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캡틴 마블' 속 1990년대 닉 퓨리(사무엘 잭슨)는 머리숱과 탱탱한 피부를 가지고 있다. 그리고 잃었던 한쪽 눈도 되찾았다. <사진=월트디즈니코리아>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젊어지려는 욕망은 누구나 가지고 있다. 몸이 젊어지는 것이 어렵다면 최소한 겉모습이라도 젊어지기 위해 사람들은 얼굴에 뭔가를 바르고 피부 관리를 한다.

젊어지려는 욕망은 삶을 조금이라도 지속하려는 욕구에서 나온다. 흔히 말하는 ‘생명연장의 꿈’과 같다.

그러나 이런 욕망에 따른 행동은 흐르는 강물에 보를 쌓아올리는 것과 같다. 완전하게 막을 수 없으며 섣불리 막다가는 화를 부르기 마련이다. 강물은 높은 곳에서 낮은 곳으로 흘러 바다로 향한다. 세월은 과거에서 현재를 지나 미래로 향한다. 삶 역시 탄생에서 현재를 거쳐 죽음으로 향한다.

최근 마블씨네마틱유니버스(MCU)는 새로운 컴퓨터 생성 이미지(CGI·Computer-Generated Imagery) 기술에 재미를 붙인 듯하다. 나이든 배우의 젊은 모습을 구현하는 것이다. 이것이 재미를 본 건 ‘캡틴 아메리카:시빌워’부터다.

토니 스타크(로버트 다우니 주니어)는 심리치료 프로그램 BARF(‘방귀’를 뜻하는 영어와 발음이 같다)를 설명하기 위해 자신의 트라우마를 3D 홀로그램 영상으로 구현한다. 여기에는 20대 시절 부모님과의 마지막을 알지 못하고 퉁명스러운 토니의 모습이 등장하는데 이때 어린 토니를 보여주면서 ‘젊어보이는 CGI’가 사용됐다.

이후 ‘앤트맨과 와스프’에서 호프 반 다인(에반젤린 릴리)의 어린 시절을 보여주는 과정에서 부모인 행크(마이클 더글라스)와 재닛(미셸 파이퍼)의 젊은 모습을 보여준다.

다음달 개봉을 앞둔 영화 ‘캡틴 마블’에서는 쉴드의 국장 닉 퓨리(사무엘 잭슨)와 콜슨 요원(클락 그렉)의 풋풋한 모습을 재현한다.

과거 영화였다면 특수분장으로 젊어보이게 하거나 늙어보이게 했을 것이다. 다만 이 경우 얼굴에 분장용품을 붙인 탓에 근육 움직임이 부자연스러워 연기가 어려울 수 있다. 그러나 CGI가 이를 대신하면서 한결 자연스럽게 사람 나이를 제멋대로 조종할 수 있다.

노화를 방지하는 연구는 과학계는 물론 화장품과 바이오의학계에서도 활발하게 진행 중이다. 최근 한국연구재단은 노화방지 핵심인 탈모치료에 대한 길을 열었다. 재단은 13일 탈모치료를 위해 대량으로 모유두세포를 생산하는 기술이 개발됐다고 밝혔다.

재단은 성종혁 연세대 교수 연구팀이 저산소 환경에서 배양해 모유두세포의 증식 능력을 획기적으로 향상시켰다고 전했다.

연구팀은 산소 농도가 2%가량인 저산소 조건에서 모유두세포를 배양해 세포노화를 예방하고 세포증식을 갑절 향상시켰다. 특히 배양한 모유두세포를 피부에 이식했을 때 모유두세포 생존력이 높아지고 모낭 가장자리(외측 모근초) 세포도 증가하는 등 발모 촉진 효과가 입증됐다.

성종혁 교수는 “충분한 모유두세포를 확보하기 어려웠던 한계를 돌파한 연구로 약물치료 및 모발이식을 대체할 탈모 세포치료제 개발에 기여할 것”이라며 “2020년에 탈모환자를 대상으로 임상시험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후속연구 계획을 밝혔다.

'영원한 삶'보다는 '행복한 죽음'을 위한 연구도 필요하다. <사진=픽사베이>

지난해 10월에는 류동렬 부산대 한의과학과 교수가 참여한 국제 공동연구팀이 노화방지 분자인 NAD(Nicotinamide adenine dinucleotide) 세포내부 농도를 증가시키는 약물을 개발했다. ‘NAD 부스터’라 불리는 이 약물은 전 세계 대학과 연구기관에서 ‘꿈의 회춘약’이라고 불린다.

류 교수팀은 필수아미노산인 트립토판으로부터 NAD가 합성되는 과정에 경쟁적으로 관여하는 ACMSD효소를 억제해 NAD 양을 증가시키는 새로운 약물을 찾아냈다. ACMSD는 간과 신장에만 존재하는 효소이기 때문에 이와 관련한 질환에 특이적인 치료제 개발 가능성을 보여줬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있다고 연구팀은 설명했다.

류동렬 교수는 “이번 연구결과는 새로운 형식의 NAD 부스터 가능성을 증명한 것”이라며 “하지만 아직 사람에게 직접 적용하기 위해서는 검증받아야 할 관문이 많다”고 말했다.

이 외에도 노화방지를 위한 과학의 노력은 셀 수 없을 정도로 많다. 고령화 시대가 되면서 평균수명이 늘어난 만큼 젊음을 유지하려는 노력은 더 많아지고 있다.

영원히 젊게 살 수 있다면 과연 행복할까. 1980년대 미국영화 ‘하이랜더’는 영원히 사는 전사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 그는 영원히 젊은 모습 그대로 살면서 사랑하는 연인을 먼저 떠나보낸다. 그에게 ‘불사(不死)’는 저주나 다름이 없다.

젊음을 평생 유지하기 위해 부단히 애쓰는 것보다 ‘아름다운 노년’이 될 수 있도록 노력하는 게 더 쉬울 것이다. 과학의 목표도 ‘영원한 삶’보다는 ‘편안한 죽음’을 지향하는 것이 더 이롭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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