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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 이상화와 고다이라가 일깨워 준 올림픽 정신

‘1. 올림픽 게임 2. 월드컵 축구 3. 데이비스컵 테니스대회 중 성격이 다른 하나는?’

정답은 1번 올림픽 게임이다. 월드컵 축구나 데이비스컵과는 달리 올림픽 게임은 국가 대항전이 아니다. 올림픽 헌장 제1장 6조 1항은 “올림픽 게임은 개인과 팀의 대항전이며 국가 간의 대항전이 아니다”라고 명시하고 있다.

IOC(국제올림픽위원회)가 국가별 메달 획득 순위를 집계하지 않는 것도 이 때문이다. 올림픽 개최지를 국가가 아닌 도시 단위로 선정하는 것도 같은 맥락에서일 것이다.

그러면 올림픽은 왜 이처럼 ‘국가’라는 개념과 애써 거리를 두려 하는 것일까. 짐작컨대 스포츠 정신이 정치에 오염되는 것을 저어해서가 아닐까 싶다. 스포츠라는 외피에 정치적 메시지(이를테면 국가나 민족의 우월성 같은)를 담으려는 시도는 동서고금을 막론하고 드문 일이 아니다. 국가대항전일 경우 그런 경향은 더욱 노골화 된다. 올림픽 헌장이 제5장 51조 3항에서 ‘어떤 종류의 정치, 종교, 인종차별적 선전도 금지한다’고 강조한 것도 이런 경향을 경계하는 것이라 생각된다.

하지만 현실의 올림픽에서는 정치적 요인에 의해 그 순수성이 오염되는 사례가 비일비재했다. 히틀러가 베를린 올림픽을 독일 민족의 우월성을 선전하는 기회로 이용하려 했던 것은 잘 알려진 사례다. 뮌헨 올림픽은 ‘검은 9월단’의 테러로 멍들었고 모스크바 올림픽, LA 올림픽은 동서 냉전에 의해 훼손됐다. 베이징 올림픽에서는 이란 선수단이 이스라엘과의 경기를 앞두고 철수해 버리는 사태가 벌어지기도 했다.

그러면 이번 평창 동계올림픽은 어떨까. 아직 대회가 종료되지는 않았지만 적어도 아직까지는 정치에 의해 올림픽 정신이 오염되는 일은 없었다고 생각된다. 물론 북한과의 여자 아이스하키 단일팀 문제 등으로 정치적 시비는 있었다. 하지만 단일팀 자체가 ‘평화’라는 올림픽 정신에 부합하는 일종의 이벤트라는 점을 생각하면 굳이 ‘오염됐다’고 표현할 만한 일은 아니었다. 또 MBC에서 개막식 중계 중 김미화라는 진행자가 정치적 발언으로 물의를 빚기도 했지만 그의 영향력 등을 감안하면 귀 한 번 씻어내면 될 일이다.

오히려 이번 평창에서는 올림픽 정신을 가장 감동적으로 보여주는 장면이 연출됐다. 여자 빙속에 출전한 이상화 선수와 일본의 고다이라 나오 선수가 그 주인공이다.

속된 말로 ‘일본X에게는 가위 바위 보도 지면 안 된다’는 게 대다수 우리 국민들의 정서다. 정도는 덜할지 몰라도 일본 국민들 역시 비슷할 것이다.

하지만 두 선수는 승부가 끝난 후 진심으로 서로에 대한 우정과 존경을 표했다. 고다이라는 울고 있는 이상화에게 다가가 어눌한 한국말로 “잘했어”라며 영어로 “I still respect you”라고 속삭였다. 이상화도 고다이라에게 “정말 자랑스럽다”고 답했다.

올림픽 게임은 치열한 경쟁의 장이기도 하지만 그 전에 우정과 존경을 교류하는 무대라는 점을 보여준 것이다. 특히나 작금은 위안부 합의 문제, 북핵 대처 문제 등으로 양국 외교관계가 잔뜩 경색된 상황이기에 두 선수가 보여준 올림픽 정신은 더욱 돋보였다.

이런 점에서 이-고다이라 두 선수의 스토리는 훗날 평창 동계올림픽을 기억케 하는 에피소드로 새겨둘만 하다고 생각한다. 나아가 두 선수가 보여준 올림픽 정신이 평창을 넘어 세계에 전파되기를 희망해 본다.

임혁  lim5427@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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