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이근하 기자] 네이버가 국내 콘텐츠·미디어 스타트업에 대한 투자 계획을 발표한 가운데, 초기 벤처기업계 활성화 명분으로 카피캣(모조품) 피해 기업들을 조직적으로 양산할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최근 네이버는 벤처투자업체 소프트뱅크벤처스와 500억원 규모의 신규 펀드(SB넥스트미디어이노베이션)를 조성하고, 국내 스타트업에 투자하겠다고 밝혔다. 투자자문으로는 스노우 김창욱 대표, 웹툰&웹소설 CIC 김준구 대표가 참여한다.

해당 펀드를 통해 웹툰·비디오·게임 등 콘텐츠의 가치를 높일 수 있는 기술 관련 초기 기업에 집중 투자함으로써 콘텐츠 생태계를 활성화한다는 방침이다. 또 글로벌 시장까지 범위를 늘려 경쟁력 있는 초기 기업 발굴·육성과 더불어 해외 진출도 적극 지원할 예정이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카피캣 논란이 보다 늘어날 수 있다는 우려 섞인 목소리를 내고 있다.

스타트업계 한 관계자는 “국내 스타트업계의 가장 큰 문제점은 고생한 스타트업 창업자들의 출구가 없다는 것”이라며 “초기 창업자들이 혁신적인 아이디어와 기술을 시장에서 검증하면, 그러한 스타트업의 인수를 통해 지속적인 성공 Exit 케이스를 만들어줘야 전체 시장이 선순환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카피캣 논란이 많은 네이버가 초기 아이디어와 창의성이 생명인 콘텐츠 스타트업의 투자자로 참여한다는 것은 한편으로는 국내 스타트업의 초기 아이디어를 조직적으로 들여다보겠다는 또 다른 의도가 깔린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8월 도마 위에 올랐던 스노우 표절 논란이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롤리캠(왼쪽)과 스노우의 각 홍보 이미지

네이버 스노우가 스타트업인 시어스랩의 롤리캠을 베꼈다는 주장이 제기됐던 것. 롤리캠은 스노우 보다 네 달 앞서 출시된 셀카 앱으로, 두 어플 모두 사용자 얼굴을 자동 인식하고 특정 부위에 스티커를 붙이는 기능이 핵심이다.

시어스랩 측은 ▲서비스 콘셉트 ▲스티커 디자인 ▲배경음악 등 세 가지를 지적했다. 카메라 촬영 시 얼굴을 인식해 스티커를 합성하는 방식과 합성되는 스티커 디자인이 유사할뿐더러, 홍보 동영상에 사용된 음악이 일치 한다는 것.

당시 스노우는 “서비스 콘셉트의 오리지널을 따지자면 2011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며 근거 없는 의혹에 불과하다고 일축했다.

스티커 디자인의 유사성에 대해서는 “보다시피 일반적인 디자인으로, 우는 모습이나 미러볼 같은 경우 등등 누구나 생각할 수 있는 스티커다”라며 “시어스랩이 주장하는 스티커들은 누가 먼저 제작·출시했는지 조차 확인 되지 않은 상태다”라고 말했다.

아울러 “앱 배경음악은 1위 음원 사이트에서 베스트셀링 음원으로 선정될 만큼 유명한 곡”이라며 “유명음악을 똑같이 썼다는 이유로 배경음악이 같다고 주장하면 무엇을 어떻게 할 수 있겠느냐”고 반문했다.

그러나 20일 본지 기자가 입수한 자료에 따르면 롤리캠과 스노우의 유사 스티커들 가운데 대다수는 롤리캠이 평균 3~4개월 먼저 제작한 것으로 확인됐다.

 
롤리캠과 스노우의 주요 스티커 제작 시기가 각각 표기됐다.

네이버의 표절 구설수는 처음이 아니다. 지난 6월에는 네이버가 출시한 ‘참여번역Q’가 표절 의혹이 불거진 지 하루 만에 서비스 중단이 결정된 바 있다.

스타트업 플리토의 이정수 대표는 자신의 SNS를 통해 “네이버의 ‘참여번역Q’를 사용해 보니 플리토와 사용자경험(UI)과 흐름(FLOW)이 너무 같다”며 표절 의혹을 제기했다.

이 대표는 “참여번역Q는 처음 써보는 서비스이지만 한 치의 망설임 없이 자연스럽게 사용할 수 있었다”며 “메모 부분이나 사진, 음성 전달 부분은 사실상 플리토 서비스를 사용한 것 같았다”고 주장했다.

특히 참여번역Q를 출시한 팀은 플리토와 데이터 판매계약을 진행 중인 어학사전&전문정보팀으로 알려지면서, 파트너사와의 상생을 기만했다는 비판도 있었다.

결국 김상헌 네이버 대표는 자사 블로그를 통해 “상생의 약속에 크게 어긋나는 것이라고 판단해 이달 중 서비스를 종료하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 스타트업 관계자는 “네이버가 스타트업계의 맏형으로서 보여준 모습들을 감안하면 이번 투자 결정은 400억, 즉 한 개 스타트업 인수 정도 금액을 투척하는 것 일뿐 구글·페이스북·스탭쳇과 같이 정당한 인수를 통해 동반성장하는 모습은 아니다”라고 지적했다.

투자한 기업들의 아이디어를 네이버 플랫폼에 접목하는 데 정당성을 부여하는 수단에 불과하다는 설명이다.

실제 스노우 김창욱 대표는 펀드 조성 간담회에서 “스노우와 웹툰 같은 플랫폼 경쟁에서는 차별화된 콘텐츠와 관련 기술이 더욱 중요해지고 있는 상황으로, 이를 위한 장기적이고 체계적인 준비가 필요하다는 생각을 하게 됐다”며 스타트업 콘텐츠와 네이버 플랫폼의 결합을 시사했다.

스타트업 관계자는 “소규모 투자펀드를 통해 투자 받은 스타트업들은 (표절 등) 문제 제기에 부담을 가지게 될 것”이라며 “카피캣 피해 스타트업을 훨씬 더 조직적으로 양산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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