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표 레미콘 차량이 공장으로 들어서고 있다.[연합뉴스]

[이뉴스투데이 신승엽 기자] 레미콘 전문 기업인 삼표산업이 서울 송파구에 소재한 풍납공장 철수 문제를 두고 서울시와 송파구청 등과 벌이는 첨예한 소송전 배경에 업계 안팎으로 관심이 쏠리고 있다. 업계는 삼표가 사돈지간인 현대자동차그룹이 추진 중인 신사옥 글로벌비즈니스센터(GBC)건설 ‘레미콘 일감 수주’를 위한 ‘버티기’로 인식하고 있다. 

5일 관련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 2003년 삼표는 서울시‧송파구와 송파구 풍납동에 위치한 공장부리 매각을 위해 ‘공장부지 협의수용 및 연차별 보상’에 합의하고, 2013년까지 합의보상을 진행해왔다. 서울시는 2013년까지 435억 원을 들여 공장 면적 2만1076㎡ 중 64%(1만3566㎡)를 매입했다.

하지만 2014년 삼표가 돌연 서울시의 보상을 거부하면서 법적 다툼이 시작됐다. 그해 서울시는 6차례 이상 보상협의를 시도했지만 결국 삼표가 불응하자 결국 ‘시유재산 사용허가 취소’를 통보했다. 이듬해인 2015년 7월 송파구도 ‘행정대집행’을 삼표측에 전달했다. 삼표는 ‘영업차질’을 이유로 서울시와 송파구에 ‘행정대집행 계고처분 취소소송’을 제기하면서 소송전은 전면화 됐다. 

지난해 1월 법원은 삼표가 서울시와 송파구를 상대로 한 ‘사업인정고시 취소 소송’에서 삼표의 손을 들어줬다. 하지만 지난해 11월 2심에서 서울시와 송파구가 승소하면서 현재 대법원 판결을 앞두고 있는 상태다. 

업계 안팎에선 삼표가 돌연 공장 철수 합의 파기와 소송전을 불사하면서까지 버티는 이유로 현대차그룹 신사옥 GBC 건설시 발생되는 막대한 양의 일감 확보 때문 아니냐는 의문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여기에 삼표와 현대차그룹이 사돈지간이라는 관계성까지 더해지면서 의구심이 깊어지고 있다. 정몽구 현대차그룹 회장의 장남 정의선 부회장과 정도원 삼표그룹 회장의 장녀 정지선씨가 지난 1995년 결혼하면서 두 그룹은 사돈지간이 됐다. 

현대차그룹은 2014년 서울 삼성동 한국전력이 이전함에 따라 실시된 부지 입찰에서 10조5500억 원을 투입해 부지를 매입했다. GBC는 연면적 92만6162㎡(28만164평) 규모로 설립된다. GBC는 105층 타워 1개동, 35층 숙박·업무시설 1개동, 6~9층의 전시·컨벤션·공연장용 건물 3개동 등 5개동으로 구성됐다. 공교롭게도 삼표가 갑자기 서울시와의 보상을 거부하기 시작한 시기와 일치한다. 

현대자동차그룹 글로벌비즈니스센터 조감도

현재 서울시 내 레미콘 공장은 천마콘크리트공업, 신일씨엠, 성수공장, 풍납공장 등 총 4곳으로 이중 삼표가 성수와 풍납공장 2곳으로 운영하고 있다. 이중 삼표의 풍납공장과 GBC 간 거리는 약 5km다. 통상 레미콘은 제품의 특수성으로 공장 출하 이후 1시간 30분 내에 배송을 완료해야 한다. 때문에 건설 지역 인근에 위치한 레미콘 공장으로부터 제품을 공급 받아야 한다. 이처럼 풍납공장은 GBC건설 레미콘 공급에 유리한 위치에 자리하고 있다. 뿐만 아니라 삼표 성수공장도 GBC 인근에 위치해 풍납공장의 물량 부족분을 지원할 수 있다. 사실상 GBC 건설에 삼표의 독점적 공급이 가능한 환경이다. 

업계 등에 따르면 지난해 삼표의 전체 출하량은 810만㎥ 이상으로 추정된다. 이중 풍납공장은 삼표 전체 출하량의 12%인 67만5000㎥ 가량을, 성수공장은 18%인 145만8000㎥를 생산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건물 건축시 보통 연면적 기준 1㎡당 1㎥가 사용된다. GBC가 연면적 92만6162㎡규모로 지어지는 만큼 사용되는 레미콘은 약 92만6162㎥로 추산된다. 최근 레미콘 가격이 1㎥당 6만5000원에서 7만원 사이에 형성돼 돼 있어, 단순계산으로 삼표는 레미콘 공급 독점시 GBC 건축으로 최대 648억원 규모의 수익을 올릴 수 있다. 업계에선 GBC 건설로 인한 ‘일감 특수’라고 입을 모은다. 

풍납공장 인근에 위치한 롯데타워의 경우 22만㎥가 사용됐다. 105㎡(32평형) 아파트 약 3500가구를 지을 수 있는 양이다. 또 40만대의 레미콘 차량이 투입된 것으로 알려졌다. 현재 국내에서 운용되는 레미콘의 경우 6㎥를 적재할 수 있어, 현대차그룹 신사옥이 지어질 때 약 15만4360대 이상이 투입될 것으로 추산된다.

삼표 관계자는 “GBC 관련 물자를 대는 것은 현대차가 알아서 할 내용”이라며 “서울시가 아직 승인을 내린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발주 물량을 추측할 수 없다”고 말했다.

업계 관계자는 “삼표의 입장에서는 물량을 독점할 수 있는 풍납공장의 가동을 버틸 수 있는 선까지 끌고 가는 것이 당연하다”며 “혼맥을 제외하더라도 현장에서 가장 가까운 풍납공장이 최소 2년 이상 물량을 대량으로 납품할 수 있기 때문인 것으로 예측된다”고 분석했다.

한편 GBC 건축 안건은 이달 국토교통부의 수도권정비위원회에서 상정될 예정이다. GBC 사업은 지난해 12월과 올해 3월 두 차례 정비위원회에서 인력 배치 계획, 인구유발 효과, 국방부와 협의 부족 등의 이유로 심의가 보류된 상태다. 이번 정비위원회를 통과하면 GBC는 7~8월 중으로 최종 건축 허가를 받아 9월부터 착공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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