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쇼핑라이브’가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홈쇼핑 인력이 고액연봉과 미래가능성을 보고 대규모 이동하고 있다. [사진=네이버쇼핑]
네이버 ‘쇼핑라이브’가 선전하고 있는 가운데 홈쇼핑 인력이 고액연봉과 미래가능성을 보고 대규모 이동하고 있다. [사진=네이버쇼핑]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유통업계에서 오프라인이 지고 온라인이 뜨는 것은 매출만의 일이 아닌게 됐다. 그 힘들다는 대기업 공채에서 성공한 저연차 인력이 미련없이 이직에 나서면서다. 고액 연봉과 미래 가능성이라는 강력한 무기를 가진 이커머스업계로 쇼핑 우수인력이 몰리고 있다.

28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최근 대기업 유통 계열사가 네이버, 카카오 등 플랫폼사 시장점유율이 커지는 것 못지않게 인력 이동으로 골치를 썪고 있다. 지금도 이커머스 시장점유율이 네이버와 쿠팡이 30%에 이르는데, 디지털 혁신은커녕 인력난으로 제대로 붙어보지도 못하고 나가떨어질 판이다.

개발자 이슈가 아니다. 이커머스 경쟁이 치열해짐에 따라 쇼핑 경쟁력의 핵심이라고 할 수 있는 ‘잘 파는’ 상품 기획자 몸값이 치솟고 있다.

최근 가장 심각한 인력이탈을 겪고 있는 곳은 홈쇼핑업계다. 주요 원인은 ‘라이브 커머스’다. 혹자는 라이브 커머스를 스마트폰으로 보는 홈쇼핑이라고 설명한다. 상품을 단시간 집중력 있게 구매하도록 방송 콘텐츠를 세팅하는 능력을 가진 홈쇼핑 PD(프로듀서)와 발굴과 협상력을 갖춘 MD(머천다이저)는 라이브 커머스에서도 꼭 필요한 핵심인력이다.

취업정보업계에 따르면 CJ이엔엠(CJ온스타일), GS홈쇼핑, 롯데홈쇼핑, 현대홈쇼핑 4사의 신입사원 초봉은 4500만~5500만원 수준이다. 이들은 기존 연봉보다 1000만~2000만원 더 올리며 주요하게 네이버쇼핑과 카카오커머스로 이직한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잡코리아와 알바몬이 지난해 조사한 바에 따르면 △연봉 불만 43.7% △일의 재미와 보람을 느끼지 못해서 23.4% △현재 회사는 더이상 발전 가능성이 없어 보여서 21.2% △워라밸(워크 & 라이프 밸런스)이 보장되지 않아서 2.21% △업무강도가 너무 높아서 21.2% 등이 상위에 꼽혔다.

대기업 홈쇼핑 임원은 “40대 이상은 회사의 이름값과 안정성 등에 가치를 뒀고 미래 보상의 약속이 어느 정도 통했지만, Z세대(1995년 이후 출생)는 확실히 다른 것 같다”며 “최근 입사한 24~28세의 직원은 현재가 중요하고 능력이 있으면 이직의 기회가 많은 게 현실”이라고 어려움을 짚었다.

식품업계가 코로나19 확산 대안으로 시작한 라이브 커머스 사업이  홈쇼핑을 대체할 새로운 사업 수단이라는 평가로 각광받고 있다. [자료=통계청]
식품업계가 코로나19 확산 대안으로 시작한 라이브 커머스 사업이 홈쇼핑을 대체할 새로운 사업 수단이라는 평가로 각광받고 있다. [자료=통계청]

설상가상으로 네이버쇼핑은 미래 성장가능성도 높은 편이다. 쇼핑 부문은 인센티브 제도 또한 잘 자리 잡혀 있어 대박을 터뜨리면 연봉 수준의 보상이 뒤따르기도 한다.

업계에서는 네이버쇼핑이 라이브 커머스 시장에서 안정적 입지를 확보했다는 판단이 작용했다. 업계 추산 지난해 국내 라이브 커머스 시장 규모는 4000억원이다. 이 가운데 네이버 쇼핑라이브가 1위로 거래액은 500억원 규모다.

교보증권이 올해 초 내놓은 자료를 살펴보면 네이버 ‘쇼핑라이브’ 규모는 올해 7000억원, 2023년 4조2000억원으로 전망했다. 또 라이브 커머스 전체 시장 규모는 올해 2조8000억원, 2023년 10조원으로, 네이버 시장 점유율이 단숨에 40%를 초과할 것으로 보았다.

여기에 카카오커머스, 티몬, 위메프, 11번가, G마켓, SSG닷컴, 롯데온 등 이커머스에서도 라이브 커머스 강화에 나서고 있다. 개발자와는 다소 차이가 있지만 업계에서 홈쇼핑 PD와 MD를 모셔가기 위한 경쟁이 치열해지고 있다.

가상의 캐릭터 ‘최준’과 ‘쿨제이’가 각각 등장한 11번가 라이브 방송. 두 인물은 개그맨 김해준이 설정한 별개의 캐릭터다. [사진=11번가 라이브방송 갈무리]
가상의 캐릭터 ‘최준’과 ‘쿨제이’가 각각 등장한 11번가 라이브 방송. 두 인물은 개그맨 김해준이 설정한 별개의 캐릭터다. [사진=11번가 라이브방송 갈무리]

이 같은 이동은 홈쇼핑만의 걱정이 아니다. 이커머스 간에도 인력 이동이 전면화되고 있다. 기존 이커머스 역시 네이버쇼핑이나 카카오커머스로 이동하는 데 따른 근심이 깊어지고 있다.

대기업 유통사 인사 담당자는 “어느 업계나 마찬가지지만 실무 역량을 발휘하는 대리급을 필요로 하는 수요가 많다”며 “기존에는 대기업이라는 간판과 여러 복지혜택 등이 어느 정도 록인해주는 효과가 있었지만 지금은 쿠팡, 마켓컬리, 무신사 같은 기업은 고액연봉에 근무환경 측면에서도 Z세대의 선호도가 높아져 힘들어진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잡코리아에 지난해 조사한 직장인 의식조사에서 10명 중 8명이 이직할 의사가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45.8%가 ‘현재 적극적으로 이직을 준비하고 있다’고 응답했다. 또한 44.5%는 ‘당장은 아니지만 좋은 기회가 온다면 언제든 이직할 의사가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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