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7월 1일부터 가동 중단에 들어간 현대중공업 군산조선소 도크 전경.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설 연휴를 마친 귀성 행렬이 이어지는 가운데 사상 최악의 불황을 겪고 있는 조선·제조업 밀집 지역은 적막에 휩싸였다. 

18일 설연휴를 마친 시민들이 속속 귀경길에 오르고 있지만, 군산을 비롯한 조선밀집 지역에 남겨진 주민들은 현실이 된 산업공동화에 무기력을 느끼며 좀처럼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분위기다. 

한국GM이 지난 8일부터 생산라인과 조업공정을 전면 중단키로 결정한 10일째, 전라북도 군산지역은 한숨과 탄식으로 가득 찬 설명절을 지새웠다. 

군산은 지난해 7월부터 현대중공업이 도크 가동을 중단하면서 사실상 5000여명이 실업이 발생한 지역이다. 이번 GM공장 폐쇄 결정으로 실업자 수는 1만6000여명에 이를 것으로 관측되고 있다. 

국내 1~3차 협력사를 합하면 모두 3001개, 협력사에서 일하는 고용 인원은 약 14만명에 달해 군산 경제는 사실상 초토화된 분위기다.

군산시 한 지역주민은 "제조업의 중요성에 대한 정부의 인식 부재가 낳은 비극"이라며 "삼성전자 스마트폰의 조립공장이 베트남 등 동남아에 있는 반면, 자동차와 조선업의 부품·기자재 업체는 대부분 국내에 있어 고용에 미치는 영향이 비교할 수 없을 만큼 크다"고 말했다.

조선소 밀집 지역도 '한 때  강아지도 만원권을 물고 다닌다'던 호황기의 모습은 온데간데 없어진지 오래다. 경남(거제‧통영‧고성), 울산(동구‧울주), 전남(영암‧목포), 부산(강서‧영도), 전북(군산) 5곳의 경제 상황은 문자 그대로 최악이다.

현대중공업이 위치한 울산 지역의 지난 1월 경치체감지수(BSI) 전망치 역시 73을 기록해 11분기째 부정적인 전망이 지속하고 있다.  

고용노동부에 따르면 이들 지역의 지난해 실업급여 신청자는 전년대비 평균 30% 증가하는 추세로 이는 주변의 마트 등 상권의 동반 위축으로 이어졌다.

대한상공회의소 통계를 보면 지난 3년 소상공인경기체감지수(BSI) 역시 부산의 경우 마이너스 31.9, 경남 32.4, 울산 53.5, 전남 38.2, 전북 50.7의 하락폭을 기록하고 있다.

울산의 한 지역주민은 “한때 유흥가를 형성했던 공장 주변의 식당과 술집은 손님의 발길이 끊기면서 대부분 개점휴업 상태”라며 “새 주인을 찾지 못해 장기간 비어있는 가게도 한둘이 아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해양과 삼성중공업이 위치한 거제도 역시 마찬가지다. 조선업이 호황을 누렸던 1990~2010년 해양플랜트를 비롯해 각종 선박 수주가 이어져 IMF 외환위기에도 끄떡 없었던 이 지역은 지난해 8월 말 8만1651명이던 인구가 4개월만에 7만5825명으로 5826명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역의 부동산 소유자들 역시 임대료를 낮춰도 찾는 이가 없는 역전세난에 신음하고 있다. 아파트 매매지수 역시 88.5로 전국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국민은행이 이날 발표한 주택 매매가격 지수에 의하면 창원은 92.9, 한국GM 군산공장 철수 결정이 내려진 군산은 96.9 수치를 보였다. 

매매가격 지수가 기준치이인 100보다 낮다는 것은 그만큼 매매가격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해 서울, 지방간의 불균형의 지표로 사용된다.

산업 전반에 일파만파로 퍼진 충격으로부터 벗어나기 위해 정부도 관계부처를 총동원한 액션플랜을 가동하고 있지만 주민들의 불안은 줄지 않고 있다.

해양플랜트 부분 수주가 살아나지 않는다면 일자리를 잃게 되는 근로자들이 속출하게 될 것이며, 무엇보다 자영업이 직접적인 타격을 받는 모습이 눈에 두드러진다는 이유에서다. 

경남 고향을 다녀온 한 직장인은 "설 연휴를 전후해 최장 9일까지 휴무에 들어가면서 지역 분위기 전체가 멈춰선 느낌이었다"며 "예전 같으면 3~4일 쉬는 게 고작이었지만 한 달에 4분의 1을 놀기만 한다면 어느 지역 경제가 버틸 수 있겠느냐"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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