는 현실이다. 

정부와 대형마트·중소유통 업계는 대형마트 등의 영업 제한 시간이나 의무 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이 허용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키로 했다. 그러나 관련법안은 아직도 계류 중이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정부와 대형마트·중소유통 업계는 대형마트 등의 영업 제한 시간이나 의무 휴업일에도 온라인 배송이 허용될 수 있도록 공동 노력키로 했다. 그러나 관련법안은 아직도 계류 중이다. 서울 한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는 시민의 모습. [사진=연합뉴스]

경제계는 이런 규제가 디지털 시대에 역행한다고 지적한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정부가 하위법령을 개정하는 것보다 이미 계류 중인 규제혁신 법안을 먼저 입법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외에도 드론이나 로봇을 활용한 운송서비스를 법으로 허용할 수 있는 무인배송 법제화 및 명문장수기업 지정 대상 업종 폐지 등도 요구하고 있다.

심지어 전국이마트노동조합은 “노동자의 건강권을 위한 의무휴업은 지켜져야 하나 출점 규제, 야간배송 금지 등은 완화돼야 한다”며 대형마트의 야간·휴일 온라인 배송 제한을 풀어주는 내용의 유통산업발전법안 지지를 선언했다. 노조는 “그동안의 유통규제가 누구를, 무엇을 위한 것이었고 그 결과에 대해 정치권이 생각해봤으면 한다”고 호소했다.

야간배송 금지의 경우 이미 규제 당시 이해관계자로 분류되는 전국상인연합회, 한국수퍼마켓협동조합연합회 등 중소유통업계가 대형마트의 영업제한 시간대와 의무 휴업일에 온라인 배송을 허용하는 대신 물류 현대화, 공동마케팅 등 역량강화 지원을 받는 내용의 상생 협약에 서명했음에도 불구하고 정치권 공방 속에 정기국회 통과여부가 불투명하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가 좀처럼 힘을 쓰지 못하는 동안 온라인 쇼핑시장은 빠른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쿠팡을 비롯한 온라인 유통시장이 진짜 ‘공룡’이 되는 동안 오프라인 시장은 출구전략 마련에 여념이 없다. 말 그대로 기울어진 운동장”이라고 비판했다.

통계청 조사에 따르면 지난 7월 기준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은 18조9048억원인 반면 대형마트 판매액은 3조2225억원에 머물렀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도입된 2012년 당시엔 통계청이 온라인쇼핑몰 거래액을 따로 통계내지 않았을 정도다. 대형마트 규제가 계속되는 동안 전통시장이나 소상공인이 아닌, 온라인쇼핑몰만 이득을 봤다는 얘기도 과언이 아니다.

대형마트는 PB(자체 브랜드) 상품을 적극 개발하며 수익성 개선을 노렸지만, 현재 법령상 모든 PB 상품을 대형마트의 하도급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에 한계에 직면한다. 대규모유통업법상 대규모 유통업자인 대형마트는 거래상 우월적 지위, 즉 갑의 위치에 있기 때문에 PB 상품 납품업체에 상품 반품 및 판매 촉진 비용을 전가할 수 없다. 프로모션 및 마케팅 비용은 모두 대형마트가 부담해야하기 때문에 PB 상품을 더 저렴하게 공급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롯데쇼핑은 베트남에 쇼핑몰, 마트, 호텔, 아쿠아리움, 영화관 등 롯데그룹의 다양한 콘텐츠를 한 데 모은 초대형 상업 복합단지인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를 오픈했다. ]사진=롯데쇼핑]
롯데쇼핑은 베트남에 쇼핑몰, 마트, 호텔, 아쿠아리움, 영화관 등 롯데그룹의 다양한 콘텐츠를 한 데 모은 초대형 상업 복합단지인 롯데몰 웨스트레이크를 오픈했다. ]사진=롯데쇼핑]

국내 시장에서 한계를 느낀 대형마트는 해외시장을 탈출구로 보고 적극적으로 해외 시장을 개척하고 있다. 

이마트는 최근 몽골 수도 울란바토르에 4년 만에 신규 매장인 몽골 이마트 4호점을 개장했다. 신규 수요인 몽골인들을 흡수하고 한국산 제품 수출 증대에도 기여하겠다는 계획이다. 이마트 대표 PL 노브랜드를 앞세워 몽골 고객을 사로잡고 있다. 몽골 이마트 1~3호점에서 올해 7월까지 노브랜드 판매액은 전년 동기 대비 58% 성장했다. 한국에서와 마찬가지로 일상적 수요가 많은 먹거리와 용품들이 고객 호응을 얻고 있다. 이마트는 연내 베트남에도 베트남 이마트 3호점을 열 계획이다.

롯데쇼핑 역시 베트남 하노이 중심지인 서호 신도시 지역에 현지 최대 규모인 초대형 상업 복합단지인 ‘롯데몰 웨스트레이크 하노이’를 열고 아시아 시장 확대에 나섰다. 쇼핑몰 지하 1층에 영업면적 약 4300㎡(약 1300평) 규모로 롯데마트가 들어섰다. 롯데마트는 전체 면적 중 식료품 진열 비중을 90%까지 늘린 그로서리 혁신형 점포다.

홈플러스도 자체 브랜드(PB) 상품을 몽골 시장에 선보이며 현지 공략에 시동을 걸었다. 홈플러스는 몽골 현지 ‘서클(CIRCLE)’ 그룹이 운영하는 할인점을 통해 몽골 첫 수출을 시작했다. 홈플러스는 서클 그룹과 계약을 체결해 울란바토르 지역 ‘오르길’, ‘토우텐’ 14개 매장에서 PB 제품을 판매하며, 상품을 제조하는 중소 협력사들의 해외 진출 판로도 지원한다. 그로서리 상품과 생필품 품목 초기 실적을 바탕으로 2024년까지 냉장·냉동식품까지 범주를 넓혀 세계 소비 시장에서의 홈플러스 PB 인지도를 확장해 나갈 계획이다. 올해 1~8월 홈플러스 PB 매출은 지난해보다 두 자릿수 성장했다. 회사 측은 이런 PB 성장세가 세계화 전략에 도움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영업규제 외에도 출점규제까지 잇따라 국내 시장에서 대형마트는 성장은 둘째치고 생존이 문제인 수준까지 왔다”며 “해외시장 개척이 필수적”이라고 말했다. 이어 “유통산업에서 대형마트의 지위가 하락하면서 탈출구를 모색하고 있지만 여전히 과제가 많다. 정부가 나서 대형마트 규제를 완화하는 것이 가장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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