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통시장과 대형마트 상생을 목적으로 지난 2012년 도입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대한 다양한 의견이 나오고 있다. 10년이라는 시간이 지났지만 규제에 또 다른 규제를 낳으면서 빠르게 변화하고 있는 유통 및 소비 트렌드를 따라가지 못한다는 목소리가 더 크게 나오고 있다. 이에 이뉴스투데이는 10년이 지난 유통산업발전법, 그 중 대형마트에 대한 규제가 낳은 문제점 및 향후 과제에 대해 3회에 걸쳐 살펴본다. -편집자 주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정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왼쪽부터)]
전통시장 활성화를 위해 지정한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사진=이마트, 홈플러스, 롯데마트(왼쪽부터)]

[이뉴스투데이 김종효 기자] 대형마트 의무휴업제가 실시된 지 10년이 지났지만, 시행법의 목표와는 달리 온라인 시장만 커진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2012년 개정된 유통산업발전법에 따라 대형마트는 월 2회 휴업하고 있다. 당시 개정법으로 전통시장을 비롯한 골목상권 활성화를 기대했으나, 오히려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침체되는 효과만 낳았다는 분석이 나왔다.

최근 서울신용보증재단이 지난 2019년부터 지난해까지 4년 간 대형마트 의무휴업이 주변 상권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엔 주변 상권까지 타격을 입는 것으로 나타났다. 서울시 66개 대형마트의 일별 카드 매출액 및 이동통신사의 유동인구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서울에서 대형마트가 휴업하는 둘째, 넷째 일요일엔 대형마트 주변 상권에 위치한 생활밀접업종(외식업, 서비스업, 소매업 등) 매출액은 대형마트 영업일인 일요일 매출액 대비 1.7% 적었다. 

이동통신사 유동인구 데이터를 기반으로 주변 상권 유동인구를 분석한 결과도 대형마트 휴업 일요일엔 대형마트 영업 일요일 대비 0.9% 낮았다. 대형마트 휴업이 주변 상권 활성화에 오히려 악영향을 주고 있다는 것이다.

오히려 대형마트 의무휴업으로 반사 이익을 본 것은 온라인 쇼핑몰이었다. 온라인 유통업 매출은 대형마트가 영업하는 일요일보다 휴업하는 일요일에 13.3% 높게 나타났다. 대형마트 휴업 일요일 다음날에도 온라인 유통업 매출은 19.1% 높은 것으로 나타나, 대형마트 휴업으로 인한 이익을 보고 있는 것으로 분석됐다.

서울시의회 기획경제위원회 소속 김지향 국민의힘 의원이 의뢰해 서울연구원이 지난 2019년 7월부터 올해 6월까지 4년 간 카드 지출 데이터 분석 및 설문조사를 한 결과, 소비자들은 생필품 구매를 위한 목적보다 여가를 즐기기 위해 오프라인 마트를 이용하는 경향이 높았다. 대형마트가 휴업하면 전통시장을 포함한 주변 상권을 가는 대신 온라인 쇼핑몰을 이용하는 것은 이같은 소비 패턴 변화에서 원인을 찾을 수 있다.

조사를 의뢰한 김지향 의원은 “대형마트가 일자리를 제공하고 주변 상권에 영향이 큰 만큼 달라진 소비 패턴에 맞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와 전통시장 지원 정책 변화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실제 대구광역시는 달라진 소비 패턴에 따라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변경해 효과를 거뒀다. 대구시는 지난 2월부터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매달 둘째, 넷째 월요일로 바꿨다.

한국유통학회 산학 사무국장인 경기과학기술대 조춘한 교수가 대구시의 대형마트 의무휴업일 전환 시점인 지난 2월부터 8월까지 6개월 간 카드 결제 데이터를 바탕으로 소매업 매출액을 분석한 결과, 대형마트와 기업형 슈퍼마켓(SSM)을 제외한 슈퍼마켓, 음식점 등 주요 소매업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19.8% 늘어난 것으로 확인됐다. 

대구시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이 일요일인 부산, 경북, 경남 등의 같은 기간 소매업 매출액이 전년 동기 대비 각각 16.5%, 10.3%, 8.3% 증가한 것과 비교해 의무휴업일 규제 완화가 지역 상권 및 경제 활성화에 더 긍정적 효과가 있다는 것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무엇보다 전통시장이 활성화됐다. 올해 2월부터 8월까지 대구 전통시장의 둘째, 넷째 일요일 및 월요일 매출액은 전년 동기 대비 34.7% 늘어 전체 기간 증가율인 32.3%보다 더 높게 나타났다. 또 음식점과 편의점도 둘째, 넷째 일요일에 20% 이상 매출이 뛰었다.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은 이같은 분석 결과를 바탕으로 “과도하고 불필요한 규제 개선으로 지역 경제를 활성화하고 소비자 편익을 증진했다”고 말했다. 대구시민 600명에 대한 설문조사에서 87.5%가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을 평일로 전환한 것에 대해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대형마트 의무휴업일은 소비자의 선택권을 제한하고 규제에만 의존하는 시대착오적 발상”이라며 “무엇보다 원래 취지인 전통시장 살리기라는 목적도 달성하지 못하면서 사실상 실패한 규제라는 것이 드러났다. 상생을 목표로 했지만, 대형마트와 전통시장 모두 침체됐고, 새로운 유통공룡인 온라인 쇼핑몰의 덩치를 더 키워주는 결과만 가져왔다”고 비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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