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픽사베이]
디지털 경제와 비대면 트렌드 확산으로 규모가 커지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 이른바 ‘짝퉁주의보’가 떨어졌다. [사진=픽사베이]

[이뉴스투데이 신하연 기자] #사례1 최근 이커머스에서 할인가로 갤럭시 버즈 프로를 구입한 A씨는 한글설명서가 없고 케이스 뒷면 글자가 다른 것을 이상하게 여겨 삼성 서비스센터에 가져갔고, 가품 판정을 받았다. A씨는 “대기업 온라인몰에 입점한 판매자라 믿고 구매했는데 당황스럽다”고 토로했다.

#사례2 B씨는 평소 신발을 살 때 오프라인 매장에서 사이즈를 확인한 후 온라인에서 최저가 구매를 해왔다. ‘정품’이라는 문구를 믿고 카드 할인가로 저렴하게 구입했는데, 도착 후 신발 모양새가 사진과는 다르고 정품 택이 없어 확인해보니 비슷한 사례로 여러 번 신고를 당한 판매자였고 상품도 중국산 가품이었다.

디지털 경제와 비대면 트렌드 확산으로 규모가 커지고 있는 이커머스 시장에 이른바 ‘짝퉁주의보’가 떨어졌다.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몸집을 키웠지만 상품의 품질까지는 보증하지 못하고 있어서다.

가품 수령 후 구제책도 허술하다. 사실상 규제 법안이 없다보니 이커머스 사업자의 품질 보증 책임 회피 수단으로 악용되고 있는 셈이다.

한국소비자원은 올해 1~8월 이커머스 관련 소비자상담 건수를 12만4700건으로 집계했다. 단순 불만 외에 피해구제로 넘어간 경우도 9809건이나 된다.

특허청에 따르면 지난해 온라인 위조명품 피해신고 건수는 약 1만7000건에 달한다.

피해가 발생하는 제품군도 신발, 의류 등 몇 만원대부터 수백만원을 호가하는 명품 브랜드까지 다양하다. 대기업에서 운영하는 이커머스 플랫폼을 비롯해 기업 규모가 큰 온라인 마켓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짝퉁을 구입해도 중개사이트인 온라인 플랫폼에 환급 요구할 길이 없다.

현행법상 상품 하자로 인한 피해보상 등 관련 책임은 실제 통신판매업자(셀러)에게 있어 통신판매중개업체(플랫폼) 환급 책임을 물을만한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업계 관계자는 “피해신고가 다발하는 상품 판매자의 경우에는 플랫폼 측에서 조치를 취하고 있다”면서도 “다양한 판매자가 입점해서 상품을 판매하는 오픈마켓 특성상 모든 상품을 회사 측에서 일일이 관리할 수가 없다”고 해명했다.

[사진=이커머스 후기페이지 갈무리]
대규모 이커머스 플랫폼에서 판매 중인 갤럭시 버즈 프로의 상품평 창에 가품에 대한 내용이 언급되고 있다. [사진=이커머스 후기페이지 갈무리]

특히 판매자가 해외에 거주하고 있는 경우에는 문제가 더욱 복잡해진다.

해외 사업자는 시차·언어 문제로 소통이 원활하지 않아 처리가 지연되기도 한다. 연락이 두절되는 경우도 다반사다.

불량제품 판매, 청약철회 거부, 과도한 반품 배송비 부과 등 피해가 발생해도 해외 사업자의 협조 없이는 국내법(가령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은 무용지물이다.

온라인 플랫폼의 검품 책임 강화와 품질 문제 발생 시 패널티 등 시장 변화를 반영한 법 개정과 규제 강화가 요구되는 이유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지난 3월 온라인 거래 소비자 피해 방지를 위한 ‘전자상거래법’(이하 전상법) 전부개정안을 입법예고하며 20년 만의 전면 개편을 시작했다.

골자는 △신속하고 효과적인 소비자피해 차단·구제 △시장상황에 맞는 용어·편제 정비 △온라인 플랫폼 사업자 책임 부여 등이다.

공정위 전자거래과 관계자는 “플랫폼은 역할·거래에 직접적으로 연결되고 있지만 현행법상 중개자라는 고지만으로 면책돼 소비자 피해구제가 뒷전”이라면서 “2002년 제정된 현행법은 전통적인 통신판매 방식을 기초로 설계돼 변화된 시장 상황에 효과적으로 대응하고 사업자의 의무·책임을 적절히 규율하기에 한계가 있어 법 개정이 시급하다”고 밝혔다.

현재 전상법 개정안은 “디지털 산업 발전을 저해할 수 있다”는 업계 반발이 수렴된 수정안도 마련하며 손질 마무리 단계에 들어섰다.

특히 플랫폼 연대책임제에 면책 요건을 추가했다. 

플랫폼 중개자라는 이유로 과도한 법적 의무를 지게 돼 사업 운영에 차질을 빚을 수 있기 때문이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사진=연합뉴스]
조성욱 공정거래위원장. [사진=연합뉴스]

소비자 불만이 커지면서 이커머스 플랫폼도 자구책을 마련하고 있다.

SSG(쓱)닷컴과 롯데온은 각각 최근 ‘SSG 개런티’와 ‘트러스트온’ 제도를 도입했다.

쓱개런티 디지털 보증서는 명품이 정품임을 인증하는 일종의 품질 보증서로, 명품 브랜드 공식스토어 상품과 검증된 셀러가 판매하는 병행수입 명품 중 ‘SSG 개런티’ 로고가 부착된 상품에 디지털 보증서를 발급한다.

현재 심사를 통해 선정한 20여개 셀러, 90여개 브랜드, 5000여개 상품에 우선적으로 적용하며 연내 1만개 상품까지 확대할 계획이다.

롯데온의 트러스트온은 상품 등록 사전에 판매자 검수와 판매 과정에서의 실시간 모니터링·샘플 검수를 진행한다. 판매자는 정품 증명 서류를 제시해야 한다.

피해 신고가 접수되면 무역관련 지식재산권 보호협회(TIPA), 한국명품감정원 등 외부 기관과 연계해 신속하고 객관적인 상품 검수와 정보를 공유하고 구매 금액의 2배를 보상해준다.

다만 두 제도 모두 명품 카테고리에만 적용된다.

이 외에도 대부분의 오픈마켓이 가품에 대한 보상제도를 운영하고 있지만 실효성은 떨어지고 있다.

11번가와 티몬은 협력업체 50여곳을 대상으로 가품 피해금액의 110%(상품값+적립금 10%)과 전품목에 대해 110% 보상제를 각각 운영하고 있다.

이베이코리아와 위메프는 각각 일부 명품 품목, 전 품목에 대해 200%를, 쿠팡은 개별 접수건에 한해 100%로 보상하고 있다.

하지만 판매자가 가품을 인정해야만 환불이 가능해 해당 판매자가 인정하지 않거나 연락을 받지 않는 방식으로 피해 보상을 미루면 보상받기 어렵다.

가품 감정을 위해 감정기관에 의뢰하더라도 명품 감정이 3개월 이상 소요되거나 감정 자체가 취소될 수도 있고, 소비자가 직접 기관을 선택해 위조품 여부를 확인받아야 하기 때문에 시간도 많이 소요된다.

서용구 숙명여자대학교 경영학부 교수는 “과거 백화점이나 대형마트에서 쇼핑하던 시대가 끝나고 쿠팡, 네이버 등에서 물건을 구매하는 시대가 왔는데 아직도 온라인 유통업체는 아무런 책임을 지지 않는다”며 “가품이나 결품의 경우 제조업체나 판매자도 잘못이지만, 그동안 규제 사각지대에 있던 (온라인) 유통업체도 피해 보상에 부분적 책임을 져야하는 타이밍이 됐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다만 법안 마련 과정에서 온라인 플랫폼에게 블랙컨슈머 제재 방안이라든지 면책 조항 등 일부 보완책을 마련해주고 전적으로 소비자만 보호하려는 입장은 지양하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산업 발전 저해 우려에 대해서는 “현재 공정위가 내놓은 개정안 내용은 업계에 최소한의 규제를 적용하는 적합한 법안으로 본다”며 “영세한 업체도 있지만 대부분 이커머스 플랫폼의 경우 몸집이 큰 기업이며, 업체 측에서도 가령 알고리즘을 만들어 불량 판매자를 잡아낸다든지 하는 사회적 노력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소비자도 상품을 구입하기 전 사업자(판매자) 정보 확인이 필요하다.

한국소비자원은 “해외 사업자와의 거래로 인한 피해 등을 예방하기 위해 소비자들도 반드시 판매 페이지 하단 등에 표시된 사업자의 정보를 확인하고, 거래 전 판매조건과 이용후기, 평점 등을 꼼꼼히 살펴보는 것이 좋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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