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영화 '공포분자']
[사진=영화 '공포분자']
‘영화는 영화관에서’ 넷플릭스를 구독하고, 집에서 75인치 UHD 화면으로 감상하는 시대가 됐지만 영화관이란 공간이 주는 특별한 경험까지 가져오지는 못한다. 좋은 영화를 제 때 극장에서 즐길 수 있길 응원하는 마음으로 이번 주에 개봉하는 신작을 소개한다. <편집자주>

[이뉴스투데이 이지혜 기자] 제목 ‘공포분자’가 북한 말처럼 느껴졌다. 한자 발음으로 읽은 것인데 중국어로 테러리스트를 뜻한다.  이 단어 자체로는 공포를 불러일으키는 사람을 의미하지만 보다 세세히 들여다보면 누군가의 일상을 망가뜨리는 존재이기도 하다.

소설가 주울분(무건인)에게는 어느날 걸려온 장난전화 한 통이 테러처럼 일상을 덮쳤다. 수화기 너머 정체불명의 어린 소녀는 자신이 남편과 바람을 피워 임신을 했고, 만나서 이야기하고 싶다고 말한다. 이 전화를 받은 주울분은 병원 검사실에서 일하는 남편 이립중(이립군)과 결혼한지 7년이 됐다. 직장생활을 하다가 아이를 원해 일을 관뒀지만 아직 임신하지 못했다.

때문에 그는 남편 외도보다 불륜녀의 임신에 더 충격을 받는다. 이어 부부는 제대로 대화하지 않은 채 별거에 이르고 의도치 않은 불행으로 치닿는다. 

소년은 길에 쓰러져 있는 소녀를 촬영한다. [사진=영화 '공포분자']
소년은 길에 쓰러져 있는 소녀를 촬영한다. [사진=영화 '공포분자']

소녀는 앞서 범죄자들과 어울린 탓에 경찰을 피해 도망치다가 부상을 입는다. 같은 동네 사는 소년은 사진 촬영이 취미인데 다리를 다친 소녀를 찍게 되고, 병원에도 데려간다. 다리가 부러진 소녀는 어쩔 수 없이 집에 갇혀 지낸다. 이 무료함을 달래려고 장난전화를 걸어 엉뚱한 대화를 이어간다.

이러한 정황을 알 길이 없는 이립중은 억울하기만 하다. 결국 장난전화 한 통에서 비롯됐다는 사실을 파악하지만 아내 마음은 돌이키기 어려워보인다.

이립중과 주울분 부부 일상은 장난전화로 인해 망가진다. [사진=영화 '공포분자']
이립중과 주울분 부부 일상은 장난전화로 인해 망가진다. [사진=영화 '공포분자']

‘공포분자’는 우리에게 ‘하나 그리고 둘’로 알려진 에드워드 양(양덕창) 감독의 1986년 영화다. 앞서 개봉한 ‘고령가 소년 살인사건’(1991)과 ‘타이페이 스토리’(1985년)와 함께 타이베이 3부작으로 불린다. 관객들의 꾸준한 호응에 힘입어 17일 마지막 한 편인 ‘공포분자’도 영화관에서 만날 수 있게 됐다.

34년 전 영화이지만 양 감독 특유의 미학적 성취를 만날 수 있다. 빛과 어둠을 다루는 독창적인 영상미와 정교한 연출력으로 일상을 위협하는 고독과 불안을 섬세하게 담아냈다. 아름다운 영상에 매혹되면서도 막상 관람 후에는 먹먹한 기분이 되곤 하는 이유다.

에드워드 양 감독 묘비병. [사진=웨이보]
에드워드 양 감독 묘비병. [사진=웨이보]

역설적으로 2007년 작고한 후 그의 묘비명은 이러하다. ‘사랑과 희망에 대한 꿈은 잠들지 않았다’

[사진=영화 '공포분자']
에드워드 양은 명암과 공간 연출로 감정을 섬세히 담아내고 있다. [사진=영화 '공포분자']
[사진=영화 '공포분자']
[사진=영화 '공포분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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