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윤진웅 기자] “농촌 없는 도시가 있을 수 없고 지방 없는 서울이 있을 수 없다. 서로 상생해야 한다”

박원순 서울특별시장은 올해 초 경남 함양에서 열린 토크콘서트에 참여해 이같이 말했다. 농촌과 도시의 교류를 강조하면서도 ‘농촌 인구 감소’에 대한 어려움에 대해서는 깊이 공감했다.

박원순 시장의 공감 정치는 정계에서도 손꼽힌다. 서민들의 마음을 헤아리기 위해 밑창이 뜯어진 구두를 신고 다니는가 하면 최근에는 옥탑방에 한 달간 직접 살아보기도 했다.

하지만 공감이 너무 지나쳐서일까. 지금 서울은 농촌과의 교류를 넘어 농촌화될 위기다. 빠른 효율을 자랑하는 도시의 기능은 점차 속도를 잃고 있다.

서울 금싸라기 땅 한복판에서는 농사와 양봉, 곤충사육 등이 이뤄진다. 서울시는 “도시농업공동체 활동이 삭막한 도심 생활에서 여유를 찾고 단절된 이웃이 서로 소통하고 정을 나누는 의미 있는 시간이 될 것”이라고 설명했지만 별다른 근거는 없다.

서울시 내 재건축 아파트 인허가 지연의 이유도 이 같은 맥락으로 볼 수 있다.

일부 재건축 단지 주민들은 지난 8일 열린 골목길재생시민정책대화에서 박 시장에게 재건축 인허가를 요구했다. 이에 박 시장은 “건물이 높아지면 사람들이 개미구멍처럼 집에 들어가면서 옆집 사람들이 누군지도 모른다”며 “과연 이것이 서울의 미래이고 행복한 삶을 보장하느냐”고 답변 대신 반문했다. 이어 그는 “골목에 쌀집, 이발소, 전파상 등이 사라졌고 이것이 전 세계에 불평등을 만든 원인”이라고 덧붙였다.

박 시장의 철학을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이쯤 하면 박 시장이 원하는 서울의 모습은 과거 인기리에 방영한 드라마 ‘전원일기’ 속 모습이 아닌지 의문이다. 앞집, 옆집, 뒷집의 사정을 일거수일투족 공유하며 좌충우돌 살아가는 소단위 공동체 생활 말이다.

그러나 서울이 도시라는 점을 잊어서는 안 되겠다. 인적네트워크는 철저히 기능과 연계를 따져 생성된다. 새로운 인구와 자본의 유입은 통신·교통·인프라 등을 수반한다. 첨단화·산업화·전문화·분업화된 도시의 기능을 부정해서는 안 될 일이다.

일각에서는 박 시장이 지나치게 옛것에 집착한다고 지적한다. 특히 서울시가 추진하는 역사·생활유산 등 ‘흔적 남기기’ 정책은 쉽게 이해하기 어렵다는 의견이 많다.

대표적으로 재건축 역사유산이 꼽힌다. 지난해 서울시는 잠실주공5단지, 개포주공4단지를 재건축 역사유산으로 지정하고 재건축 시 일부 아파트를 남겨둘 것을 권고했다. 재개발도 아닌 재건축 대형 콘크리트 아파트에 남길 역사적 가치는 무엇인지 여전히 의문이다. 애꿎은 조합원들의 부담만 가중됐다.

재건축 등 정비사업은 서울시 전체 아파트 공급량의 5분의 4를 담당하고 있다. 숨통을 옥죄기보다는 앞으로의 대책을 마련할 때다. 개인적 취향을 벗어나 도시의 기능이 향상된 서울을 시민에게 제공해야 한다.

농촌 사회와 옛것이 그립다면 직접 귀농할 것을 추천한다. 서울은 농촌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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