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

[이뉴스투데이 이상헌 기자] "학생 수 780명의 대학의 교수와 2500명 학교의 교수가 같은 월급을 받을 수는 없는 일이다. 교수 임용 초기 도시락 두 개를 싸서 들고 다녔다. 좋은 일자리는 끊임 없는 경쟁과 혁신에서 나오는 것이지 단기적인 부양책으로는 결코 만들 수 없다."

이종욱 서울여대 경제학과 교수는 19일 <이뉴스투데이>와 가진 인터뷰에서 "포용적 성장이란 단기적 부양책으로 가능하지 않을 뿐만 아니라 현 정부의 일자리와 중소기업 정책에서 미래 지향적인 목표와 국민적 합의가 빠져 있다"며 이 같이 말했다. 

연세대 경제학과 출신으로 미국 일리노이드 어배나에서 경제학 박사학위를 획득한 이 교수는 2008년 중소기업학회장, 2013년 한국국제금융학회장을 역임하고 국민행복기금과 상생협력연구회 등을 이끌어온 대표적인 포용적 성장론자로 꼽힌다.  

재벌 해체를 외치는 정운찬 전 총리 등 여느 동반성장론자들과는 달리 대·중소기업간의 상생의 철학을 줄곧 펼쳐온 그는 거시경제학을 듣는 학생들의 강의 교재에 '포용적 성장'이란 문구를 몇 년째 넣어 가르칠 정도다.

이 교수는 기업에 대한 선입관으로 대립‧분열하는 오늘의 현상을 크게 우려하며 "국민적 합의라는 것은 사회 구성원들이 같은 목표를 잡은 뒤 각자의 역할 분담을 고민하는 지점에서 생겨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럼에도 "한국의 노조와 이익 단체들을 보면 목표부터 다르게 잡으면서 자기것만 주장하며 합의를 하자고 나선다"며 일침을 가했다. "박정희 전 대통령 시절 ‘잘 살아보세’라는 구호가 있었다면 지금은 사회 전체가 불평과 불만에 휩싸여 성장이라는 목표를 상실했다"는 지적이다. 

"나는 나보다 능력 있는 교수가 더 많은 봉급을 받아도 불평하지 않는다. 대학 교수의 경우에도 제각기 다른 학생들 수준에 맞게 표준화된 대학 과정을 이해시켜야 하는데, 여기에서도 숙련도의 차이가 난다. 미국의 경우 같은 봉급을 받는 대학 교수들은 찾아보기 힘들다."

▲좋은 일자리를 만들기 위한 정부의 정책을 어떻게 보는가?

우리 사회는 좋은 일자리에 대한 개념 정의가 부족하다. 사무직이라는 이유로 제조업에 비해 월급을 많이 받는 구조다. 이는 차이를 인정하지 않는 평등 의식으로부터 비롯됐는데 한 업종에서 달인이 되는 데 보통 7~10년이 걸린다. 이것이 바로 스스로가 좋은 일자리를 만드는 케이스다. 일반의 창업을 하는데 통상 2년 2개월이 걸리는게 보통이다. 하지만 이런 과정조차 거치지 않은  많은 사람들이 실패를 겪고 불평을 한다.

▲정부는 중소기업부를 설치해 일자리를 만든다고 하는데….

중소기업에 있어서도 좋은 일자리는 제조업 가운데 50인 이상을 고용할 수 있는 기업들이다. 이들의 특성은 틈새 시장 등에서 높은 기술을 보유한 기업들이다. 이런 기업들이 많아져야 좋은 일자리가 나올 수 있다. 기업수로 보면 50인 이상은 3.8%, 10~40인 기업은 8.3%, 나머지10인 이상은 13~14% 정도가 된다. 반면 매업, 숙밥업, 요식업을 운영하는 소상공인의 경우 그 수가 60% 정도에 달하면서도 고용비중은 38%에 불과하다. 이처럼 좋은 일자리가 한정된 만큼 기업이 성장하거나 스스로가 만들어야 하지 정부가 어떻게 할 수 있는 것은 없다. 

▲ 포용적 성장을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먼저 학술적으로 그리고 세계 국제기구에서 정의한 포용적 성장은 장기적인 관점에서 추진해야 하는데, 정부 정책을 보면 너무나도 단기적이며 개념의 이해가 제각각이다. 

일단 대기업이 잘돼야 한다. 왜냐하면 제조업에서는 대기업과 직간접적으로 연관된 협력업체가 60~70%이기 때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기업이 경쟁력을 확보하지 못하면, 중소기업도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상속세 같은 것은 폐지시키는 것이 옳다. 그러는 중에 규제를 대폭 완화하고 세금이 많이 모였을 때 정부가 적극적으로 해야 할 것이 재분배 정책이 될 것이다. 

▲중소벤처기업부 승격을 통해 성장이 가능하다는 정부의 견해에 대해서는?   

현재 기재부에서조차 중소기업들에 대한 지원금이 너무 많아 구조조정 시점이 되지 않았을까 검토중에 있다. 이런 시점 부 승격이 이뤄졌는데 지금이야 말로 패러다임을 바로 잡고 중소기업에 대한 일방 지원이었던 기존의 복지 개념을 벗어나 부로서의 위상을 제대로 갖출 수 있어야 한다.  

왜냐하면 국민들도 중소벤처부가 새롭게 탄생한 만큼 이 부처가 국민경제에 어떻게 기여하는 가를 집중적으로 따질 것이기 때문이다. 과연 이 중소벤처부가 일자리도 창출하고 성장과 수출에도 기여하는지를 말이다. 이런 상황에서 사고의 전환이 없이 중소기업 지원부의 성격을 유지한다면 큰 낭패를 볼 수밖에 없을 것이다.

▲정부는 여러 법제화 수단을 통해 중소기업을 살리수 있다는 생각이다.

경쟁과 혁신을 바탕으로 법이 만들어진다면 가능하다.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중소벤처부가 성공할 수 있도록, 경쟁과 혁신을 키워드로 지속 생존하는 공감대를 이루는 것이 필요하다.

예산을 살펴봐라. 현재 미래부, 문화부, 국방부, 보건복지부, 국토부, 지자체 등 어느 단체 치고 중소기업 예산을 두지 않은 곳이 없다. 그러면서 지원 기준도 제각각이다. 이제는 부로 승격된 만큼  모든 부처의 중소기업 예산을 거둬들여 중복을 피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긴 것이다. 경쟁과 혁신 원칙이 없는 법제화는 국민의 지탄을 받을 수밖에 없다. 

▲문재인 정부에 조언할 점이 한 가지 있다면?

사람들은 현재의 나는 어디까지 왔으며 지금의 행위가 미래에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가라는  생각과 판단에서 자신의 행동을 결정한다. 교수들도 마찬가지다. 학계를 떠나 시민단체 정치운동을 몰입하다보면 현재 상황을 망각하는 경우가 많다. 학계를 떠나 정치를 시작한 인사들은 그 점을 조심해야 한다. 미래의 세대에게 희망이 되는 일은 과연 무엇일까에 대해 국민적 합의점을 도출하는 것이 현 정부의 가장 큰 과제가 아닐까 여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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