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인 칼럼]오뚜기가 '갓뚜기 열풍'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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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인 칼럼]오뚜기가 '갓뚜기 열풍'을 경계해야 하는 이유
  • 임혁
  • 승인 2017.07.31 17:0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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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말 휴식 중 인터넷을 뒤지다 빵 터졌다. ‘오뚜기 실상 알려줬다가 집에서 쫓겨난 경영학 교수의 부부대화록’이란 글 때문이었다. 고려대 경영학과 이한상 교수가 한 뉴스사이트에 기고한 글이다. ‘착한 기업’ 오뚜기를 칭찬하는 ‘마눌’에게 오뚜기의 실상을 알려준답시고 겁 없이(?) 따박따박 말대꾸하다 결국 집에서 쫓겨나게 됐다는 내용을 유쾌하게 풀어냈다. 특히 마눌님의 마지막 일갈이 걸작이다. “야! 맨날 술이나 마시는 게.... 니가 언제부터 나라 걱정했다고 이래. 너 오늘 들어오지 마…. 연구실에서 자.”

이 교수 본인도 밝혔지만 당근(^^) 가상의 대화록이다. 이 교수는 그러나 이 글에서 적시한 ‘실상’은 팩트라고 강조한다.

기자는 식견이 부족한 탓에 이 교수처럼 조리 있게 오뚜기의 실상에 딴죽을 걸 생각은 없다. 또 오뚜기가 진짜 착한 기업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소위 ‘갓뚜기 열풍’이 마뜩치 않기는 마찬가지다. 이 교수와는 또 다른 관점에서다. 혹여 오뚜기에게 헛바람이 들어가면 어쩌나 하는 걱정이 그것이다. 물론 오지랖 넓은 기자의 노파심일 수도 있다. 하지만 나름대로 논거를 갖고 하는 얘기다.

보도에 따르면 지난 24~25일 양일간 이마트 매장에서 오뚜기 카레와 라면의 매출은 1주일 전인 17~18일보다 각각 26%, 41% 증가했다고 한다. 문재인 대통령이 기업인과의 간담회에 ‘착한 기업’ 오뚜기의 함영준 회장을 초청한 게 주요인이었을 것이다. 이마트 뿐 아니라 편의점 등 다른 매장에서도 오뚜기 제품 판매가 크게 늘었다고 하니 ‘열풍’이란 표현이 과장은 아니다.

이처럼 판매가 갑자기 늘어나면 회사로선 증설의 유혹을 느끼게 마련이다. 문제는 이 열풍이 얼마나 지속되느냐다. 식품업계에는 ‘증설의 저주’란 말이 있다. 판매가 호조를 보여 시설을 늘리면 그때부터 판매가 둔화되는 것을 말한다. 소비자의 입맛이 그만큼 변덕스럽기 때문이다.

2011년 돌풍을 일으켰던 팔도 ‘꼬꼬면’이 대표적인 사례다. TV 예능 프로그램에서 착안해 기획된 ‘꼬꼬면’은 출시 3일 만에 400만개가 팔리며 라면 시장의 판도를 바꾸는 듯 했다. 이에 회사 측은 호기롭게 500억 원을 투자해 공장 증설에 나섰다. 하지만 꼬꼬면 열기는 예상보다 빠르게 식었다. 2011년 12월 17억8000만원이던 꼬꼬면 매출은 다음해 1월에는 14억3000만원, 2월에는 5억7000만원으로 감소했다.

정도는 다르지만 해태제과의 허니버터칩 열풍도 비슷한 과정을 밟았다. 2014년 출시 첫해 200억 원의 매출을 올린 허니버터칩은 2015년 900억 원어치가 팔려나가며 품귀 현상까지 빚었다. 이에 해태제과는 심사숙고 끝에 190억 원을 들여 제2공장을 증설했다. 당시만 해도 연매출 2000억 원까지 내다봤다.

하지만 요즘 허니버터칩의 매출은 월 80억 원 선으로 공장증설 전 수준으로 돌아갔다. 회사 측은 허니버터칩이 여전히 스낵시장에서 매출 상위권인 점을 들어 “꼬꼬면과는 경우가 다르다”고 설명한다. 하지만 매출이 당초 기대에 못 미치는 것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오뚜기는 ‘증설의 저주’를 피할 수 있을까. 이는 오뚜기 경영진의 의지만으로 가능한 것이 아니다. 판매가 갑자기 늘어나 품귀 사태라도 빚어지면 어떤 일이 벌어지는가. 우선 대리점들부터 공급을 늘려달라고 성화를 댄다. 이쯤 되면 기업으로선 증설의 유혹을 물리치기 어려워진다.

앞에서 갓뚜기 열풍이 마뜩치 않다고 한 것은 이 때문이다. 돌이켜보면 언론에 ‘갓뚜기’라는 애칭이 등장한 것은 작년 2월쯤이다. 소비자 불만에 오뚜기가 진정성 있게 사과했다는 내용이 SNS를 통해 알려지면서였다. 이 때만해도 그저 오뚜기에 대한 소비자들의 호감도가 높아지는 정도였다.

그러다 작년 9월 창업주 함태호 명예회장의 타계를 계기로 다시 한 번 ‘갓뚜기’가 이슈가 된다. 함 회장이 생전에 행한 이런저런 선행들이 재조명된데다 유족들이 상속세를 성실 신고했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네티즌들의 칭송이 쏟아졌다. 이는 인터넷 상에서 ‘오뚜기 제품 구매 운동’ 주장으로까지 이어졌다. 이번 ‘대통령-기업인 간담회’는 여기에 기름을 부은 격이다.

물론 ‘착한 기업’에 대해 소비자들이 지지를 보내고 정부가 칭찬하는 것을 탓할 이유는 없다. 다만 그것이 자칫 경영상의 오판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측면에 대해서도 진지하게 고려해 볼 필요는 있다는 게 이 글을 쓰는 취지다.

끝으로 개취(개인취향)를 고백하자면 기자는 라면을 살 때 열 번에 아홉 번은 오뚜기의 스낵면을 고른다. 오뚜기가 착한 기업이어서가 아니다. 심지어 기자는 스낵면이 오뚜기 제품이라는 사실도 최근에야 알았다. 그저 기자의 입맛에 가장 맞는 라면을 고르는 것일 뿐이다. (유감스럽게도 기자의 가족들 입맛은 달라서 실제 스낵면을 먹을 기회는 많지 않지만…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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