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제가 된 증여 방식은 상식적인 것이다. 국세청 홈페이지에는 그런 방법이 합법적인 절차라고 소개까지 돼 있다. 정말 탈세하고 싶다면 그냥 팔아서 현금으로 주면 되는데 그렇게 안했다.”

홍종학 중소벤처기업부 장관 후보자의 자격 논란에 대해 청와대 관계자가 이렇게 얘기했다고 한다.

보도를 통해 이 얘기를 접하고 국세청 홈페이지를 들어가 봤다. 언급된 내용을 찾기 쉽지 않았다. 문제의 청와대 관계자에게 문의하니 국세청 홈페이지의 ‘국세청발간책자’ 메뉴에 들어있는 ‘2017 세금절약가이드 2’의 143페이지를 제시했다. 그 전문은 다음과 같다.

『부부가 공동으로 노력하여 모은 자금으로 부동산 등을 취득하는 경우 요즈음은 공동명의로 등기하는 사람들이 늘고 있지만 아직도 많은 사람들은 가장인 남편 명의로 등기를 하고 있다. 이렇게 한 사람 명의로 계속하여 재산을 취득하게 되면 분산하여 취득하는 경우에 비하여 상속세 부담이 늘어난다.

예를 들어 처와 자녀 1명을 두고 30억 원의 재산을 가진 사람이 사망했다고 할 때, 재산을 모두 본인 명의로 해 놓았을 경우에는 3억 6천만 원의 상속세를 내야 하나, 본인 명의로 20억 원, 처 명의로 10억 원으로 분산되어 있을 때는 5천만 원만 내면 된다.(일괄공제 5억 원, 배우자공제 12억 원으로 가정)

따라서 재산을 취득할 때 모두 남편 명의로 취득하는 것보다 일부는 처 명의로 취득하면 아내로부터 사랑도 받고 나중에 상속세도 절세할 수 있다.

다만, 아내가 소득이 없는 경우 아내 명의로 재산을 취득하면 증여세 문제가 발생할 수 있으나, 10년 이내에 증여한 가액의 합계액이 6억 원 이하인 때에는 증여세가 과세되지 않으므로 6억 원 한도 내에서 아내 명의로 취득하면 증여세 문제도 걱정 없다.』

독자 여러분은 어떻게 생각하시는가? 이 가이드가 홍 후보자의 사례를 설명해 주는가? 기자 생각엔 아니다.

우선 눈에 띄는 차이점은 ‘부부가 공동으로 노력하여 모은 자금으로’라는 부분이다. 홍 후보자 부부와 딸이 취득한 상가건물은 그의 장모가 증여한 것이지 자신들의 공동노력으로 취득한 것이 아니다. 국세청이 이 절세 방법을 안내한 것은 사회적 통념상 약자인 여성의 재산권을 보호하는데 도움을 주겠다는 취지였을 텐데 청와대 관계자는 이를 왜곡해 인용한 셈이다.

더구나 이 가이드에는 가장 논란이 된 ‘격대증여’, 즉 홍 후보자 장모가 외손녀에게 증여한 부분에 대한 설명이 없다. 격대증여에 대한 설명은 국세청 홈택스 홈페이지의 상담사례 코너에서 찾을 수 있었다. ‘손자에게 바로 상속이 되는 경우 불이익이 있다고 하는데 무엇인지요?’라는 상담에 대한 답변은 ‘산출세액의 30%(상속인이 미성년이거나 상속지분 가액이 20억원을 초과할 경우 40%)를 가산한다’는 것이다. 이는 절세 가이드라기보다는 가산세에 대한 경고성 안내다. 이 안내대로라면 홍 후보자의 딸도 가산세를 부담했을 텐데 굳이 따져 묻지는 않겠다.

이어진 청와대 관계자의 발언 중 “정말 탈세하고 싶다면 그냥 팔아서 현금으로 주면 된다”는 부분도 틀린 얘기다. 홍 후보자 장모가 건물을 팔면 양도소득세를 내야 하므로 증여해 줄 수 있는 현금이 그만큼 줄어들게 되기 때문이다. 이 관계자는 홍 후보자가 탈세할 생각이 없었음을 강변하기 위해 이런 얘기를 했겠지만 설득력은 없다.

이처럼 청와대 관계자의 ‘홍 후보자를 위한 변명’은 허술하기 짝이 없다. 하지만 이런 허술함과는 관계없이 기자 역시 홍 후보자가 탈법을 저질렀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홍종학식 증여’가 상식이라는 얘기에도 어느 정도는 동의한다. 증여할 만한 재산이 있는, ‘가진 자들만의 상식’이겠지만 말이다.

기자가 진짜 문제라고 보는 것은 홍 후보자가 보여 주는 ‘내로남불’식 언행이다. 보도에 따르면 홍 후보자는 2013년 현오석 기획재정부 장관 인사청문회 때 현 장관이 장녀에게 서울 반포동 소재 아파트를 증여한 것을 두고 “종부세 회피 목적 아니냐”며 “이런 게 세무사들이 알려주는 절세 방법”이라고 몰아부쳤다. 같은 기준이라면 자신도 세무사들이 알려주는 절세방법을 뿌리쳤어야 했다.

그는 또 평소 특목고 폐지를 주장했으면서도 정작 자신의 딸은 국제중학교에 진학시켰다. 이에 대해 앞서의 청와대 관계자는 “특목고 폐지는 제도를 손보자는 얘기인데 이 문제를 국제중학교에 딸을 보낸 문제와 연결해 도덕적 책임을 물을 일인가”라며 “이해가 안 된다”고 항변했다고 한다. 하지만 기자의 입장에서는 이 사안의 문제점을 이해 못하는 청와대 관계자가 이해가 안 된다. 가령 이렇게 생각해 보자. A는 유신 시대에 살고 있고 그는 평소 유신철폐를 외쳐 왔다. 그런데 정권에서 A에게 유정회 의원직을 제안하자 덥석 그 제안을 수락한다. 이 경우 A를 어떻게 바라봐야 하는가. 제도를 손 보자는 것과 직업선택이라는 개인사는 분리해서 봐야 한다고 할 것인가?

내로남불과 비슷한 옛말에 “자기는 바담 풍하면서 남에게는 바람 풍 하라고 한다”라는 속담이 있다. 이런 사람들을 두고 ‘바담 풍 훈장’이라고 꼬집기도 한다. 영어에도 ‘Do as I say, not as I do’라는 표현이 있다고 하니 내로남불에는 동서고금이 따로 없는 모양이다. 하지만 요즘들어 내로남불이라는 다툼을 너무 자주 보다보니 지겹다. 홍 후보자가 마지막 바담 풍 훈장이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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