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자 원장.

[이뉴스투데이 최형호 기자] “아침에 일어나 창밖을 열면 예쁜 꽃들과 나무들이 나를 반기는 것 같다. 그러면 나도 모르게 나무와 꽃에게 인사를 건넨다. 새소리가 들리고 작은 미니 폭포가 있는 곳에서 커피 한 잔하는 여유까지…게다가 아침 일찍 방문객들이 찾아와 나무와 꽃, 폭포를 보며 사진을 찍으며 흐뭇한 모습을 볼 때면 세상을 다 가진 기분이 든다. 난 지금 꿈속에 살고 있다.”

축령산 자락에 자리한 정원이 있다. 아침고요수목원이다. 입구의 고향집정원에서부터, 수목원을 한눈에 내려다볼 수 있는 하경전망대가 있는 하경정원까지 20여개의 정원이 그야말로 ‘장관’이다.

특히 수목원 중심부인 아침광장에 위치한 천년향은 900살이 넘은 수목원의 명물이다. 웅장한 크기에 오랜 세월의 흔적이 느껴져 지나는 사람들의 발걸음을 멈추게 할 정도다.

사시사철 화려한 꽃으로 덮인 33만㎡, 20개의 테마정원에 백두산 자생식물 300여 종을 포함한 총 5000여종이 넘는 식물들이 분포하고 있다.

연 100만명의 방문객 중 이곳을 찾는 많은 이들은 단연 연인이다. 데이트 코스로 이곳만한 곳이 없다는 방증인 셈이다. 숨 막히는 도시의 공기를 피해 자연이 살아 숨 쉬는 정원을 만나기 위해 연인들은 이곳에서 연신 셀카봉을 들고 함박웃음이다.

이런 연유에서인지 이영자 원장의 얼굴은 느긋함으로 가득해보였다. 주변을 바라보는 여유로운 시선이 상대의 바쁜 시선을 멈칫하게 만들 정도로 말이다.

아침고요수목원과 함께한 지 어느새 20년, 이 원장은 매일 다른 모습으로 마주하는 숲과 정원 속에서 자연을 만끽하며 살고 있었던 것이다.

아침고요수목원의 태생은 20년 전 남편인 한상경 삼육대 원예학과 교수와 함께 방문한 캐나다 빅토리아 섬의 부차트 가든에서 시작된다.

당시 원예미학을 공부했던 한 교수는 대한민국에 제대로 조성된 정원이 없다는 것을 오랫동안 아쉬워하다 부차드 정원을 보고 영감을 얻었다.

부부는 대한민국 정원의 아름다움을 널리 알리고 사람들이 마음껏 쉬면서 명상할 수 있는 마음의 고향을 만들고자 했다. 그러던 중 막연히 아침고요수목원을 구상했다. 아침고요라는 이름은 인도의 시성 타고르가 조선을 고요한 아침의 나라라고 예찬한데서 따왔다.

대학에서 교육심리를 전공하고 상담심리학을 강의한 이력이 있는 이영자 원장은 다양한 식물을 보러 오는 것도 좋지만, 아침고요수목원이 사람들의 마음속에 평안을 주기를 바란다고 말한다. 이 원장을 만나 아침고요수목원의 탄생 스토리와 정원에 대한 철학을 들어봤다.

겨울에는 잎을 모두 내리고 잠이든 정원에 어둠이 내리면 새로운 LED전구 수백만개가 빛을 발휘하는 ‘오색별빛정원’이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한다.

-명실상부한 한국의 대표정원으로 자리 잡았다. 비결이 있다면.

정원에 변화를 주기 위한 끊임없는 연구와 교육 또한, 미의 원형(사람들의 마음 속에 있는 자연의 아름대움에 대한 이미지)에 대한 사람들의 갈망을 채워주기 위한 지속적인 노력과 시도라고 생각한다.

-아침고요수목원의 탄생계기가 궁금하다. 스토리를 얘기하자면.

1992년도 남편(한상경 교수)이 미국에 교환교수로 가게 되면서 온 가족이 함께 미국을 가게 됐다. 원예미학을 공부하던 남편과 미국·캐나다에 있는 유명한 정원(garden)을 돌아보던 중 유명한 정원마다 일본식 정원이 빠지지 않고 조성돼있는 것을 봤다.

반면, 한국 정원은 당시 그 어느 곳에서도 볼 수 없었다. 이에 한국 정원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을 품고 한국에 귀국했다.

-아침고요수목원만의 특징은 무엇인가.

한국적 자연의 아름다움인 곡선과 비대칭의 균형을 정원마다 표현해 인위적이지 않고 자연과 조화되는 것이 아침고요수목원만이 가지는 특징이다.

또 천혜의 조건을 갖춘 자연의 혜택을 말할 수 있다. 축령산 자락에 자리하고 있어 적당한 경사를 가진 언덕과 분지가 입체감을 형성하며, 이를 감싸고 흐르는 두 개의 계곡이 있기 때문이다.

-아침고요수목원은 계절별로 카멜레온처럼 변신한다고 들었다. 사계절 아침고요수목원만의 정원 색체가 그대로 묻어난다는데… 사계절 아침고요수목원만의 관전 포인트는 무엇인가.

봄에는 곡선으로 펼쳐진 길을 따라 보이는 하늘길과 하늘정원에 펼쳐지는 다채로운 색상의 튤립 향연이 펼쳐진다.

여름은 6월부터 시작돼 8월까지 이어지는 화려한 여름 숙근초화류가 가득한 ‘J의 오두막 정원’과 ‘에덴정원’ 장관이다. 특히 7월에는 산수국 군락과 수국전시회가 주는 담백하면서도 소소한 매력이 있다.

또 가을에는 축령산에서 흘러 내려온 산자락이 정원과 만나며 노랗게 물든 낙엽송이 장관을 이루고 겨울에는 잎을 모두 내리고 잠이든 정원에 어둠이 내리면 새로운 LED전구 수백만개가 빛을 발휘하는 ‘오색별빛정원’이 환상적인 야경을 연출한다.

아침고요수목원의 태생은 20년 전 남편인 삼육대 원예학과 한상경 교수 함께 방문한 캐나다 빅토리아 섬의 부차트 가든에서 시작된다.

-남편이 선물해 준 정원이라고 들었다.

정원은 본래 동서양을 막론하고 권세와 부를 소유한 제후나 귀족들의 전유물이다. 근세에 들어와서도 대단한 재력을 가진 사람이라야 정원을 만들고 소유할 수 있다.

그런데 이런 정원을 자신이 만들어서 나에게 선물하겠다는 남편의 매우 낭만적이면서도 농담같은 감언이설에 세상물정 모르는 철부지였던 나는 넘어가버렸다.

그 이후 험난한 고생길의 동반자가 돼버렸다(웃음). 가진 것이라고는 근근이 마련한 집 한 채와 작은 과수원이 전부였던 우리에게 정원을 만드는 것을 정말 힘겹고 무모한 도전이었기 때문이었다.

예상치 못한 수많은 장벽이 앞길을 막고 힘겨운 삶을 부둥켜안으며 견뎌온 20년의 세월동안 정원과 자연은 내게 말할 수 없는 위로와 희망 그리고 행복을 선물했다.

남편은 나에게 종종 “나는 사랑하는 아내에게 정원을 만들어 선물한 남자”라는 씨알도 먹히지 않는 공치사를 웃으며 늘어놓는다. 아마 그동안의 미안함을 감추기 위해 던졌던 그 공치사였던 것으로 생각한다(웃음).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로 매년 아침고요수목원이 꼽힌다. 연인들이 이곳을 데이트코스로 꼽는 연유는 무엇이라고 생각하나.

젊은이들 사이에서도 정원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다른 곳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다양한 자연과 어우러지는 정원 풍경이 있기 때문이 아닌가 싶다.

이런 풍경 속에서 연인들이 사랑을 속삭이고 힐링하며 남기는 추억이 그 어떤 것보다 아름답지 않을까.

-특별히 남는 방문객이 있다면.

마음에 상처와 갈등을 안고, 이를 해결하지 못해 애쓰다가 아침고요를 방문해서 아름다운 꽃과 풍경을 보는 순간 마음의 모든 짐들이 해결되는 경험을 한 분들이 있었다.

그 분들은 직접 저를 찾아와 감사하다며 고백을 해주었던 적이 있다. 그분들을 보며 오히려 감사해야 할 사람은 나라고 말했다. 이름은 기억 못하지만 이 자리에서 다시 한 번 감사하다고 말하고 싶다.

-한 여름 밤의 음악회, 튤립·수국·아이리스·무궁화 전시회 등 이곳은 다채로운 행사가 많은 것 같다. 특별히 이런 행사를 마련하는 이유가 있나.

매 계절 변화하는 정원의 아름다움과 함께 전시회에서는 각 계절과 시기에 알맞은 볼거리를 제공해 방문객분들이 더 다양한 식물을 만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해서다. 음악회는 보는 이로 하여금 감성을 북돋아 자연의 아름다움을 배가시켜 특별한 순간을 만들어 준다.

-나에게 정원이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고 보배로운 곳, 늘 안기고 싶은 마음의 안식처, 내 삶을 다 바쳐 가꾸고 사랑하다 생을 마감하고 싶은 곳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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