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유제원 기자]전 세계에서 제4차 산업혁명의 구현은 매우 빠른 속도로 진행되고 있다. 우리나라의 경우 지난해 3월 구글 딥마인드의 인공지능 '알파고'와 이세돌 9단의 세기의 바둑 대결은 4차 산업혁명의 현실을 뚜렷이 각인시켜 주었다.

'4차 산업혁명'이란 로봇이나 인공지능(AI)을 통해 실재와 가상이 통합돼 사물을 자동적, 지능적으로 제어할 수 있는 가상물리시스템의 구축이 기대되는 산업상 변화를 말한다. 세계경제포럼의 창립자이자 회장인 클라우스 슈밥(Klaus Schwab) 박사가 언급한 용어다.

그는 그의 저서 '제4차 산업혁명'에서 약 1만년전 수렵 채집 생활을 하던 인류가 농경생활을 하게 된 농업혁명 이후 18세기 중반부터 세 차례의 산업혁명을 겪었으며 현재 네 번째의 산업혁명이 진행되고 있다고 주장했다.

4차 산업혁명의 물결에서 금융도 예외일 수는 없다. 금융에서 일어나는 4차 산업혁명을 대표하는 용어가 핀테크(Fintech)라 할 수 있다. 금융과 기술의 융합을 뜻하는 핀테크가 금융 분야의 새로운 성장 동력으로 부상하고 있다. 앞서 언급된 미래핵심 기술중 금융에 직접적으로 적용되는 부문은 인공지능 및 로봇공학, 빅데이터 분석, 디지털통화와 블록체인 등을 들 수 있다.

은행들도 앞다퉈 맞손을 잡고 있다. 기업 최고경영자(CEO) 및 임원 전문교육기관인 IGM세계경영연구원은 이달 15일 ‘4차 산업혁명 CEO 클럽’(FRCC)를 출범한다. 이 출범식에는 김정태 하나금융그룹 회장과 조용병 신한은행장 등이 참석해 한국형 4차 산업 금융모델에 대해 논의할 예정이다.

금융당국도 금융회사의 적극적인 참여를 독려하고 나섰다. 임종룡 금융위원장은 지난 6일 제3회 국제금융협력포럼에서 “4차 산업혁명은 거스를 수 없는 시대적 혁명”이라며 “혁명이라는 단어를 쓰려면 그 일이 우리의 실생활을 얼마나 변화시켰는지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이어 “금융혁신의 성공 역시 실물경제의 성장을 지원하고 금융소비자의 생활을 윤택하게 바꾸는 데 달렸다”고 강조했다.

진웅섭 금융감독원장도 “수년 전만 해도 상상의 영역이었던 홍채·정맥인식 등 생체정보를 이용한 금융서비스가 일반화되고 사물인터넷·블록체인 등 4차 산업혁명기술이 산업 DNA를 변화시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은행은 IT기술의 파고를 이용할 수 있는 기술제휴와 역량 구축에 힘써야 한다”며 “감독원도 혁신적인 금융개혁과제를 발굴하고 개선하겠다”고 설명했다.

특히 이세돌 9단과의 대결에서 승리, 세계를 놀라게 했던 알파고를 만든 구글의 딥마인드를 비롯해 IBM, 페이스북,마이크로소프트, 중국의 바이두 등과 같은 글로벌 IT기업들은 2010년 들어 인공지능을 미래 핵심산업으로 보고, 막대한 투자를 진행 중이고, 그런 노력들이 최근 구체적 결실로 이어지고 있다.

인간과 인공지능-지난해 3월 오후 서울 성동구 한국기원에서 시민들이 이세돌 9단과 인공지능 알파고와의 2국 대결 중계를 지켜보고 있는 모습

인공지능 기술이 적용된 메신저 '챗봇' 서비스도 최근 상용화를 시작했다. 챗봇은 '채팅'과 '로봇'의 합성어로, 사용자가 인공지능 컴퓨터와 실시간으로 대화를 주고받으면서 정보와 서비스를 제공받을 수 있는 기술이다.

페이스북은 지난 4월 인공지능을 적용한 챗봇을 공개한 이후 최근에는 일기예보 서비스 '판초', 여행 추천 서비스 '카약', 택시 호출 서비스 '프랜스포테이션' 등 일상 생활에서 유용하게 사용할 수 있는 챗봇 서비스를 잇따라 출시했다.

챗봇은 명령어뿐만 아니라 자연스럽고 일상적인 대화의 문맥을 이해할 수 있다. 뿐만 아니라 사람과의 대화를 통해 새로운 정보를 배울 수 있는 능력도 갖췄다.

챗봇은 사용자 입장에서는 편리한 도구이고, 기업 입장에서는 고객과의 훌륭한 커뮤니케이션 수단이라는 점에서 주목받고 있다.

특히 기업은 챗봇을 통해 고객 상담 서비스를 자동화하여 비용을 절감할 수 있고, 사용자의 특성을 파악해 타겟 마케팅을 할 수도 있다.

인공지능 기술이 투자 분석에도 활용되고 있다. 글로벌투자은행 골드만삭스는 지난해 7월 인공지능 금융분석시스템 '켄쇼'를 도입했다.

켄쇼는 기업 공시, 회계 정보, 뉴스 등을 분석해 투자전략을 즉각 제시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50만 달러의 연봉을 받는 전문 애널리스트가 40시간에 걸쳐 하는 작업을 몇 분 만에 해낸다.

AI 기술이 빅데이터, 클라우드, 사물인터넷(IoT), 모바일 등 현재 ICT 기술과 결합되면 스마트카, 스마트도시 구현이 가능해져 삶의 편의성이 높아지고 산업 발전이 가속화될 것으로 보인다.

4차산업혁명은 과거 산업혁명들과 달리 속도와 범위, 규모 등 모든 측면에서 비교가 안될 정도로 급속하고 심대하게 진행되고 있다는 게 전문가들의 진단이다.

특히 '초연결성((hyper-connectivity)'과 '극자동화((extreme automation)'로 대표되는 특성을 보이면서 과거와는 차원이 다른 산업 환경 및 사회적 파급 효과를 가져올 것으로 예상된다.

사람과 사람, 사람과 사물의 연결을 넘어 사물과 사물이 이어지는 초연결성이 보편화하고, 사람이 하던 육체적인 일을 기계가 대신하는 자동화를 넘어 자동화 자체를 자동화하는, 다시 말해 인간의 정신적 노동까지도 대체하는 극자동화된 세계가 어떤 모습일지 상상하기는 쉽지 않다.

무엇보다 4차산업혁명의 대표주자격인 AI가 인간의 생각과 활동을 돕는 '보완재'로 기능할지, 아니면 일터와 세상의 중심에서 밀어내는 '대체재'가 될지 아무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다.

쓰나미처럼 일상 속으로 몰려오는 4차산업혁명에 맞춰 산업적 제도적 인프라의 대대적인 정비가 시급한 것도 이 때문이다.

인공지능 시대에 맞춰 노동 복지 교육정책의 전면적 개편이 필요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김도연 포스텍 총장은 "4차산업혁명의 거대한 물결이 밀려오는 데 2,3차 산업혁명의 수혜국인 우리나라의 상황은 너무도 미진하다. AI든, 자율주행차든, 사물인터넷이든 핵심 부문에서 선진국에 너무 밀려 있고, 투자도 턱없이 부족하다"며 "교육분야의 전면쇄신을 비롯해 철저한 준비만이 미래를 담보할 수 있다"고 말했다.

한편, 인공지능, 로봇기술 등이 주도하는 '4차 산업혁명'이 일어나게 되면 금융권의 일자리가 가장 큰 타격을 받게 될 전망이다.

한국고용정보원이 설문조사한 4차 산업혁명과 직업세계 변화 인식조사에 따르면 4차 산업혁명에 의해 자신이 종사하는 직업에서 일자리가 감소할 것이라는 응답은 금융·보험관련직이 81.8%로 가장 높았다. 금융·보험직종에서 일자리가 증가할 것이라고 낙관한 응답자는 2.3%에 머물렀다.

금융업계의 일자리가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전망한데에는 인공지능 로보어드바이저나 핀테크, 인터넷전문은행 등의 출현에 따른 영향으로 풀이된다.

지금도 이미 특정 종목의 매수가격과 매도가격 등 다양한 매매조건을 프로그래밍화해 컴퓨터에 입력하면 매입가를 기준으로 하락 또는 상승에 따라 매수·매도하는 '시스템 트레이딩' 프로그램이 존재하지만, 로보어드바이저는 기존 온라인 자산관리서비스와 달리 알고리즘 기반으로 포트폴리오를 관리한다. 거액 자산가에게만 이뤄졌던 프라이빗뱅킹(PB) 서비스가 일반 고객들도 저렴한 수수료로 이용할 수 있어 금융권에서 빠르게 확산되고 있다.

김한준 한국고용정보원 직업연구팀 연구위원은 "4차산업혁명은 모든 제품과 생산과정이 지능화되고 똑똑해지는 것으로 이해하면 된다"며 "특정 업종에 얼만큼 더 영향을 미칠 것인가를 전망하기보다는 1차(농업), 2차(제조업), 3차(서비스) 산업에 4차산업혁명이 결합해 변화를 주는 것으로 보면 된다"고 말했다.

김 연구위원은 "금융업과 같은 서비스업에서도 4차산업혁명의 영향을 받을 수 있지만 농업에서도 비닐하우스에 센서를 장착해 습도와 온도를 자동으로 감지·컨트롤 할 수 있기 때문에 4차산업혁명의 영향을 받게 된다"고 덧붙였다.

반면 다른 한편에서는 4차 산업혁명과 일자리의 상관관계에 대해 섣부른 예측을 경계하는 시각도 있다.

4차 산업혁명으로 인해 기존 직종의 일자리가 사라질 수 있지만 기술의 진보로 새로운 영역에서 일자리가 창출돼 전체적인 일자리 총량이 늘어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다만 4차 산업혁명이 본격화될 경우 인공지능 등 기술진보의 가속화로 산업계가 받는 영향이나 파장이 예상보다 클 수 있어 급변하는 시대 흐름에 뒤쳐지지 않도록 4차 산업혁명과 관련한 미래 신기술분야에 관한 직업훈련이나 직업전환서비스, 고용정책 등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김 연구위원은 "처음 컴퓨터가 개발될 때 사람들은 일자리가 사라질 것이라고 난리를 떨었지만 사라진 일자리가 있는 반면 프로그랭밍, 웹디자인, 보안전문가, 컴퓨터게임 중독상담가 등 새로 창출된 일자리도 많다"며 "4차 산업혁명이 전체 일자리 수를 증가시킬지, 감소시킬지를 현재로써는 섣불리 낙관도 비관도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신 "4차산업혁명으로 인해 일자리가 사라지거나 준비가 취약한 직종이 있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그런 부분에 대한 고용정책의 역량을 집중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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