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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뉴스투데이 전주영 기자]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청년층·프리랜서·자영업자 등을 평가하기 위해 생활·소비 데이터를 결합하는 ‘대안신용평가’가 금융권 전반으로 확산되고 있다. 최근 카카오뱅크의 ‘카톡 선물하기·카카오 택시·도서 구매’ 등 생활데이터 활용 사실이 알려지면서, 금융권에서는 ‘포용금융 확대’ 기대와 ‘데이터 윤리’ 우려가 동시에 제기되고 있다.
◆ 대안신용평가란
전통적인 신용평가(CB)는 금융거래 내역을 중심으로 점수를 산정한다. 그러나 최근 청년층·초기 자영업자와 같이 금융이력이 짧거나 부족한 ‘씬 파일러(Thin filer)’가 늘면서, 금융권은 금융정보 밖의 비정형 데이터를 분석해 신용을 평가하는 새로운 방식에 주목하고 있다.
생활 소비 패턴, 온라인 결제 기록, 통신요금·공과금 납부 이력 등 일상 데이터가 신용 판단의 지표가 되는 구조다. 해외에서도 미국 업스타트(Upstart), 남미 탈라(Tala) 등이 이 방식을 활용해 금융 접근성이 낮은 계층을 발굴해 왔다.
이러한 대안신용평가의 방향성은 금융당국이 인터넷전문은행 도입하며 공식적으로 제시됐다. 당시 금융위 자료에는 ‘전자상거래 정보 등 빅데이터를 활용한 신용평가’가 혁신효과 중 하나로 명시됐으며, 중국 위뱅크(WeBank)의 사례를 인용해 “소셜 네트워크·빅데이터 기반 신용위험 평가를 통해 기존 신용평가로 대출이 어려운 계층에도 대출이 가능하다”고 설명했다.
◆ 카카오뱅크 대안신용평가모델·신한은행 땡겨요 등 자체 데이터 활용
카카오뱅크는 대안신용평가의 국내 대표 사례다. 카뱅은 내부 발표자료를 통해 카카오 선물하기·카카오모빌리티·교보문고·YES24·롯데멤버스·다날·금융결제원 등 8개 기관의 정보, 약 3800개 변수, 1800만건의 가명결합데이터를 활용한 자체 평가모형을 운영하고 있다고 밝혔다.
카카오뱅크는 이를 ‘금융거래 이력이 부족한 고객의 신용도를 보완하기 위한 분석’이라고 설명했다. 선물하기 내역은 사회적 관계 유지 여부, 택시는 이동 패턴의 규칙성, 도서 구매는 소비 성향 등으로 해석해 점수에 반영한다는 것이다.
카카오뱅크 관계자는 “대출 신청 과정에서 개별 동의를 받은 고객의 정보만, ‘대출 심사 목적’으로만 활용한다”며 사후 삭제 등 내부통제를 강조했다.
카카오뱅크는 자체 대안신용평가모델을 통해 2023년부터 2024년 9월까지 9893억원 규모의 중신용대출을 추가 승인했다.
최근 신한은행 또한 자체 배달앱 ‘땡겨요’ 데이터를 활용한다고 알려졌다. 배달 주문 실적, 리뷰·재구매율, 쿠폰 이용 패턴 등 온라인 상거래 데이터가 자영업자의 신용을 보완하는 방식이다. 배달 주문이 꾸준하고 재주문률이 높은 매장은 기존 신용평가 점수보다 대출 한도가 늘어나고 금리가 낮아지는 식이다. 대표 사례로는 기존 신용평가로는 1000만원 한도에 연 5.44% 금리였던 20대 자영업자가 ‘땡겨요’ 데이터 반영 후 3000만원·4.98% 조건으로 개선된 경우가 있다.
카카오뱅크에 따르면, 생활데이터를 개인별로 직접 결합하거나 특정 행동을 신용도와 1대1로 연결하는 방식이 아니라, 가명정보 기반의 통계적 분석을 통해 모형을 운영하고 있다. 또한 고객의 명시적 동의가 있는 경우에 한해 필요한 정보를 호출해 사용하며, 사전 적재나 동의 없는 활용은 구조적으로 불가능하다.
이 같은 신파일러·중저신용자 평가 정교화가 금융권 전반에서 공통으로 추진되는 방향이라는 설명이다.
설샛별 카카오뱅크 커뮤니케이션실 팀장은 “특정 행동이 신용점수로 바로 연결되는 구조는 아니다”며 “고객 동의 없이 데이터를 수집하거나 저장하는 방식은 가능하지 않다”고 강조했다.
◆ 생활데이터 신용평가의 명암
생활데이터를 기반으로 한 신용평가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생활데이터를 금융에 결합하는 문제는 기술적 접근을 넘어 공정거래·개인정보보호·플랫폼 지배력 문제까지 얽혀 있는 사안”이라고 평가했다.
박 교수는 특히 유럽처럼 SNS·전자상거래 데이터를 금융에 활용할 때 공정거래법과 개인정보보호 차원에서 꾸준한 논의가 이어져야 한다고 주장했다.
신용평가업계 관계자는 “기존 신용평가로 원하는 한도가 나오지 않는 이용자가 본인의 이익에 따라 대안 정보를 활용해 재평가를 선택할 수 있다는 데 의미가 있다”며 “결국 핵심은 정보 주체의 동의와 선택권이며, 제도가 보완된다면 긍정적 활용 가능성이 더 커질 수 있다”고 덧붙였다.
대안신용평가가 금융소외층에게 기회를 제공할 수 있다는 것에는 논란의 여지가 없다. 하지만 실제 모델이 확장되는 속도에 비해 소비자가 자신의 데이터가 어떻게 쓰이고 있는지 이해할 수 있는 구조가 부족하다는 것이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우선, 대출에 필요한 동의 절차다. 소비자에게 충분히 알기 쉽게 설명해야 할 의무가 있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선택 동의’ 항목으로 제시되더라도 이를 거부하면 대출 자체가 제한되기 때문에 사실상 ‘형식적 동의’에 가깝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카카오뱅크 대출을 이용한 한 사용자는 “급전이 필요한 순간에 어떤 정보가 사용되는지 확인하고 고민할 여유가 없다”면서 “어떤 정보가 사용됐는지, 동의 여부도 읽지 못했다”고 밝혔다.
또 비정형 데이터가 증가할수록 평가모형이 복잡해져, 특정 행동(선물하기·택시 탑승 횟수 등)이 신용 점수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소비자가 확인하기 어려운 구조가 된다. 이는 머신러닝 기반 평가모형의 구조적 한계이기도 하다.
생활 소비·이동 패턴 등의 데이터는 표면적으로는 중립적으로 보이지만, 실제로는 소득 수준·직업·생활환경 등 사회경제적 요인이 간접적으로 반영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일부 해외에서는 소셜데이터를 신용평가에 결합하려다 개인정보·편향 논란이 불거진 사례도 있다. 2012년에는 독일 최대 신용정보사 슈파(SCHUFA)가 페이스북 등 SNS 데이터를 크롤링해 신용평가에 활용하는 방안을 연구하려다, 여론과 정치권의 강한 반발로 계획을 철회했다.
또 2015년에는 미국에서 페이스북이 이용자의 소셜 네트워크(친구 관계) 정보를 활용해 신용도를 추정하는 기술에 대한 특허를 취득하면서, 잠재적 차별·편향 가능성을 둘러싼 논쟁이 제기된 바 있다.
금융권에서는 규제 틀 없이 데이터 결합만 빠르게 허용된 점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나온다. 한 금융권 관계자는 “정부가 애초에 이런 방식의 데이터 결합을 너무 넓게 풀어준 것 자체가 문제의 출발점”이라며 “지금은 휴대전화·생활데이터 수준이지만, 논리가 확대되면 벌금·공공서비스 이용 이력, 얼굴인식 기반 결제 정보까지 엮여 한 개인을 데이터로 옭아매는 쪽으로 갈 수 있다”고 말했다. 또한 “편의성과 포용금융의 긍정적 효과만 강조할 게 아니라, 어디까지를 허용할지 사전에 선을 그어두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미국 소비자금융보호국(CFPB) 등도 대안데이터·AI 기반 신용모형 확산에 맞춰 ‘필요 최소한의 데이터 수집’과 ‘모형의 설명가능성, 차별성 모니터링’ 등을 감독 방향으로 제시한 바 있다.
◆ 규제·감독 과제···공정위·개보위 역할은
금융위원회는 대안신용평가를 포용금융 인프라로 보고 생활데이터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배달앱 정보, 유통 플랫폼 데이터, 카드 결제내역 상세 정보, 전기·가스 요금 납부 이력, 소액결제 정보(PG 보유) 등을 평가모형에 포함하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당국은 ‘신파일러 발굴’과 ‘금융 접근성 확대’를 강조하고 있지만, 시장에서는 생활데이터가 신용평가로 연결되는 과정이 커질수록 데이터 윤리·투명성·편향성 검증 등 제도적 논의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도 커지고 있다.
박 교수는 “사업자가 제시하는 ‘혁신’과 ‘포용금융’ 논리가 그대로 정책 논의로 흡수되는 구조”라며, 공정거래위원회와 개인정보보호위원회가 공동 TF를 구성해 해외 사례를 검토하고 데이터 활용 원칙을 먼저 세워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한, “금융정보는 그 자체로 민감한데 생활데이터가 결합되면 영향력은 더 커진다”며 “AI 기반 신용평가가 확대될수록 설명가능성과 검증 체계가 더 필요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대안신용평가는 금융소외층에게 새로운 기회를 제공하는 중요한 시도이지만, 데이터의 성격상 소비자의 이해와 통제권이 충분히 보장되는지가 핵심이다.
AI를 활용해 금융사가 빠르게 모델을 확장하고 있는 만큼, 공정위·개보위·금융당국이 기본 원칙을 마련해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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