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관에서’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집에서 75인치 UHD 화면으로 감상하는 시대가 됐지만 영화관이란 공간이 주는 특별한 경험까지 가져오지는 못한다. 좋은 영화를 제때 극장에서 즐길 수 있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주에 개봉하는 신작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진=영화 ‘탑’]
[사진=영화 ‘탑’]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언제부턴가 홍상수 영화를 떠올리면 여자배우가 먼저 생각난다. ‘당신얼굴 앞에서’와 ‘소설가의 영화’에서는 이혜영, ‘도망친 여자’와 ‘강변호텔’에서는 김민희가 그랬다. 반면에 한때는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의 효섭(김의성)이나 ‘생활의 발견’ 경수(김상경) 등 남배우를 떠올리던 영화도 있다.

오는 3일 개봉하는 28번째 영화 ‘탑’은 모처럼 병수(권해효)가 어떤 여자 등장인물보다 인상적인 영화다. 권해효는 2012년 ‘다른나라에’를 시작으로 연을 맺었고, 2017년 ‘그 후’에서는 포스터에 단독으로 등장한 적도 있다. 수차례 홍 감독 영화 안에서 늘 존재감을 발휘했지만 이번 영화 ‘탑’에서는 독보적인 씬스틸러가 됐다.

[사진=영화 ‘탑’]
[사진=영화 ‘탑’]

영화는 논현동 소재 한 건물 안을 배경으로 한다. 감독 병수(권해효)는 딸 정수(박미소)와 함께 인테리어 디자이너 해옥(이혜영)의 건물을 방문한다. 해옥은 둘을 데리고 가판을 계단을 오르며 4층 건물의 각 공간을 소개한다. 병수가 영화사 대표의 전화를 받고 잠시 자리를 비운 사이 해옥은 정수와 와인을 마시며 병수에 관해 이야기를 나눈다. 영화감독으로서 병수와 딸이 생각하는 병수 사이에는 간극이 있다.

영화 내내 인물들은 이 건물을 떠나지 못하고 한층 한층 올라가며 대화를 나눈다. 꼭대기에 올라갈수록 병수는 상황이 나빠지는 것처럼 보이고 동시에 그 시간과 구조가 중층적인 분위기를 자아낸다.

홍상수 감독은 “이미지 만큼이나 대화 또한 내게 중요하다”며 “대사가 가져오는 리듬감이나 유머, 또는 말의 전개 등을 생각할 때 시나리오 쓰는 것이 재미있다”고 말했다.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에 참석한 영화 ‘탑’ 멤버들. [사진=전원사]
스페인 산 세바스티안 영화제에 참석한 영화 ‘탑’ 멤버들. 왼쪽부터 권해효, 조윤희, 송선미, 김민희, 홍상수. [사진=SSIF]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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