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는 영화관에서’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집에서 75인치 UHD 화면으로 감상하는 시대가 됐지만 영화관이란 공간이 주는 특별한 경험까지 가져오지는 못한다. 좋은 영화를 제때 극장에서 즐길 수 있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주에 개봉하는 신작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사진=영화 ‘아마겟돈 타임’]
[사진=영화 ‘아마겟돈 타임’]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최근 ‘애드 아스트라’, ‘잃어버린 도시 Z’ 등을 연출했지만, 본래는 그가 나고 자란 도시 뉴욕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만들어왔다. 전작 ‘이민자’, ‘투 러버스’, ‘위 오운 더 나잇’, ‘더 야드’, ‘비열한 거리’ 등이 그러하다.

그가 이달 개봉하는 신작 ‘아마겟돈 타임’에서 다시 뉴욕으로 돌아왔다. 유대인 이민자였던 조부모부터 배관공 아들로 자라 엔지니어가 된 아버지와 학부모 활동을 열심히 했던 어머니, 공립학교를 다니다 사립학교로 전학을 갔던 기억, 친구에 대한 소중한 추억 등은 모두 감독 기억 속에 자리한 크고 작은 순간들로부터 시작됐다.

추억으로 소중하게 남아 있지만, 동시에 그저 아름답지만은 않았던 그 시절의 이야기는 이러하다. 자유로운 아티스트를 꿈꾸는 폴(뱅크스 레페타)에게 아빠(제레미 스트롱)와 엄마(앤 해서웨이)는 너무 엄격하다. 꿈 이야기를 진지하게 들어주는 사람은 친구 같은 할아버지(안소니 홉킨스)뿐이다. 학교에서는 단짝 친구 죠니(제일린 웹)만이 마음을 알아주는데, 어른들은 죠니가 흑인이라는 이유로 거리를 두라고 한다. 폴은 죠니와 답답한 뉴욕을 떠나 플로리다행을 계획한다.

[사진=영화 ‘아마겟돈 타임’]
[사진=영화 ‘아마겟돈 타임’]

제임스 그레이 감독은 “어느 순간 내면에 무한함이 있다는 것을 깨달았고 내가 할 수 있는 한 가장 개인적인 무언가를 만들기 위해 고향으로 돌아가자는 생각이 들었다”며 “내가 살았던 뉴욕 퀸즈를 배경으로 ‘아마겟돈 타임’ 이야기를 만들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아름다움과 추함이 동등하게 들어가 있는 제 인생의 사건들을 진실하게 묘사하고 싶었다”며 “이 영화는 전후 미국 역사에서 가장 핵심이 된다고 생각하는 1980년대의 세상에 대한 저의 세계관이 담긴 영화”라고 설명했다.

※ ‘e영화’ 연재 마칩니다.

[사진=영화 ‘아마겟돈 타임’]
[사진=영화 ‘아마겟돈 타임’]

▶이하는 제임스 그레이 감독의 ‘아마겟돈 타임’ 레터 전문이다.

역사와 신화는 언제나, 개인이라는 소우주에서 시작됩니다. 저는 ‘아마겟돈 타임’을 할 수 있는 한 가장 내밀한 영화로, 그 무엇도 가리지 않은 명료한 영화로 만들기 위해 최선의 노력을 다했습니다. 특정한 장르라는 덫에서 스토리를 해방시키고자 했고, 진실함에 방해가 되는 그 어떤 장애물도 제거하고자 했습니다.

무엇보다 정직하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늘 나를 일깨워 줄 네 개의 단어 ‘사랑·온기·유머·상실’를 써서 카메라에 붙여 놓았던 것을 기억합니다. 이 영화에서 상실은 여러 가지 다양한 형태를 취합니다.

‘아메리칸 드림’은 우리 가족이 좋아하는 이야기 주제입니다. 우리는 공허한 약속을 믿지는 않았지만, 그 길이 위대한 서사로 가는 길임을 진심으로 믿었습니다. 부모님은 자신들이 사실과 신화는 구분할 수 있을 만큼 충분히 현명하다고 생각했지만, 나는 그들이 ‘계급 없는 사회’라는 잘못된 믿음 위에 세워진 시스템의 한계에 부딪혀 힘들어하는 것을 보았습니다.

세계는 우리 가족에게 타협을 요구했고 결국, 우리는 우리가 할 수 있는 한 최선을 다했습니다. 하지만 때로는 그 최선이 충분하지 못한 것이 되곤 했습니다. 우리가 노력하지 않고 받는 특권은 실재했습니다.

이 영화는 그 시절의 한순간, 우리의 오늘날을 반영하는 과거의 한순간을 다루고 있습니다. 저는 이 영화가 계급과 인종의 단층선을 굉장히 정직하게 이야기하길 바랍니다. 저는 이 이야기 속에 등장하는 사람들을 사랑합니다. 그들은 이제 모두 유령이 되었습니다.

[사진=영화 ‘아마겟돈 타임’]
[사진=영화 ‘아마겟돈 타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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