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KDB생명보험은 애초 인수하지 않았어야 할 회사"라고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동걸 KDB산업은행 회장이 지난해 국회 정무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발언하고 있다. 그는 이 자리에서 "KDB생명보험은 애초 인수하지 않았어야 할 회사"라고 언급했다. [사진=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KDB산업은행의 부실 자회사 KDB생명보험이 매물로 나오면서 보험업 인수합병(M&A) 시장에 찬물을 끼얹었다. 낙하산 인사를 경영수장에 앉히면서까지 애물단지를 팔아치우겠다는 이동걸 회장의 뜻이 시장에서도 통할지 주목된다.

27일 금융감독원 등에 따르면 국내 24개 생명보험사의 수익 규모가 급격히 위축되고 있다. 이들 생보사 상반기 잠정 순이익은 2조1283억원으로 지난해 대비 32.4% 줄었다. 특히 보험영업 부문에서 적자가 11조8260억원으로 지난해 11조3720억원에 비해 4%나 악화됐다. 

현재 M&A시장에는 교보생명, 동양생명, ABL생명, MG손해보험 등이 잠재매물로 나온 상황이다. 이 가운데 국가적 골칫거리인 KDB생명까지 참가하게 되면서 전체 시장에서 부담이 커졌다.  

반대로 산업은행은 이러한 난관을 정면돌파한다는 입장으로 삼일회계법인과 크레디트스위스(CS)를 주관사로 선정하고 다음달 매각 공고를 낼 예정이다. 특히 매각 성공시 사장에게는 5억~30억원, 수석부사장에게는 성과급의 최대 50%를 지급하는 벼랑끝 전술까지 펼치고 있다. 

이 때문에 지금까지 유상증자 등으로 1조원 이상의 공적자금을 투입하고도 매각을 위한 인센티브까지 지급하느냐는 비판이 나온다. 동시에 불안정한 자본건전성, 저조한 수익성 극복을 위한 대처와는 거리가 멀다는 지적의 목소리가 크다.

김우일 대우M&A 대표는 "산업은행이 책임을 회피하려는 전략"이라며 "많은 보험사들이 실손보험 판매중단까지 고려하는 지금 상황에선 양호한 수익성에 탄탄한 자본력을 갖춘 매물이 나와도 거래가 이뤄지기 어렵다"고 꼬집었다.

산업은행 측은 그간의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KDB생명이 지난해 흑자전환하고 올 1분기 100억원, 상반기 335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는 점을 내세우고 있다. 또 자본확충 결과 2017년 108.48%까지 내려간 적이 있는 지급여력(RBC) 비율이 232.66%까지 상승했다.

금호생명을 전신으로 하는 KDB생명의 매각 추진은 벌써 네 번째다. 산업은행은 2010년 이 회사를 6500억원에 인수했지만 2014년 두 차례, 2016년 한 차례 총 세 번에 걸친 매각 실패 경험이 있다.

또 이번에 팔리더라도 헐값 매각 논란을 벗어나기는 어려울 전망이다. 이동걸 산은 회장이 "인수 과정도 불투명하고 이유도 모르는 상태에서 인수됐다"는 책임 떠넘기기식 입장을 내놓으면서 자신이 가진 수를 전부 보였기 때문이다.

더욱이 그동안 산업은행 구조적인 방만 경영에 따른 작품이라는 비판을 무시하고 오히려 낙하산 고위 임원을 선임해서라도 매각한다는 행보를 보이면서 시장에서도 곱지 않은 선입관이 생겼다.

지난 1월 선임된 정재욱 대표의 경우 산업은행 출신은 아니지만 이동걸 현 산업은행 회장 라인으로 꼽힌다. 정 대표는 앞서 1999년∼2004년 한국금융연구원에 근무했다. 이 회장이 한국금융연구원으로 근무했던 시기(2000∼2003년)와 겹친다. 지난 7월 선임된 백인균 수석부사장도 산업은행 경영관리부문 부행장 출신이다. 

매각 성공시 이들에게 45억의 인센티브는 예약됐지만 사실상 국내 시장에선 인수자를 찾기 어려울 뿐만 아니라 인수자가 그간 KDB생명이 자본확충을 위해 발행한 영구채와 후순위채 이자비용 연 435억원을 감당해야 하는 문제도 있다.

5~6% 고금리 확정형 상품이 많은 상황이어서 기준금리 인하 여파로 인한 자산운용 수익도 줄어들어 재무건전성이 더욱 악화될 위험성도 높아 유상증자가 더 필요하다는 목소리까지 나온다.

재계 관계자는 "공적자금을 퍼부어서라도 팔기만 하면 된다는 이동걸 회장 등 경영진에게 가장 큰 책임이 있다. 매각이 이뤄지더라도 반드시 따져 물어야 부분"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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