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SI 현실로 만드는 디지털 포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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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씨네마 사이언스] '감시자들', 'CSI' 버금가는 대한민국 경찰의 똑똑한 범죄수사
  • 여용준 기자
  • 승인 2019.03.09 08: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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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CBS 인기드라마 'CSI:라스베가스'.

[이뉴스투데이 여용준 기자] 2013년 개봉한 영화 ‘감시자들’은 경찰 내 감시전담 조직을 다룬 이야기다. 정우성과 한효주, 설경구가 출연해 전국 550만명의 관객을 동원하며 큰 성공을 거뒀다. 이 영화는 2007년 유내해 감독의 홍콩영화 ‘천공의 눈’을 리메이크 한 작품이다. 당연히 픽션이며 우리나라 경찰에는 ‘감시전담조직’이 없다.

‘감시자들’이 개봉하고 두 달 뒤 경기도 하남에서는 끔찍한 묻지마 살인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40대 남성 진모씨는 깊은 밤 육교를 지나던 중 여고생 A양(17)을 발견하고 금품을 갈취할 목적으로 흉기로 위협했다. 그러나 A양이 저항하자 범죄가 발각될 것을 두려워해 흉기로 살해했다. 

당시 경찰이 진씨를 검거하는 과정은 ‘감시자들’을 떠올리게 했다. 사건이 벌어진 육교 주변과 인근 지역의 CCTV 영상을 확보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부터는 ‘감시자들’과 많이 달라진다. 

경찰은 CCTV 영상을 통해 진씨의 동선을 파악했다. 그러나 주택가로 진입하면서 진씨의 동선이 끊겼다. 이때부터 경찰은 이 지역을 특정하고 탐문수사를 시작했다. 당시 진씨가 타고 있었던 자전거를 특정하며 이 지역 주택들을 샅샅이 뒤진 것이다. 

다행히 경찰은 얼마 지나지 않아 진씨를 검거했다. 진씨는 다음해 항소심에서 무기징역을 선고받고 복역 중이다. 

영화 '감시자들'. <사진=NEW>

경찰이 등장하는 어떤 픽션에서 범인 검거과정은 대단히 멋있다. 가장 대표적인 이야기로 미국 드라마 ‘CSI:과학수사대’를 들 수 있을 것이다. 한국에서도 큰 사랑을 받은 이 드라마는 라스베가스와 뉴욕, 마이애미를 오가며 범인을 잡는다. 범인 검거과정은 현장에서 발견된 증거에 대한 과학적 분석과 ‘끝내주는 멋짐’으로 이뤄져있다. 

우리나라 경찰들도 CSI처럼 방대한 데이터베이스와 분석능력으로 범인을 잡느냐고 묻는다면 단번에 “아니”라고 대답할 것이다. 최근 디지털 범죄가 늘어나는 시점에서 이같은 정보들을 분석하는 ‘디지털 포렌식’ 수사방식이 확대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은 PC나 스마트폰 등 저장매체나 온라인 공간에 남은 정보를 분석해 수사하는 방식으로 데이터로 존재하는 증거를 확보하고 분석하는데 쓰인다. 

<사진=픽사베이>

또 온라인상 발생할 수 있는 범죄를 예방하는데 쓰이는 기술도 디지털 포렌식으로 불린다. 지난해 저작권 보호 솔루션 기업인 마크애니는 영상물 불법 다운로드를 막는 워터마킹 기술을 개발해 좋은 반응을 얻었다. 

경찰은 2008년 서울 서초동 대검찰청 옆에 디지털포렌식센터를 열고 마약·유전자·위조문서·영상 등을 정밀 분석하는 장비를 갖춰 증거물 감정과 감식을 통해 사건을 해결하고 있다

디지털 포렌식이라는 말은 최근 여러 뉴스를 통해 자주 들려오고 있다. 가장 최근의 이슈는 2013년 김학의 전 법무부 차관 별장 성접대 의혹과 관련해 경찰이 디지털 증거 수만건을 누락했다는 의혹이다. 대검찰청 과거사 진상조사단에 따르면 경찰이 누락한 자료는 SD메모리와 HDD, 노트북 등에 저장된 사진과 동영상 파일 수만건이다. 

조사단은 “기록상 확보된 진술에 따르면 별장 성접대 관련 추가 동영상이 존재할 개연성이 충분한데도 경찰은 포렌식한 디지털 증거를 송치 누락했고 검찰은 이에 대한 추가송치를 요구하지도 않은 채 김 전 차관에 대해 2회에 걸쳐 ‘혐의없음’ 처분했다”고 밝혔다.

경찰은 범죄의 사전모의나 은닉 흔적을 찾기 위해 디지털 포렌식을 적극 활용하고 있다. 사진은 최근 클럽을 운영하면서 해외 투자자에게 성접대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빅뱅 승리. [연합뉴스]

또 빅뱅 승리의 해외 투자자 성접대 의혹에 대해서도 디지털 포렌식을 통한 메신저 대화내용 복구가 진행 중이다. 

이밖에 김경수 경남도지사가 선거법 위반 등 혐의로 실형을 선고받는데 결정적 역할을 한 텔레그램 메시지도 디지털 포렌식을 통해 복구했다. 이전에는 세월호 참사 학생들의 메신저 내용 복구와 최순실 국정농단 관련 태블릿PC 수사, 숙명여고 시험지 유출사건에도 디지털 포렌식이 사용됐다. 

미국 시장조사 컨설팅 전문기관인 트랜스페런시 마켓 리서치에 따르면 디지털 포렌식 글로벌시장은 2016년 28억7000만달러에서 매년 9.7%씩 성장해 2025년에는 약 66억5000만달러에 이를 것으로 보인다. 

국내에서도 소프트웨어(SW) 기업들을 중심으로 디지털 포렌식 솔루션 개발이 한창 이뤄지고 있다. 

메신저를 통한 금융사기가 늘어나고 범죄모의도 이뤄지면서 온라인상의 효율적인 범죄수사가 절실해지고 있는 상황이다. 발로 뛰고 밤새 서류를 뒤지는 것과 함께 더 편리한 수사기법으로 범죄를 줄이는 그날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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