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레고아 리보디 IDQ CEO가 지난 17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EU 양자 프로젝트 참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SKT]
그레고아 리보디 IDQ CEO가 지난 17일 핀란드 헬싱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EU 양자 프로젝트 참여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SKT]

[핀란드 헬싱키=이뉴스투데이 송혜리 기자] SK텔레콤이 700억원을 투자해 인수한 스위스 양자암호 기술업체 IDQ가 유럽연합(EU)이 향후 10년간 추진할 ‘양자(Quantum) 프로젝트’서 핵심기술을 제공한다.

EU가 미국, 중국을 따돌리고 양자 기술시장 패권을 움켜쥐기 위해 추진하는 이 프로젝트에서 IDQ는 기술 중추인 ‘양자키분배기(QKD, Quantum Key Distributor)’를 공급하는데, 이를 통해 IDQ QKD 기술은 유럽 전역으로 확산할 전망이다.

IDQ는 SKT가 지난해 인수한 스위스 양자암호 기술업체다. SKT는 지난해 IDQ에 약 700억원을 투자한 데 이어 사내 양자기술연구소인 ‘퀀텀테크랩’ 조직을 IDQ로 통합해 스위스, 한국, 미국, 영국에 IDQ 사무소를 운영 중이다.

양자암호는 양자, 즉 더 쪼갤 수 없는 물리량 최소 단위 특성을 이용해 송신자와 수신자만이 해독할 수 있는 암호 키를 만들어 도청을 막는 통신 기술이다. 

현재 통신망은 디지털신호인 0과 1을 구분해 데이터를 주고 받는다. 하지만 양자는 0이나 1이라는 특성이 결정돼 있지 않다. 정보를 보내는 쪽과 받는 쪽 끝단에 각각 암호 키 분배기를 설치하고 매번 다른 암호 키를 이용해 0 또는 1을 결정한다.

양자 암호 키는 한 번만 열어볼 수 있기 때문에 중간에 누군가 가로채더라도 이를 바로 확인해 대처할 수 있어 해킹이 불가능하다. 이에 양자암호를 다른 말로 ‘양자 암호 키 분배 체계’라고도 한다. IDQ가 EU 양자 프로젝트에 제공할 QKD는 송신부와 수신부에 암호 키를 생성, 분배하는 기술이다.  

양자암호는 양자컴퓨팅 발달과 흐름을 같이 하는데, 양자컴퓨팅 연산 처리속도가 증가하면 보안 위협도 함께 증가하기 때문에 이를 막기 위한 보안 기술이 필요하다. 이에 양자컴퓨팅 발달과 양자암호 고도화는 창과 방패 싸움으로 비유한다.

◇IDQ, ‘돈이 비처럼 내리는 양자시장’ 패권 움켜쥘 사업서 핵심 기술 제공업체로 낙점

17일(현지 시간) IDQ는 핀란드 헬싱키 파시토르니(Paasitorni)회관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EU 산하 ‘양자 플래그십(Quantum Flagship)’ 조직이 추진하는 ‘오픈 QKD 프로젝트’에 QKD 1위 공급사로 참여한다고 밝혔다.

그레고아 리보디 IDQ CEO는 “유럽 전역에 양자암호 네트워크를 만드는 프로젝트”라며 “향후 유선뿐 아니라 위성을 통해서 양자 키를 분배하는 것까지 프로젝트가 확장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EU 오픈 QKD 프로젝트를 추진하는 양자 플래그십은 ‘유럽이 양자암호 기술 리더가 되겠다’는 비전으로 지난해 시작했다. 현재 양자암호 기술에 투자를 집중하는 미국, 대대적인 정부 지원을 등에 업은 중국을 따돌리고 양자 시장 패권을 확보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국회는 지난해 12월 5년 동안 12억달러(약 1조4000억원)를 양자 컴퓨팅 기술에 투자하는 ‘국가 양자 이니셔티브 법안(National Quantum Initiative Act)’을 통과시켰고 트럼프 대통령이 이에 최종 서명했다.

중국 정부는 2020년까지 100억달러(약 11조8000억원)를 투자해 안후이성에 양자컴퓨터 연구 클러스터를 만들 계획이다. 리진빈 안후이성 서기는 “양자 컴퓨터가 제조, 바이오, 금융 등과 융합되면 산업 지형이 완전히 바뀔 것”이라며 양자 컴퓨터 개발에 대한 강력한 의지를 밝힌 바 있다.

기자간담회에 참석한 알리나 히어쉬만 EU 양자 플래그십 커뮤니케이션 담당은 “이 프로젝트 목표는 유럽 중심의 양자암호 기술을 확산하자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에 곽승환 IDQ 부사장은 “인류 최초 달착륙 시 성조기를 꽂았듯 양자암호 기술에서는 EU가 깃발을 꽂겠다는 것”이라고 후술했다. 또 “지금 양자암호 시장에선 ‘양자에 돈이 비처럼 내려온다’라는 말이 있을 정도”라며 “이번 프로젝트로 양자암호에 대한 시선을 유럽으로 모으겠다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알리나 히어쉬만 EU 양자 플래그십 커뮤니케이션 담당이 EU가 10년간 추진할 양자 플래그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SKT]
알리나 히어쉬만 EU 양자 플래그십 커뮤니케이션 담당이 EU가 10년간 추진할 양자 플래그십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사진=SKT]

◇ 유럽 중심 양자 기술 에코시스템 구축... 10년간 10억유로 투자

EU가 오는 2028년까지 추진할 양자 플래그십 예산은 10억유로(약 1조3000억원)다. 통신, 컴퓨터, 센싱, 시뮬레이션 등 총 4개 분야에 적용할 양자암호 기술을 연구, 개념화, 상용화, 보급, 교육까지 전 주기를 EU가 추진하고, 지원하고, 육성한다.

이 가운데 IDQ가 1사업자로 참여할 오픈 QKD 프로젝트는 4개 분야에 양자기술을 응용할 ‘양자 암호 시험망’ 즉 선로를 만드는 작업이다. 이 프로젝트는 2021년까지 1500만유로(약 200억원)을 투입하고 시험망은 스위스 제네바, 독일 베를린, 스페인 마드리드, 오스트리아 빈 등 유럽 주요국 14개 구간(1구간에 약 100Km)에 구축한다.

IDQ와 오픈 QKD 프로젝트에 함께 참여하는 업체로는 도시바가 QKD 공급 2순위 사업자로 참여하고 네트워크 장비는 탈레스, 노키아, ADVA, 로드앤드슈워츠, 통신 사업자는 도이치텔레콤, 브리티시텔레콤, 오렌지, 텔레포니카 등이 참여한다.

그레고아 리보디 IDQ CEO는 “IDQ는 이 프로젝트에서 14개 QKD 페어를 제공하나, 도시바는 6개 페어를 제공하는 수준”이라며 “IDQ는 상용화된 QKD를 제공하는 반면 도시바는 프로토타입(성능 검증용 모델)을 제공하는 부분이 큰 차이”라고 설명했다.

그레고아 리보디 IDQ CEO와 곽승환 IDQ 부사장이 기자들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사진=SKT]
그레고아 리보디 IDQ CEO와 곽승환 IDQ 부사장이 기자들 질문에 응답하고 있다.[사진=SKT]

◇IDQ, 양자암호통신 핵심 기술 고도화… 양자난수생성 제품 라인업 확대

IDQ는 지난해 미국 양자통신 업체 ‘퀀텀엑스체인지(Quantum Xchange)’와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최근 뉴욕과 뉴저지를 잇는 미국 최초 양자암호 통신망을 구축했다.

양사가 구축한 양자암호 통신망은 뉴욕 월스트리트 금융정보 보안에 활용 중이고 내년까지 워싱턴D.C.에서 보스턴에 이르는 800Km 구간으로 확장된다. IDQ는 QKD를 공급하고 퀀텀엑스체인지는 암호 키 전송 거리를 확장하는 솔루션을 적용한다.

향후 IDQ는 오는 11월 괌•사이판 이통사 IT&E와 협력해 괌에 양자암호 통신망을 구축할 예정이다.

양자암호 기술 고도화도 공을 들인다. QKD와 양자의 특성을 이용해 패턴이 없는 암호를 만드는 양자난수생성기(QRNG, Quantum Random Num-ber Generator), 미세한 크기 양자도 감지하는 양자센싱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낸다.

올해 4분기에는 QRNG 제품군을 강화해 자율주행차, 데이터센터, 모바일 등 분야에서 매출 확대를 꾀한다. △자율주행차 전용 초소형 칩셋(크기 4.2mm x 5mm) △데이터센터 전용 초고속 장비 △범용성을 높인 PICe 카드 등 기존 제품보다 다양한 폼팩터(구조)와 빠른 처리 속도가 특징이라고 IDQ는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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