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미를 장식했던 한 드라마의 흥행은 추억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한 체온을 대중이 얼마나 그리워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 것은 아니었을까? 드라마 방영이후 감각적인 최신 곡들을 밀어내고 노래방에서 10대들의 마음까지 점령해버린 드라마 OST 속 많은 옛 노래들이 그 증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1988년을 그리워하는 것만큼 20년 후엔 2016년을 그리워할 수 있을까? 그 때만큼 그리워할 사람냄새가 남아있을까? 오랜 시간 최고의 자리에서 대중을 울리고 웃게 했던 그리고 앞으로도 그 자리를 지킬만한 자타공인 최고의 아티스트들을 만나 그 해답을 찾아본다.

 

Talk? Talk!

“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예요. 그저 난 고깃덩어리가 되어 외부 자극에 반응하며 편하게 즐기는 거죠. 2D 상태의 책처럼 내 안의 정서를 건드려 나오는 나만이 생산하는 즐거움은 이제 너무 피곤한 거죠.“
“헤프닝만 있는 음악 예술은  탄산음료처럼 소비되고 마는 거죠. 딜리트를 누르면 없어질 간직하고 싶지 않은 게 되고 말죠.”
김형석은?
1989년 인순이의 <이별연습>으로 가요계에 작곡가로 데뷔. 김건모<첫인상>, <아름다운 이별>, 박정현의 <편지할게요>, 박진영의 <너의 뒤에서>, 변진섭의 <그대 내게 다시>, 성시경의 <처음처럼>, 신승훈의 <I Believe>, 임창정의 <결혼해줘>, <늑대와 함께 춤을>, 등 1000여곡의 많은 곡들을 작곡했다.
더 와닿게 말한다면 2011년 저작권료 1위를 차지, 음악 외에도 케이노트뮤직아카데미 대표, 케이튠이앤엠코리아 대표, 한국예술원 학장 등의 자리에서도 능력을 발하는 열정적이다. 모두가 어려운 땅으로 여기는 중국과의 합작프로그램을 성공시킨 집념의 사나이기도 한 그는 <복면가왕> 등 방송활동으로 ‘치킨할배’ 등의 별명을 얻으며 편안한 이미지를 보여주는 반면 최근 <노래의 탄생>을 통해서는 천재 작곡가의 역량을 과시하며 ‘역시 김형석’이라는 탄성을 자아내게 하는 등 예상불가한 매력을 지녔다. 

Q: 89년 인순이의 <이별연습>으로 작곡가 데뷔를 하셨어요. 89년부터 지금까지 가요계 시장이 많이 변했죠?
A: 그렇죠. 오프라인 음반시장에서 온라인 음원 시장으로 변한 것이 가장 큰 변화겠죠. 디바이스의 변화는 말할 것도 없고요.

Q: 음원 시장이 되고 아쉬운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일까요?
A: 개인적으로 앨범이 있을 때는 제가 프로듀서를 하면 타이틀 될 만한 곡 하나 쓰거나 좋은 곡을 받고 내가 좋아하는 노래를 쓸 수 있었어요. 단지 앨범이 요구하는 곡뿐만 아니라 한 사람의 작가로서 내 감성을 담아낼 수 있었던 거죠. 지금은 그게 쉽지 않죠.
특히 아쉬운 점은 실력 있는 창작자들이 너무 놀고 있다는 거죠. 실력이 좋은 작곡가들에게 예전엔 “너도 써봐 너도 써봐”가 됐었죠. 신인 작곡가 작사가에게도 기회가 갈 수 있었고요. 하지만 음원 시장이 되다 보니 써본 놈만 쓰게 되는 거예요.
제작자들은 돈이 들어가는 일이니 안전장치를 찾죠. 당연하기도 해요. 그러니까 쓰던 작곡가만 찾게 되고 그러다 보니 그들을 중심으로 팀이 생기고 팀 작업이 이루어지고 아예 기획사 차원으로 같이 작업이 이루어지게 되기도 하죠.

Q: 정말 언젠가부터 공동작업이 일반화되어버린 것 같아요.
A: 공동작업이란 게 필요한 시대가 되었어요. 빨리 쓸 수 있고 더 좋은 아이디어를 얻을 수도 있겠죠. 통계적으로 확률적으로 곡을 쓴다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아요. 공동 작업은 트랜디한 곡, 기획적인 곡을 쓰기 참 효과적이라 생각해요. 시대를 반영하고 있는 거죠.
기획사가 프로모션 마케팅 등의 진행과 함께 작곡이 이루어지다 보니 머리 의상까지도 기획사들이 원하는 컨셉이 정확하게 있는 상태에서 곡을 쓰게 되죠.

Q: 공동작업의 시너지라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A: 요즘 음악들이 힙합 영향으로 패턴 음악이기 때문에 모여 작업이 가능해요
패턴 음악에서 라임이 중요하죠. 라임은 곧 비트고 그 라임을 통해 가사를 만들어내고 그러니까 공동작업을 할 수 있는 거죠. 4마디 코드 주고 넌 리듬 찍어하고 난 멜로디 쓰는 분업이 가능한 거예요. 코드가 변하고 감성에 의존하는 음악이 아니라면 디테일한 분업까지 가능하죠.

Q: 반대로 공동작업의 한계도 있을까요?
A: 작곡가가 창작자로서의 상상력을 펼 기회나 공간이 크지 않다는 얘기도 되겠죠. 물론 음악이 꼭 기승전결이 있어야 하는 것도 아니고 하나의 이미지로써 하나의 감성을 잘 전달할 수 있으면 돼요. 하지만 어떤 의미를 이루지 못하고 헤프닝만 남는 가사들과 음악들이 만들어지게 될 수도 있다는 게 아쉬움이죠.
그게 과연 대중예술이란 관점에서 봤을 때 팝아트라 해도 의미로써 받아들여지는 무언가가 있어야 해요. 어려운 건 쉽게 쉬운 건 깊게 깊은 것은 재밌게 써라. 어느 일본 작가의 말인데 너무 공감되었어요. 재밌는 게 나쁜 것도 아니고 가벼운 게 싸구려도 아니고…. 하지만 탄산음료처럼 소비되고 마는 헤프닝만으로 끝나지 않는 작품들이 많이 없기를 바랍니다.

Q: 요즘 솔로 가수 찾기가 어려워요. 왜죠?
A: 지루한 거예요. 한 10명이 나와서 이놈 했다 저놈 했다 그러다 혼자 3분을 부르고 있으면 시청자는 지루하게 느껴지는 거죠.
요즘 <노팅힐> 같은 영화 안 볼 거예요. <인턴> 같은 영화는 이제 마니아만 보는 시대가 된 것 같아요.

요즘은 2D 3D를 지나 4D까지 초시각적 감각을 즐기죠. 난 생각할 필요가 없다는 얘기예요. 그저 난 고깃덩어리가 되어 외부 자극에 반응하며 편하게 즐기는 거죠.
2D 상태의 책처럼 내 안의 정서를 건드려 나오는 나만이 생산하는 즐거움은 이제 너무 피곤한 거죠. 요즘 사람들이 원하는 것은 외부의 자극이에요.
의상 음악 무대를 봤을 때 종합선물세트처럼 화려하게 느껴지지만 정작 그 안을 바라봤을 때는 내 안에서 내 안에서 발아할 수 있는 나만의 사색은 중요하지 않게 된 거죠. 솔로 가수를 찾지 않는 이유를 짚어보다 보니 너무 네거티브한 얘기만 했나요? (웃음)

Q: 음악은 화려하고 감각적으로 변해가는데 사람들은 왠지 더 우울해지는 것 같아요. 음악에 영향력이 사라진 걸까요?
A: 시급 8000원에 밤을 새우는 청년들. 등록금이 없어 휴학하는 청년들이 너무 많은데…. 그들이 말하는 것이 헬조선이잖아요. 그들에게 음악으로 위안을 줄 수 있을까? 음악이 그러지 못하고 있는 것도 사실인 것 같아요. 마음이 아프죠. 더군다나 지금 같은 일회성을 원하는 이 시대에 내가 어떤 형태로 시도해서 어떤 도움을 줄 수 있을까 잘 모르겠어요.

Q: 음악이 영향력을 잃어가는 것 같은 이 시대 음악인들은 어떤 음악을 해야 할까요?
A: ‘나는 무엇을 할 것인가.’가 중요하다고 봐요. 내 천성이 갖고 있는 음악.
생각해봤어요. 조한이가 음반을 내고 하지만 요즘 잘 안 낸단 말예요. 왜냐면 그들의 음악을 듣는 사람들의 입장을 생각해보면 옛날 듣던 음악이 편한 나이거든요. 그게 한계인 거죠.
‘아 그렇구나.’ “그럼 너는 뭐할 건데, 안 할 거야?”“아니 할 거야. 그럼 그냥 네가 하면 돼. 내가 할 줄 아는 것을 하면 돼.” 그게 중요한 것 같아요. 작가로서. 내가 할 수 있는 일을 하는 것 말예요.

Q: '슈퍼스타K'에 출연했던 곽진언씨가 테크니컬한 음악이 차고 넘치는 시대에 많은 심사위원의 감탄을 자아내게 했단 말이죠. 관진언씨의 우승은 이 시대 어떤 의미를 주는 걸까요?
A: 마이클잭슨 음악좋다고 모두가 마이클잭슨음악만 모두 한다면 어떻겠어요. 예전 홍콩영화들이 모두 느와르만 나오다 곧 끝나버렸죠. 중요한 건 다양성이죠. 그런 의미에선 큰 깨달음을 준 친구죠. 좌판에 이것저것 많은 물건이 있어야 하는데 그 좌판을 누가 깔까요? 미디어죠.
미디어는 어떤 가수를 어떻게 조명해야 멋있어 보이는지도 잘 알고 있죠.
하지만 나오는 20팀 모두가 걸그룹인게 문제인 거예요. 

Q: 시청률을 포기하지 않아서 그렇겠죠?
A: 그렇죠. 결국엔 그건데…. 그건 어쩔 수 없어 보여요.
저도 중국과 합작프로그램을 만드는데요. 아이돌프로그램이예요. 사실 그게 가장 써먹기가 좋은 거예요. 노래도 부르고 브랜드도 만들고 일종의 광고고 광고 모델인 거죠. 다각적으로 뽑아 먹을 수 있죠. 시청률을 염두에 둬야 한다 해도 미디어가 많은 프로그램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고민해야겠죠. 어떻게 팔 것이냐. 예를 들면 복면가왕처럼 아이돌이 재조명될 수 있는 기획과 컨셉이 필요한 거죠.

Q: 그런 기획과 콘셉트의 고민은 이미 다양하게 시도되고 있는 것 같은데요?
A: 맞아요. <듀엣 가요제> <히든싱어> <너목보> 등 우리 노래의 시장이 되어주는 중국 친구들이 좋아한다는 게 이유일 거예요. 단지 팔기 위함을 넘어선 다양성에 대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봐요.

Q: 음악의 다양성 이전에 있는 곡도 찾아 듣기 힘든 요즘 음악 환경도 문제 아닌가요?
A: 그런 시대의 변화와 함께 더 위험한 것은 스스로 곡을 선곡할 의지마저 귀찮아한다는 데 있다고 봐요. 빅데이터다 뭐다 해서 내가 슬프고 우울해 그러면 컴퓨터가 알아서 들려주잖아요.
앞으로의 시대는 더 그래질 거로 생각해요. 편안한데는 장사가 없죠. 내가 생각하면 노력이 필요하고 심지어 정서도 편리함을 안에 갇히게 되죠. 내가 슬플 때 이 노래를 들어야지가 아니라 나 슬픈데 네가 골라줘 하는거죠.

 “감동은 예측하지 못했을 때 일어나는 거예요. 한 아이가 아빠 엄마랑 행복하게 살고 있다면 그건 감동이 아니죠.
하지만 어떤 아이가 고아인줄 알았는데 엄마 아빠가 나타났다면. 그건 감동이죠.  이런 계산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생각해요.“

Q: 제작하는 입장에서 다양하게 제작하면 되지 않을까요?
A: EXID가 직캠으로 떴잖아요. 제작자가 1억 들여 만든 뮤직비디오는 안 떴는데 직캠으로 떠서 역주행송이라 부르기도 했잖아요.
감을 못 잡는 시대에 살고 있어요. 대형 기획사들의 고민도 이만저만이 아니죠.
지금까지 대형기획사들의 행보를 떠올려 보면 sm은 예전엔 사탕이나 이런 게 어울리는 팬시한 음악과 영상이, JYP는 섹시한 콘셉트의 아티스트들이 떴었죠. 섹시 콘셉트가 아닌 산이, 별, 주 등은 사실 잘 안됐죠. YG는  아웃사이더 스타일의 멋있는 뮤지션들이 되는 반면 무가당 같은 귀여운 재밌는 콘셉트의 아티스트는 안 떴단 말이죠.
팬덤이 회사마다 다르게 각 다른 스타일로 형성되어 있는 거예요. 그런데 팬덤을 만족 시키다 그 팬덤이 변심하면 망하는 거죠.
그래서 작정을 못 해요. 혼란스러워하죠. 양날의 칼이죠. 다양성을 지키지 못할 이유기가 거기 있는 거예요.

Q: 그럼 어떻게 아티스트들 개개인이 알아서 준비해야 할까요?
A: 자신의 음악에 마케팅과 음악의 프로모션을 직접 기획 플레이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보여져요. 버클리나 이런 곳은 내 음악을 어떻게 알릴까에 대한 수업도 들을 수 있죠. 노력해 야해요.

Q: 1인 기업화된 아티스트에게 필요한 가장 큰 힘은 무얼까요?
A: 차별된 진정성 아닐까요. 이젠 누구처럼 하고 싶어 정도로는 안 돼요. 내 것을 찾아야 하는 거죠. 예전엔 보편타당한 정서를 좋아했어요.
요즘은 보편타당한 뻔한 것 말고 그 아이만의 독특한 것을 보고 싶어 하죠.
비의 노래는 비와 비의 무대를 위해서 만든 것.
비의 노래를 노래방에서 아무도 안 부르지만 비만의 노래인 거죠. 작곡가와 작사가가 만든 그 노래로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 비를 위한 노래로 존재하는 것.

Q: 1인 기업이 된 아티스트가 바라봐야 할 시장은 어딜까요?
A: 궁극적으로는 중국시장이라 말할 수 있어요. 하지만 중국은 요만한 회사 갖고는 쉽지 않아요. 14억이면 우리나라가 5000이라 쳐도 28배 거기에 화교까지 27억 우리가 30개 있는 것과 같은 땅이죠. 쓰레기 봉지만 팔아도 내수로 2조를 버니까 투자 얘기만 나와도 500억 이렇게 얘기가 나와요. 그러니 나만의 유니크함과 실력으로 나를 어필해서 큰 회사와 계약을 하는 것도 순서라고 봐요.

Q: 요즘은 중국과 어떤 것을 제작 중이신가요?
A: 요즘 중국 합작프로그램 작년부터 하고 있어요. 학생들을 가르쳐서 아이돌을 만드는 <슈퍼아이돌> 시즌1끝나고 시즌2 찍고 있어요.
인기 투표하면 중복투표가 가능하지만 1위가 몇 표냐 하면 1억2천만 표 2위가 1억 표 3위가 8천2백만 표 1억 명이면 우리 인구 다 투표 2번씩 한 거라 봐야죠. 막 태어난 아이부터 돌아가시기 바로 전까지. (웃음)
Q: 미래에는 어떤 음악이 우리를 기다리고 있을까요?
A: 완전 미니멀리즘하게 갈 것 같아요. 소편성의 악기로 멜로디와 목소리 가사의 전달로 감성을 전달할 것으로 예상돼.

Q: 지금도 그렇지만 영상의 형태가 주를 이루지 않을까요?
A: 유튜브가 광고로 돈을 벌잖아요. 클릭 수대로. 이때 감성을 어떤 형태를 통해서 줄 것인가를 신경 써야겠죠.

요즘 발라드는 다 OST잖아요. OST 장점은 매회 뮤비가 되지만 드라마가 끝나면 그 노래도 끝난다는 거죠. 그 순간만 존재하죠. 슈퍼스타케이도 오디션이란 소재를 가진 드라마라고 생각해요. 그 시간 울로 난리 치지만 그 시간이 끝나서 그 영상이 사라지면 그 노래도 끝나요.
영상의 한계죠. <나가수> 출연했던 가수들이 앨범 내도 어떤가요? 임재범 박정현 김건모 다 안됐어요. 영상처럼 자극이 클수록 오래가지 않아요. 이 사람의 스토리가 있어야 하죠. 아름다움이 들어가 진정성이 묻어나야 해요. 그런 고민을 해야 해요.

Q: 대중은 앞으로 어떤 김형석과 함께할 수 있을까요?
A: 저는 앞으로 나이에 맞는 음악을 하고 싶어요.
작년에 <엽기적인 그녀2>를 했는데요. 영화, 드라마, 뮤지컬처럼 트렌드와 상관없는 그런 음악 계속하고 싶고요. 그러다 우연찮게 접점이 생기면 김창환 형이 <Pick Me>를 썼듯이 그럴 수도 있겠죠.

기획/글 김태희
고려대 언론대학원 방송전공 석사.
1995년 ‘페이지’ 객원싱어. 
1993년부터 작사가로 활동. 김종국<별 바람 햇살 그리고 사랑> 주영훈<노을의 연가> 포지션<BLUE DAY> 박효신<메아리> 등의 가요와 <여우와 솜사탕> <장희빈> <히어로> <역전의 여왕> <태양을 삼켜라>등의 드라마 OST 350여곡 작사. 
현재 국민대콘서바토리와 서울문화예술대학, 한국 예술원, 서울종합예술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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