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 레미콘 차량[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신승엽 기자] 삼표산업이 실적 상승에 효자노릇을 톡톡히 해온 서울 ‘풍납공장’ 철수 문제를 놓고 서울시와 송파구를 상대로 법적 분쟁을 벌이고 있다. 

삼표는 이미 서울시 등으로부터 부지의 65%에 해당하는 보상금을 지급받았지만 기존 입장을 바꿔 지난 2014년 추가 매각 협의에 불응하며, 사실상 매각 무효를 주장하고 있어 궁금증이 커지고 있다.

18일 업계 등에 따르면 레미콘 업계 1위인 유진기업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경쟁하고 있는 삼표는 서울지역 2곳(성수동, 풍납동)에서 레미콘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현재 서울지역 레미콘 공장은 4곳으로 이중 두 곳을 삼표가 차지하며, 서울 서쪽지역 강북과 강남 레미콘 시장을 장악하고 있다.

성수공장에 비해 풍납공장의 생산능력이 낮지만 삼표 레미콘 전체 출하량의 약 12%를 담당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공장 규모 대비 상당히 큰 수치다. 풍납공장은 위례신도시, 문정지구, 남양주 등 현재 개발이 한창인 지역과 인접해 있는 곳이다.

통상 레미콘은 특성상 생산 후 1시간 30분 내에 현장에 배송돼야 하는 제한성으로, 인근 지역 레미콘 공장으로부터 제품을 납품받아야 한다. 때문에 토목공사를 비롯해 개발 지역 인접 레미콘 공장은 수익성은 극대화 될 수밖에 없다. 업계 한 관계자는 “풍납공장은 생산능력 대비 많은 수익을 올리는 이른바 ‘노른자’ 땅에 위치했다”고 설명했다. 

서울시는 1970년 풍납공장 인근 지역을 ‘문화재보호구역’으로 지정하고 1979년부터 공장 이전을 명령했다. 공장 부지가 풍납토성이 위치한 지역이기 때문이다. 이후 2003년 서울시, 송파구와 삼표는 서로 공장부지 협의수용 및 연차별 보상에 원칙적으로 동의하고 2013년까지 연차별 협의보상을 이어왔다. 

원만한 이전절차가 진행되는 도중 삼표는 2014년부터 협의보상을 거부하며 법정소송을 시작했다. 서울시로부터 이미 약 65%(435억원)의 보상을 지급받은 뒤였다. 

오해근 송파구 문화재정책팀장은 “삼표는 2003년 오히려 추가사적지정까지 원했고 2013년까지 원만하게 65%의 부지 매각 합의를 마쳤다”면서 “삼표가 2014년부터 갑자기 협의에 불응하고, 그동안의 협의가 무효라고 주장하고 나섰다”고 말했다. 이어 오 팀장은 “지금까지 삼표측에 지불한 금액은 435억원이고 현재 환율로 계산하면 900억원에 달한다”고 설명했다.

2014년부터 서울시는 6차례 이상 보상협의를 시도했지만 삼표의 불응으로 결국 ‘시유재산 사용허가 취소’를 통보했으며, 이듬해인 2015년 7월 송파구도 ‘행정대집행’을 삼표측에 전달했다. 이에 삼표측은 ‘영업차질’을 이유로 서울시와 송파구를 상대로 ‘행정대집행 계고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는 등 맞불소송에 돌입했다.

송파구가 17일 발표한 풍납토성 성벽 방향은 삼표풍납공장 남쪽 문지 주변과 이어지는 연장선상에 놓여 있다.[송파구]

지난해 1월 19일 서울시와 송파구를 상대로 한 첫 번째 ‘사업인정고시 취소 소송’에서 법원은 삼표측에 손을 들어줬다. 서울행정법원이 2016년 3월 삼표가 서울시를 상대로 제기한 ‘시유재산 사용허가연장 불허가 취소소송’과 송파구의 ‘행정대집행 계고처분 취소소송’에서 삼표의 주장을 수용하면서 풍납공장은 영업을 지속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일 대전고등법원 제1행정부(재판장 허용석)가 진행한 사업인정고시 취소 소송 2심에서는 삼표가 항소심에 패소했다. 삼표와 서울시‧송파구 양측이 상고하면서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황이다. 

대법원 판결을 앞둔 시점에서 송파구는 17일 문화재발굴조사를 바탕으로 삼표의 풍납공장이 사적지인 만큼 삼표가 기존대로 철수를 이행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송파구는 “풍납토성의 서쪽성벽이 풍납공장을 가로지른다”고 밝혔다. 송파구에 따르면 성벽의 잔존 위치는 공장 정문에서 불과 15m 가량 떨어졌고 지난해부터 발굴 중인 남쪽 문지 주변 성벽과 이어지는 연장선상에 위치한다.

송파구 관계자는 “삼표측은 그동안 공장 잔여부지 수용을 위한 사업인정고시 관련 소송에서 성벽은 존재하지 않았고 존재하더라도 공장 우측 영어마을 방향으로 치우쳐 비켜간다는 주장을 되풀이했다”고 강조했다.

서울시는 일단 조심스러운 반응이다. 서울시 관계자는 “대법 판결이 끝나야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할 수 있다”며 “(삼표측이 제기한)소송전은 말도 안된다”고 삼표측에 불쾌감을 나타냈다. 이 관계자는 “사업진행을 위해 최대한 빨리 법적절차가 이뤄지길 바란다”고 말했다.

삼표측도 서울시와 송파구 등의 소송전에 말을 아끼고 있다. 수차례의 시도 끝에 연락이 된 삼표 관계자는 “소송전은 법무팀이 진행하고 있다”면서 “소송과 관련해 파악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답했다. 그는 “대법 판결이 아직 끝나지 않았기 때문에 상대의 의견이 잘못됐다고 주장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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