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상혁 방통위원장.[사진=연합뉴스]
한상혁 방통위원장.[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송혜리 기자] 방송통신위원회가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안)’을 통해 인터넷 생태계 상생발전을 기대했지만 이해관계자들은 온도 차를 보인다.

인터넷 서비스제공사업자(ISP) 즉 망을 제공하는 국내 통신사업자들은 가이드라인 제정을 반기면서도 ‘보다 구체적으로 조항을 수정할 필요가 있다’고 지적하고 망을 빌려 쓰는 콘텐츠 제공사업자(CP)들은 ‘실효성이 없는 가이드라인 제정을 중단하라’고 촉구한다.

5일 방송통신위원회는 공정한 인터넷망 이용계약에 관한 가이드라인(안)을 내놨다. 지난 8월 불거진 방통위와 페이스북 행정소송에 이어 SK브로드밴드와 넷플릭스 간 재정요구 등 ISP와 해외 CP 간 망 이용계약 분쟁이 도화선이 됐다. ISP는 글로벌 CP가 막대한 트래픽을 발생시키면서 정당한 대가를 지불하지 않는다고 주장했고 글로벌 CP는 이들이 제공하는 콘텐츠를 통해 ISP들은 요금 수익을 올리고 있다고 했다.

이에 방통위는 연구반 운영과 ISP, CP 업계 관계자 의견 청취를 거쳐 가이드라인을 마련했다. 가이드라인은 불공정 행위를 4가지로 유형화시키고 부당성 판단기준은 4가지로 분류했다.

불공정 유형을 살펴보면 △정당한 사유 없이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특정 계약 내용만을 수용할 것을 강요하는 경우 △상대방이 제시한 안에 대해 불합리한 사유를 들어 계약을 지연·거부하는 경우 △상대방에게 정당한 사유 없이 제3자와 인터넷망 이용계약을 체결하거나 거부할 것을 요구하는 경우 △이용예약 당사자가 제3자와 공동으로 상대방에게 부당하게 경쟁을 제한하는 계약조건을 제시하는 경우다.

이에 부당성을 판단하는 기준으로는 △인터넷망 구성·비용분담 구조 △콘텐츠 경쟁력, 사업 전략 등 시장 상황 △대량구매·장기구매 등에 의한 할인율 △유사한 내용 계약을 체결한 제3의 이용계약이 있는 경우 그 대가 산정에서 고려한 요소와 산정방식 등이다.

가이드라인이 공개되자 KT, SK브로드밴드, LG유플러스 등 ISP 입장을 대변하는 한국통신사업자연합회는 “국내 이용자와 국내 CP 통신 요금을 기반으로 구축한 세계적으로 우수한 인터넷 인프라를 글로벌 CP들은 국내 통신망에 대한 이용료를 회피하며, 국내에서 막대한 수익을 올리고 있다”면서 “이번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제정은 이용자 보호를 위해 필수적이고 인터넷 산업 진입장벽 해소, 선순환 생태계 조성에 기여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반겼다.

그러면서 협회는 “정부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 제정 취지에 전체적으로 공감하나, 이번 망 이용계약 가이드라인이 콘텐츠사업자에 대한 품질수준 유지 의무 부분에 보강할 부분이 존재한다”면서 “망 이용계약에 초점이 맞춰지면서 국내 통신사와 직접 이용계약을 맺지 않고 수익을 올리고 있는 해외 콘텐츠사업자에는 규제가 미치지 못하는 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가 더 구체적으로 명시해야 한다고 지적한 가이드라인 조항은 총 8개다. △가이드라인 목적에 ‘정당한 망 이용대가 산정 및 지급’을 명시 △기존 ‘망 이용계약’뿐만 아니라 아직 계약이 체결되지 않은 CP도 포괄하는 취지로 가이드라인을 보완 △계약서에 반영해야 할 항목 예시로 ‘이용대가’를 명시 △인터넷망 이용대가 변경을 요구하는 계약 당사자는 합당한 사유를 제시하도록 규정한다.

또 △기존에 망 이용계약이 없는 일정 기준 이상 사업자에 대해서는 상대방 합리적인 요청이 있으면 신규 망 이용계약을 체결할 의무를 적용 △현재 가이드라인 규정만으로는 대형 CP 불공정행위를 해소하기 어려우므로 관련 조항을 보완 △대형 CP만 품질 유지 의무를 반영하고 트래픽 경로 변경 등에 대한 단순 정보 제공만으로는 이용자 보호에 한계가 있으므로 사업자 간 협의 의무 및 계약 변경 등에 대한 사전 통보 의무를 부여한다. 

이밖에 △인터넷망에 무임승차하면서 대량 트래픽을 유발하는 CP에 대해서는 ISP가 이용자 보호와 서비스 품질 유지를 위해 트래픽 관리를 할 수 있도록 제도적 근거 마련 등 내용을 담고 있다.

이 같은 상황이 전해지자 인터넷기업협회도 성명서를 냈다. 가이드라인은 실효성이 없고 불합리함으로 제정 절차를 중단할 것을 촉구했다. 인터넷기업협회에는 네이버, 카카오, 페이스북코리아, 트위터 등 국내외 CP들이 소속돼 있다.

협회는 “가이드라인은 실효성을 담보할 수 없고, 국내 사업자에 대한 새로운 규제로 자리매김할 갈라파고스적 가이드라인 제정 절차를 중단할 것을 다시 한번 강력히 촉구한다”면서 “가이드라인은 그 형식과 내용으로 볼 때 방통위 의도와 달리 실효적이지 못할 뿐만 아니라, 국내 사업자에게 과도한 의무를 부과함으로써 역차별을 가중할 것이며 CP와 통신사 사이 갈등 관계를 고착화해 인터넷 생태계를 붕괴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또 “시장에서 맺어지는 망 이용 계약은 다양한 조건과 사업자별 각각 사회적·경제적 환경이 종합적으로 고려돼 다양한 형태로 체결되는 것이 당연하고, 이것이 자유시장 경제체제 근간”이라면서 “가이드라인은 이러한 다양한 계약 형태를 ‘정당한 이익’을 제한하지 말고, ‘비차별적’으로 체결하라며 일률적·정형적 기준으로 강제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협회는 “가이드라인은 계약상 자유로운 청약과 승낙 의사표시 방식에 제한을 가하고, 제11조와 같이 망 이용 계약상 CP 협상력을 제한하는 근거로 사용될 수 있는 불합리한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며 “이용자 불편 발생 시 책임귀속 주체를 CP로 예단하는 오류를 범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지금 문제는 국내·외, 대·중소 사업자 간 차별이 아닌, 통신사 투명하지 못한 정보공개로 인한 시장 왜곡과 통신망 투자 비용을 CP에게 전가하기 위해 무리하게 도입한 상호정산 방식 인터넷 상호접속제도에 있는 바, 이를 인정하고 조속히 관련 제도를 원상회복해야 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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