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명학전 이한 원장
청명학전 이한 원장

[청명학전 이한 원장]난독과 오독이 디폴트인 아이들의 세상 안 읽은 게 아니고 못 읽은 거에요!

기자가 되고 댓글을 안 본 지 꽤 오래됐다. 험한 이야기가 오가는 곳이니 절로 안 보게 됐다. 그러던 중 몇 해 전에 써둔 글에 댓글이 달렸다. 이제 검색이 될까 말까 한 글에 달린 댓글이었기에 괜히 반가워서 들어갔다 기겁하고 말았다. ‘OOO도 있는데 그건 잘 모르신 거 같아서 제가 설명해드리죠….’

이런 사람들을 보고 요새 애들은 설명봇 이라고 하던데, 아무래도 내 기사에 설명봇이 길을 잘못 들어온 거 같아 ‘나가심이 어떨는지요’라고 답을 달 뻔했다. 그럴 만도 한 게, 설명 로봇이 달아둔 댓글은 내 기사의 내용과 전혀 다른 내용을 설명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이제 하다 하다 글의 요지까지도 짧게 설명해줘야 하는 걸까 싶어서 마른세수를 몇 번이고 했다.

사실 종종 이런 댓글은 많이 봐왔다. 네이버가 개편되고 기사에 더 댓글을 달 순 없게 되었지만, SNS와 연동이 되는 일부 포털 매체에서는 댓글 작성이 가능하기에 여전히 기사의 맥락과 다른 댓글은 쏟아지고 있다. 이런 현상은 아이들의 SNS 문화에서 특히 드러난다. 조카의 SNS에 들어갔다가 알 수 없는 내용의 메신저 캡처본을 보고 기겁하기도 했다.

A: <OOO, 대입 포기…“음악에 집중 할래요” 이 기사 봄?

B: 지가 뭔데 군대를 안 간대?

C: 입대 말고 대입이요.. 대학 입학..

PISA 2수준 학습 부진자 15.1%…3년마다 늘어

그만큼 흔한 일인 것이다. 제대로 읽고 보고 말로 내뱉기만 하면 되는데, 왜 이렇게 덧붙여야 다들 이해하는 걸까. 어떤 사람들은 어릴 때부터 제대로 읽고 쓴 교육을 받은 적이 없어서 그렇다고들 한다. 초중고를 다 합하면 무려 12년 동안 교과과목으로 언어를 배우는데 제대로 읽고 쓰는 경험이 없다는 얘기는 다소 맞지 않는다.

이미 아이들이 제대로 읽고 쓰지 못 하는 일이 많다는 건 국제 학업성취도평가(PISA)에서 드러난 결과가 있다. 2000년부터 3년마다 전 세계 국가들이 참여하는 국제적인 성취도 평가로 만 15세의 학생을 대상으로 하는데 읽기, 수학, 과학 세 영역을 주로 평가한다.

최근 시험은 2018년에 치러졌으며, 평가원은 한국 학생들이 전반적으로 우수한 성취도를 보이지만, 갈수록 학습 부진자 비중이 늘고 있다고 지적했다.

PISA 성취도는 1~6수준으로 나뉘는데 숫자가 클수록 높은 수준에 도달했다는 것이다. 보통은 2수준에 도달하지 못한 학생을 하위권이라고 평가한다. 즉 2수준 미만은 평균적인 학생들의 성취도보다 저조한 것으로 분류되는 것. 그중 읽기 영역의 경우 2수준 미만 학생 비율은 2006년 5.7%에 불과했으나 2018년에는 15.1%로 급증한 것으로 조사됐다.

좀 크면 낫겠지 싶을 테지만 중학생이라고 다를 것이 없다. 매년 중학교 3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실시되는 국가수준학업성취도평가 결과에서도 국어 과목에서 기초학력 미달에 속하는 학생은 늘고 있다. 2017년 이전만 하더라도 몇 년간 1~2%에 머물던 기초학력 미달 학생 비율이 2018년에는 4.4%로 확 늘어났다는 결과도 있다.

난독의 시대, 오독의 세상 디지털 시대에 맞는 읽기 해법이 필요할까?

글자를 읽지 못하는 것이 아닌 제대로 글을 읽는 학생이 점차 없어질지도 모른다는 건 맞는 말일인지도 모른다. 현재의 한국교육 현실을 일부 전문가들은 ‘난독과 오독이 판을 친다.’ 라고도 부른다.

간단한 내용의 글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해 글의 내용을 물어보는 학생들을 쉽게 만날 수 있기 때문이다. 짧은 글과 빠른 영상이 매력인 디지털 미디어의 급속한 확산이 낳은 결과물로도 볼 수 있다.

제시문을 읽고 요약해 글로 써 내려가는 것은 물론 자신만의 생각으로 한두 줄 채우는 것도 버겁다는 아이들이 수두룩하다. 교실 내의 아우성은 학생들뿐만 아니라 일선의 교사들도 마찬가지다.

초등학교 6학년 담임인 B 교사는 "유튜브를 보고 어떤 내용인지 설명하라고 하면 잘한다. 심지어 어른들도 알기 힘든 내용을 술술 얘기한다. 하지만 책을 읽고 그 책 내용이 무엇인지 설명하라고 하면 어려워한다. 독후감은 당연히 제대로 쓰는 아이들이 없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해서 무조건적으로 아날로그 방식으로 독해력을 상승시킬 순 없다. 이미 PC와 스마트폰이 익숙한 아이들에게 고전적인 방식만이 답이 될 순 없다. 온라인 환경에서 빠르게 세상과 소통하는 ‘디지털 네이티브(Digital Native)’ 세대에게 직접 손으로 쓰고 읽게 하는 건 오히려 반감만을 불러일으킬 뿐이다.

제대로 된 읽기? 독해의 즐거움으로 독파하라

그렇다면 어떻게 하면 제대로 읽을 수 있을까? 글의 흐름을 파악하며 읽어나가기만 하면 된다고 생각하기 쉽지만 읽는다는 것은 독해를 한다는 것이기 때문에 결코 감만으로는 의미를 모두 파악하는 것은 불가능하다.

특히 배경지식 없는 상태에서 온전히 지문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지문의 의도를 정학하게 알아내기 위한 방법이 필요하다. 즉 지문의 중심 내용을 간추릴 수 있는 힘과 또 이렇게 요약한 내용을 키워드로 만들어 낼 수 있는 힘이 그것이다.

글을 정확하게 읽게 되면 문단의 핵심어와 문단 간의 관계, 이를 통한 주제 파악이 순차적으로 이루어지게 돼요. 그래서 정독을 하기 위해 가장 중요한 것은 문단별 핵심어를 어떻게 잡을 것인가에 있다. 핵심어 잡아내기 방법만 제대로 알고 훈련한다면 독해시간 단축과 글의 요지 파악 능력은 저절로 길러진다.

또한 완결성을 갖춘 엄선된 자료를 통해 반복적으로 연습해야 한다. 이렇게 체득한 독해방법은 문학과 비문학을 구분하지 않고 전분야에 적용할 수 있다. 특히 정확하게 읽는 방법을 습득한 후 배경지식만 곁들인다면 국어와 수능시험에서 막강한 힘을 발휘할 수 있을 것이다. /방이동 청명학전 이한 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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