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연합뉴스]
여의도 국회의사당.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김찬주 기자] 윤석열 정부 출범 후 첫 대정부질문(25~27일)이 시급한 민생은 뒷전으로 밀리고 정치 공방으로 얼룩진 채 막을 내렸다.

대정부질문 시작부터 전·현직 법무부 장관이 격돌하면서 ‘정치적 공세’로, 경제 대책을 논하는 자리에서는 난데없이 행정안전부의 ‘경찰국 신설’을, 사회·교육 현안보다 장관 ‘청문회’를 방불케 하면서다.

절체절명의 경제위기에 빠진 더불어민주당은 의회권력을 틀어진 행안부 ‘경찰국’ 논란에 뜬금포를 날렸지만, 성적표는 초라하기만 하다.

◇전·현직 법무장관 대격돌…진중권 “박범계 ‘참패’”

한동훈 법무장관과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전 법무장관)은 지난 25일 국회 본회의장에서 열린정치·외교·안보·통일분야 대정부질문에서 법무부 산하 인사정보관리단(인사단) 신설과 검찰총장 공백을 놓고 한동훈 법무장관과 박범계(전 법무장관) 의원간 불꽃 공방이 벌어졌다.

이날 박 의원은 인사단 신설에 대해 “왜 법무부 장관이 대법관, 헌법재판관, 국무총리, 대통령비서실장, 수석들까지 검증하는 것인가”라면서 “한동훈 장관 자기 마음에 들면 검증 안하고, 마음에 안 들면 검증하는 거냐”라고 다소 격앙된 목소리로 질문했다.

한 장관은 “저희가 인사권자가 의뢰하는 사안에 대해서만 판단 없이 1차 검증만 하는 것으로 법적인 문제가 전혀 없다”면서 “이 업무는 새로 생긴 업무가 아니라 과거 민정수석실에서 계속 해 오던 일인데, 이 일을 하는 제가 잘못이라면 과거 (문재인) 정부 민정수석실에서 했던 인사검증 업무는 모두 위법”이라고 맞받아쳤다.

박 의원은 “2개월 넘게 검찰총장이 공석인데 언제 임명할 거냐”면서 “이미 대검, 고검, 평검사 등 검찰 인사를 전부 한동훈 장관이 다 했는데 이런 전례가 있나”라고 따져 물었다.

이에 한 장관은 “과거 박범계 의원께서 법무장관이셨을 때 검찰총장을 완전히 패싱하시고 인사를 하신 것으로 알고 있다”면서 “저는 지금 검찰 인사 의견을 과거 어느 때보다도 많이 반영했다고 확신하고 있고, 검찰에 물어보셔도 이번 인사에 저만큼 검찰 의견 반영한 전례가 없다고 말할 것”이라고 했다.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박범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5일 오후 국회에서 열린 정치·외교·통일·안보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게 질문하고 있다. [국회사진기자단]

그러자 박 의원은 “턱도 없는 말씀 하지 마시라”며 언성을 높였지만 배석한 국민의힘 의원들의 큰 웃음소리에 말문이 막힌 채 20초간 한 장관을 노려봤다.

이와 관련 익명을 요구한 교수는 “박범계 의원이 검찰총장 패싱인사를 논할 위치는 아니다”면서도 “이번 대정부질문은 민생, 안보 등 시급한 현안을 논하는 장이 아니라 정치 공방으로 치우쳤고, 특히 한동훈 장관의 인기만 높인 격으로 제일 큰 수혜자는 한 장관”이라고 주장했다.

진중권 전 동양대 교수는 CBS라디오 ‘한판 승부’에서 “박범계 의원의 ‘참패’인 것 같다”면서 “(박 의원은) 어떤 사실을 가지고 공격하는 게 아니라 ‘당신이 옛날 청와대 민정수석실인 동시에 법무장관이자 이 정권의 실세’라고 프레임을 걸었고, 이런 정치적 프레임을 가져가려다보니까 질의라기보다 정치적 공격이 됐다”고 평가했다.

◇경제위기 논할 시간 부족한데…민주, 행안부 ‘경찰국’ 뜬금 공세

이튿날 경제 분야 대정부 질문에서 민주당은 행안부 산하 경찰국 신설을 도마에 올렸다.

고물가·고금리·고환율의 이른바 ‘3고(高)’ 위기의 국가 비상사태 가운데 열린 이날 경제 분야 대정부질문에서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행안부의 ‘경찰국 신설’과 관련해 한덕수 국무총리를 몰아 붙였다.

20년 전 김대중 정부 청와대에서 한 총리와 함께 일한 경험을 앞세운 그는 “대통령께서 (총리를) 높이 평가했다”면서 “그런데 총리께서는 국정안정을 위해서나, 정부의 경제관리를 위해서나, 경찰국 신설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고 혼란에 빠지는 것을 그래도 좀 막으려는 노력을 해줘야하는 거 아니냐”고 호통쳤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문 내용을 문제 삼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김한정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지난 26일 서울 여의도 국회 본관 본회의장에서 열린 경제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질문 내용을 문제 삼는 국민의힘 의원들에게 항의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그러자 국민의힘 의원들은 “경제 질문을 해야지, 뭐 하는 거야!” “경제 논하는 자리에서 무슨 경찰국 이야기를 하고 있어!”라고 고함을 지르며 항의했지만, 김 의원은 굽히지 않고 “윤석열 정부는 경찰국 설치가 우리 국민들의 민생고통을 덜기 위한 협치에 걸림돌이 될지도 모르는 풍파를 스스로 만들었다”면서 “이런 모습이 과연 국정안정과 협치에 도움이 된다고 생각하나”라고 따져 물었다.

그러자 한 총리는 “저는 지금 김한정 의원님의 (경찰국 신설 관련한) 걱정을 이해합니다만 ‘경찰국 설치’와 ‘경제 문제’에 대해 택일하라는 것은 아니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조동근 명지대 경제학과 명예교수(바른사회시민회의 공동대표)는 “행안부 경찰국 신설이 경제문제에 무슨 영향을 준다는 것인지 알 수 없다”면서 “이는 서민경제를 볼모로 삼아 경찰국 폐지에 힘을 실으려는 ‘구태정치’일 뿐”이라고 비판했다.

◇‘청문회 패싱’ 박순애…민주당 “후반기 2라운드 시작”

대정부질문 마지막 날인 27일 민주당은 각종 논란에도 청문회 없이 임명된 박순애 사회부총리 겸 교육부장관에 대한 공세를 펼쳤으나 사실상 질문 공세 수위는 낮았다.

국회 교육위원회 소속 서동용 민주당 의원은 이날 박 부총리가 받고 있는 논문 표절, 중복 게재 등 연구윤리 위반 문제를 거론하면서 “단도직입적으로 묻겠다”며 “표절 등 연구 윤리 문제가 있을 수 있는 연구물을 교수임용 평가, 승진심사에 연구실적으로 낸 적이 있느냐”고 포문을 열었다.

박 부총리는 “언론에서 (문제) 제기된 논문들은 흔히 이야기하는 연구윤리가 확립되기 이전의 논문이었다”면서 “(논문 중복 게재 논란도) 지금 연구윤리 기준에 맞춰보면 어긋날 수 있지만 당시에는 박사학위 받은 분들이 박사학위 논문을 저널에 내곤 했었다”고 말했다.

제기되는 의혹에 대해 “연구 윤리가 정립되기 이전 사안이자 당시의 관행”이라며 선을 그은 것이다.

야당의 ‘준비 부족’이라는 비판도 나온다. 박 부총리의 핵심 의혹인 ‘혈중 알콜 농도 0.251% 음주 운전’ 관련 추궁은 없어서다.

다만 서 의원은 박 부총리에게 “후보자 시절 자료를 제대로 내지 않아 검증이 안 됐다”며 “대정부질문은 시작에 불과하다. 향후 교육위에서 철저한 검증을 거쳐야 할 것”이라고 경고했다.

민주당 관계자는 “음주운전 관련 질문이 안 나와 아쉬운 점은 있다”면서도 “박순애 부총리 음주운전 문제 관련해서는 국회 후반기 제2라운드가 시작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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