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 “투자는 역시 부동산…1순위는 재건축 아파트”> <부자들의 '부동산 사랑' 그중에 제일은 재건축> <한국 부자들 “그래도 우린 부동산”> <대한민국 부자들 “투자 1순위는 재건축 아파트”>…

지난 1일 주요 언론들은 이런 제목의 기사들을 쏟아냈다.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발표하기 하루 전이었다.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내놓은 ‘2017 한국 부자 보고서’를 다룬 기사들이었다.

1년에 한 차례 나오는 이 보고서의 가장 큰 효용은 ‘부자들은 어디에 투자할까’에 대한 인사이트를 준다는 점일 것이다. 검증되진 않았지만 “부자들을 따라서 투자하면 나도 부자가 될 수 있다”라는 게 세인들의 소박한 생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보고서에 나온 부자들의 투자 트렌드는 시장 흐름과 큰 부분에서 일치한다. 가령 박근혜 정부 때인 2013~2016년 보고서들을 보면 부자들의 보유자산 중 부동산 비중이 매년 줄어들었다. 이를 두고 작년 보고서는 “과거에 비해 부동산 투자를 통한 높은 수익률을 기대하기 어려워지면서 사업체 운영 및 확대를 통한 부의 축적이 활발해지고 있다”고 해석했다. 이 비중이 올해 보고서에서는 다시 52.2%로 반등했다.

올해 보고서에는 또 부자들에게 향후 투자 계획을 물은 결과 ‘현 상태 유지’(39.4%), ‘다른 고수익 부동산 투자’(12.3%) 등 부동산 투자를 지속하겠다는 응답이 많았다는 내용도 있다. ‘부동산의 전부 또는 일부를 처분하겠다’는 응답은 20.2%에 불과했다. 쉽게 표현해 부자들이 다시 부동산 투자에 꽂혔다는 얘기다.

문제는 보고서 공개 하루 뒤에 정부가 ‘8.2 부동산 대책’을 내놓았다는 점이다. 이번 대책은 문재인 대통령의 ‘피자 발언’이 예고했듯이 부동산 가격을 반드시 잡겠다는 의지가 담긴 회심의 대책이다. “집을 투기 수단으로 전락시키는 일을 용납하지 않겠다”는 김현미 국토교통부 장관의 발언에서도 그런 결연한 의지가 읽힌다.

이 지점에서 궁금해지는 것은 KB금융지주경영연구소가 왜 하필이면 정부 대책 발표 하루 전에, 그것도 대책과 엇박자가 나는 내용의 보고서를 내놓았을까 하는 점이다. 더구나 예년의 경우 부자보고서는 매년 6월, 늦어도 7월 초에 나왔다. 그런데 올해는 달포 이상 늦어졌다. 기왕에 늦어진 것이라면 대책 발표 후에 내놓아도 될 텐데 굳이 하루 전에 서두르듯 내놓은 의도가 궁금하지 않을 수 없다.

한 가지 유추 가능한 설명은 정부 대책 발표 후에 내놓을 경우 마치 8.2대책의 실효성을 깎아내리는 것처럼 비춰질 것을 우려해 서둘러 내놓았을 가능성이다. 만약 그런 선의(?)였다면 이해할 만한 구석도 있다. 하지만 ‘부자들의 투자 트렌드’를 알고 싶어 하는 이들에게는 불완전한 정보를 줬다는 점에서 아쉬움이 남는다. ‘8.2대책’과 ‘부자보고서’ 중 어느 쪽 장단에 춤을 춰야 할지 헷갈리기 때문이다.

이에 기자는 연구소 측에 한 가지 제안을 해본다. 빠른 시일 내에 보고서 속 부자들을 대상으로 ‘8.2대책의 효과’를 묻는 설문조사를 해보라는 것이다. 그리하면 올해로 7년차인 ‘부자보고서’의 신뢰도가 한층 더 높아지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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