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중국 주도의 아시아인프라투자은행(AIIB)이 유럽과 아프리카, 남미 등지에서 25개 회원국을 추가로 확보했다.

도널드 트럼프 신임 미국대통령이 환태평양경제동반자협정(TPP)을 폐기하는 등 세계 자유무역시장에서 발을 빼는 가운데 세계 경제 질서의 축이 중국 중심으로 급속히 쏠리고 있다.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24일(현지시간) AIIB가 캐나다와 아일랜드, 에티오피아, 수단 등 25개 신규 회원국을 확보했으며, 이들은 오는 6월 열리는 연례 회의에서 가입이 확정될 예정이라고 보도했다.

진리췬(金立群) AIIB 총재는 23일 “회원국 확장으로 현재 1000억 달러(약 117조 원) 자본금을 보유한 AIIB의 대출 능력이 더욱 강화된다” 며 “중국은 이미 발전했다. 이제 다른 나라에 공헌할 차례다. 중국은 책임 있는 리더로 인정받을 수 있는 무엇인가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AIIB는 2013년 10월 시진핑(習近平) 아시아를 순방 중이던 중국 국가주석의 제안으로 추진되기 시작했다. 2016년 1월 16일 베이징에서 중국과 한국, 독일, 영국, 인도, 러시아 등 57개 창립회원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창립총회를 열고 공식 출범했다. 아시아 경제 강국 중에선 유일하게 일본이 AIIB에 가입을 하지 않고 있다.

지분율 30.34%를 확보한 중국은 압도적 1대 주주로 26.06%의 투표권을 확보했다. 주요 안건에 대한 거부권을 행사할 수 있는 힘을 보유하고 있다.

FT는 회원국 수가 늘어나면서 중국의 지분율을 줄어들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중국은 비토권을 포기하더라도 회원국 확장을 중시하겠다는 입장이다.

대니 알렉산더 AIIB의 수석 부총재는 “비록 우리가 가입을 간청하지는 않겠지만 문은 다른 나라에도 열려있다. 우리에게 올 수 있다”라고 말했다. AIIB는 미국에도 계속 문을 열어두고 있다고 말하고 있다.

그러나 트럼프 미국대통령은 23일 TPP 폐기 행정명령에 서명을 하고, 북미자유무역협정(NAFTA)의 재협상을 추진하는 등 기존의 무역협정마저 정리하는 상황이다.

알렉산더 부총재는 “첫 번째 가입 시기에 AIIB에 합류를 하지 않은 유럽 국가들이 합류할 것으로 기대한다. 남미 국가들과 캐나나 등이 가입 신청을 했다. 올해 회원 수가 많이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결국 세계 경제 질서는 급속히 중국 중심으로 재편되는 양상이다. 미국과 가장 가까운 동맹국들 중 하나인 영국은 트럼프 등장 이전인 2015년 3월 AIIB 가입을 선언했다. 미국과의 전통적 우방관계보다 경제 살리기란 현실적 목표가 다급한 탓이다. 조지 오즈번 당시 영국 재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전 세계에서 가장 빠르게 성장하는 아시아 시장에서 일하고 투자할 최고의 기회를 우리 기업들에게 제공하겠다”며 AIIB 가입 배경을 설명했다.

얼마 전까지 유엔지역경제위원회(UNEC) 아프리카 지부장을 지냈던 카를로스 로페스는 “아프리카 3개국이 AIIB 가입을 신청했다. 이들 중 특히 에티오피아가 AIIB 가입에 관심을 보인다는 사실은 아주 중요하다”고 말했다.

남아프리카공화국 케이프타운 대학의 초빙교수 자리를 옮긴 로페스는 “최근 트럼프의 미국대통령 당선과 영국의 유럽연합(EU) 탈퇴 결정, 이에 따른 국제 무역거래의 불확실성 등 선진국 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련의 사건들로 아프리카 국가들은 두려움을 느끼고 있다. 아프리카 국가들이 중국 쪽으로 대거 물릴 것으로 예상된다”라고 말했다.

에티오피아 산업정책을 총괄하는 아케베 오쿠바이 선임 장관은 에티오피아가 AIIB 출범 당시 남아공과 함께 가입을 원했지만 마감 시간을 놓쳤다고 말했다.

오쿠바이 장관은 AIIB 가입과 관련된 분담금 협상을 아직 매듭짓지 못했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나 AIIB 사업의 핵심인 에너지와 교통 등 인프라 투자를 받게 되면 분담금 이상의 보상을 받게 될 것으로 확신한다고 말했다.

그는 “AIIB에 가입시 새로운 금융재원에 접근할 수 있다. 에티오피아는 국가예산의 60%를 인프라에 투자한다. 우리는 예산을 대체할 새로운 자본조달 창구를 찾고 있다. AIIB는 우리에게 좋은 기회를 제공할 것이다”고 말했다.

오쿠바이 장관의 말에 따르면 에티오피아는 이제까지 ‘그랜드 에티오피아 르네상스 댐’을 건설하는 데 60억 달러 이상을 투자했다. 이 댐이 완공되면 아프리카 최대 규모인 6000MW의 발전 용량을 갖추게 된다. 에티오피아는 수도인 아디스아바바와 지부티 항을 연결하는 철도 건설 비용으로도 40억 달러를 들였다. 아디스아바바~지부티 철도 건설 비용의 70%는 중국 수출입은행을 통해 조달했다.

키워드
#N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