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 대미를 장식했던 한 드라마의 흥행은 추억만이 줄 수 있는 따뜻한 체온을 대중이 얼마나 그리워했는지를 단적으로 말해준 것은 아니었을까? 드라마 방영이후 감각적인 최신 곡들을 밀어내고 노래방에서 10대들의 마음까지 점령해버린 드라마 OST 속 많은 옛 노래들이 그 증거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1988년을 그리워하는 것만큼 20년 후엔 2016년을 그리워할 수 있을까? 그 때만큼 그리워할 사람냄새가 남아있을까? 오랜 시간 최고의 자리에서 대중을 울리고 웃게 했던 그리고 앞으로도 그 자리를 지킬만한 자타공인 최고의 아티스트들을 만나 그 해답을 찾아본다.

talk? talk!

 

 

“모바일시대가 되면서 비디오가 나와 라디오를 죽였다고 했듯이 편리함이 아날로그의 음악을 죽였다고 봐요.“ 

“내가 음악을 찾아듣지 않으면 들을 수가 없는 시대가 됐어요. 음악을 싫어하는 인류가 어딨겠어요. 모바일이 편하지 않은 기성세대는 음악을 못 듣는 시대가 된 거예요.“
     

 

 

주영훈은?
엄정화, 터보, 코요테 등 90년대 신나는 댄스음악을 책임져온 주영훈은 음악이 아닌 1980년 영화 <소나기>로 데뷔했다. 가족과 이민을 떠나서도 음악에 대한 꿈을 이루기 위해 한국으로 혼자 단돈 37만원을 들고 돌아와 가수나 배우가 아닌 작곡가로 활동을 시작 가수, MC, DJ 등 개그맨 뺨치는 유머와 재치로 예능프로그램에서 활발히 활동. 작곡상이 아닌  2003년 MBC 방송연예대상 PD들이 뽑은 스타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Q: 슈가맨 잘 봤습니다. 언제 봐도 유쾌하세요.  
A: 타고난 성격인가 봐요. 어린 시절 동창들이 그러는데 어렸을 때 제가 그렇게 개구쟁이였다고 해요. 선생님들이 당황해할 정도로 골려먹고 그랬대요.
 
Q: 스톰이란 노래도 그렇고 트위스트킹 페스티벌 사랑스러워... 히트곡 중에 신나는 노래가 참 많아요. 빠르다고 신나는 건 아닌데 유난히 주영훈씨가 쓰신 노래들이 이렇게 신나는 이유가 뭘까요?
A: 뭐랄까. 노래를 만들 때 저는 유저가 누구냐를 생각해요. 이 노래를 부르는 사람은 가수지만 이 노래를 가수보다 더 많이 사용할 사람이 누구냐를 먼저 떠올렸던 것 같아요.
이 노래를 사용하는 대중이 신날까 노래방에서 부를까 이 노래를 디제이들이 클럽에서 틀면 술을 마시던 사람들이 와 하고 일어나 스테이지로 뛰어나올까 그리고 또 하나 듣자마자 좋아할까를 생각했어요. 자꾸 듣다보면 매력 있어 하는 거 말고, 그 당시에 이런 부분들을 야마라고 했잖아요. 야마가 있느냐 없느냐를 굉장히 신경 썼던 것 같아요

그 당시엔 ‘야마’란 말로 귀에 들어오는 좋은 멜로디를 설명했다. 곡을 의뢰하건 가사를 의뢰하건 매니저들은 모두가 한 사람처럼 얘기하곤 했다. “‘야마’있게 써주세요.” 기승전결이 있는 감성적 멜로디에서 맘을 사로잡을 멜로디 하나를 그리고 그 멜로디에 꼭 맞을 맘을 다 뺏어버릴 노랫말 하나를 써달라는 거였다. 그 때는 뒷 목 잡게 하는 단어였지만 지금 돌아보면 참 재밌는 표현이었다.

Q: 20주년 기념앨범 중에 장미여관이 부른 트위스트킹은 엘비스프레슬리를 연상시키도록 의도하신 건가요?
A: 네 장미여관이랑 편곡을 하면서 이건 트위스트고 신나는 노래니까 엘비스프레슬리의 락앤롤이면 딱 이겠다. 생각했어요. 엘비스 프레슬리의 저음톤도 장미여관 보컬들에게 잘 어울려 보였구요.

Q: 원곡의 느낌이 판이하게 달라지는 편곡은 별로라고 느끼시나 봐요?   
A: 네. 저는 그게 싫어요. 솔직히 슈가맨이나 불후의 명곡이나 나는 가수다 같은 프로그램에서 들려지는 그런 편곡들을 싫어해요. 원곡이 가진 장점이 하나도 없어요. 가사만 똑같고 음표만 똑같지 이 노래는 이래서 좋아한 건데 그 점이 하나도 없어요. 김치 그 맛이 좋은 건데 배추만 쓴다고 김치가 될 수 있나요. 민망할 정도예요. 코드 건들지 말라는 거죠. 그 코드라서 좋은 건데 그건 바꾸지 않고 신나는 느낌을 살리려면 뭐가 좋을까 생각하다. 정통 락앤롤로 간거죠. 

Q: 가요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리듬이라고 생각하세요?
A: 가요에서 리듬 코드 중요하죠. 어쨌든 저는 리듬 만들 때 가장 오려 걸려서 만들긴 해요 

Q: 예전 곡들 중에 <엘비스프레슬리> 라는 곡도 있어요. 엘비스프레슬리의 스타성을 좋아하시는 건가요? 그 시대 음악이 좋으신건가요?   
A: 복고를 좋아해요. 복고에 중점을 두는 거죠. 사실 엘비스 프레슬리는 관심 없dj요. 이번에 비틀즈 리마스터링 앨범이 새로 나왔지만 저는 잘 안 들어요. 그사운드가 싫더라고요. 마이클잭슨은 지금도 듣고 댄스음악을 하는데 큰 힘을 줬죠. 단지 엘비스 프레슬 리가 살던 그 시대의 복고는 매력적이예요.

Q: 엔터테이너의 역량이 많으셔서 음악을 하는데 작곡가 외에 다른 길도 분명히 있었을 것 같아요. 왜 작곡가로 음악을 시작했나요?
A: 접근이 가장 쉬웠죠. 사실 가수를 하고 싶어서 미주지역에서 대학가요제도 출전하기도 했어요. 그런데 지금도 보면 보컬 응모자가 제일 많은 것처럼 그 때도 그랬어요. 작곡가는 곡만 좋으면 되는데 가수는 외모나 춤처럼 그 밖에 다른 능력들을 많이 보거든요. 

Q: 당시 오디션 볼 때 외모에서 좋은 점수를 못 받으셨나봐요?
A: 그 때는 예쁜 가수를 원했던 때였어요. 남자가수로 치면 김원준같은 가수를 찾던 시절이었어요. 작곡가는 음악만 하면 되는데 가수를 한다고 생각하면 머리부터 발끝까지 신경 써야 했던 거죠.

Q: 너무 배부른 소리 아닌가요? 작곡 능력이 있으니까 그런 말도 하는 거 아니겠어요?
A: 음악이나 예술은 어차피 재능이 있어야 하는 거잖아요. 없는 사람이 하려니까 너무나 힘든 일이겠죠. 장돈건 김태희 같은 외모의 사람은 배우 안 되기가 더 힘들거예요. 임재범 에일리 김범수 같은 사람도 가수 안 되기가 더 힘들 거란말예요. 이렇게 타고난 재능이 있다고 했을 때 가장 접근이 쉬웠다는 거죠.  

Q: 영훈씨의 노력보다는 타고난 음악적 재능이 영훈씨를 히트 작곡가로 만들었다고 보면 될까요?
A: 제 경우 음악적 지식이 깊고 넓지 않았기 때문에 더 잘 됐다고 생각해요. 내가 가진 음악적 지식이 얼마 안됐기 때문에 보다 감각에 의지했고 그래서 더 좋은 멜로디를 뽑을 수 있었다고 생각해요. 내가 가진 것을 보여주는 것에 만족하기보다 들을 사람들을 더 생각할 수 있었던 것 같아요. 

Q: 가장 주영훈다웠던 곡은?
A: <배반의 장미>, <포이즌>, 저는 386세대죠. 내 감성에 마이너의 한이 있는 것 같아요.  
요즘 가요랑 90년대 가요의 차이는 한이 없다는 것 아닐까요. 요즘 아이들은 마이너를 싫어해요. 서구화 되었다고 봐요. 슬픈 걸 슬퍼하죠. 오열 통곡 이게 우리의 정서인데 비해 미국 서양 일본 오열 안하더군요. 슬픈데 슬픔을 참는 그들을 오열했던 우리 민족이 많이 닮아가는 것 같아요. 마이너풍의 슬픔이 없어지고 있죠.

Q: 그럼 요즘 친구들은 슬플 때 어떤 음악을 찾는다고 보세요?
A: 힙합 듣죠. 슬픈 가사의 힙합을 듣는 다구요. 전 개인적으로 울랄라세션이 부른 <서쪽하늘>의 그 슬픈 정서를 좋아하는데 요즘 친구들은 많이 달라졌죠.

Q: ‘토토즐’이나‘밤과 음악사이’를 찾고 즐거워하는 사람들은 단지 추억을 찾는 것만은 아니라고 생각하시는 건가봐요. 
A: 그렇죠. 추억이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금은 잘 들을 수 없는 마이너 음악을 듣고 싶어하는 거죠.

Q: 작곡 전에 특별한 영감이 있었던 곡이 있을까요?
A: <젊은 날의 초상>이라는 노래가 꿈에서 영감을 얻어 썼던 곡이예요. 그런데 얼마전 그런 경험을 또 했죠. 요즘 양수경씨 앨범 작업을 하고 있는데 이번에도 또 꿈에서 가사와 멜로디를 썼어요. 로또번호 불러주듯 말이죠. 그래서 자다가 일어나서 떠오른 멜로디와 가사를 녹음해 두었죠.

Q: 참 신기하네요. 꿈에선 어떻게 작곡을 하죠? 꿈에서 피아노라도 치시나요? 아니면 누가 노랠 불러주나요?
A: 전날 자기 전에 브레드피트가 주인공으로 나왔던 <가을의 전설>이란 영화를 보고 잤는데 꿈속에 브레드피트가 나와서 영화의 한 장면처럼 걷고 있고 동시에 어디선가 극장 가득한 메인테마처럼 가사와 함께 멜로디가 들려오더라구요.   

Q: 보통은 어떻게 곡을 쓰세요? 건반 앞에 앉아 있다고 써질 것 같지는 않은데
A: 보통은 즉흥적으로 곡을 쓰죠. 대부분 요즘 어떤 노래를 많이 듣느냐에 따라 즉흥곡의 색깔이 정해지는 것 같아요. 요즘 라틴이랑 R&B를 많이 듣는다고 하면 그런 것들이 짬뽕이 되어 곡이 만들어지는 거죠. 

Q: 처음 음악 하실 때랑 음악시장이 많이 변했죠? 
A: 그렇죠. 앨범에서 싱글시장으로 오프라인에서 온라인 시장으로 바뀌었죠. 낱개담배를 팔 듯 너무 빠르게 변해가다 보니 유행가도 없죠. 쿵따리 샤바라, 잘못된 만남은 이러 노래들은 분명 유행가였는데 요즘은 차트 1위곡은 많았는데 유행가는 없다구요.
지금은 음악보다는 춤이 유행을 하는 거라 생각해요. 그저 음악은 춤을 따라추기 위해 틀어주는 것 같아요. 

‘짤방’으로 드라마나 예능의 주요 장면만 보고, 웹드라마의 인기는 날로 높아지고 있다. 정보를 제공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선 짧은 시간 조치를 취해 허리나 팔의 둘레가 현격히 줄거나 혈압이 떨어지는 등의 그 효과를 바로 눈으로 확인할 수 있도록 제작되어지고 있다. 이 세대가 얼마나 지루함을 참지 못하는지 얼마나 조급해졌는지 단 몇 가지 미디어 형태와 방송프로그램만 살펴봐도 알 수 있다. 우리 삶속 음악도 빨리 만들어지고 빨리 사라져 한 동안 유행하는 유행가는 찾아보기 어려운 것이 사실이다.

Q: 이런 변화의 이유가 뭘까요?
A: 길거리 레코드 샵이 없어지고 친구 생일이면 클럽에서 가요를 틀지 않았을 때부터라고 생각해요. 리어카에서 좋아하는 음반 전체를 틀어주고 어딜가도 지겹게 듣다보니 그 노래가 들리니 ‘이 노래 뭐야’ 하고 그 노래를 찾아보고 그가수를 알게 됐던 게 예전의 모습이 라면 요즘은 내가 멜론에 회원가입하고 그가수를 알고 있어서 찾아 들어가지 않으면 안 되는 시대가 된 거죠.

Q: 단순한 변화가 아니라 시대가 바뀌없네요.
A: 모바일시대가 되면서 비디오가 나와 라디오를 죽였다고 했듯이 편리함이 아날로그의 음악을 죽였다고 봐요. 내가 음악을 찾아듣지 않으면 들을 수가 없는 시대가 됐어요. 음악을 싫어하는 인류가 어딨겠어요. 모바일이 편하   지 않은 기성세대는 음악을 못 듣는 시대가 된 거예요.

Q: 국민의 정서상으로도 바람직하지 못한 일일텐데...
A: 대기업에서도 그렇고 이런 부분들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지만 쉽지 않죠. 니즈는 있는데 이들을 충족시킬 디바이스가 없다는 게 문제예요. 노인이 여행을 가면서 음악 50곡을 어떻게 담아가겠어요. 
Q: USB에 담아 가야죠.
A: 하지만 유에스비를 사용할 줄 모르면 음악을 못듣는 거죠.

Q: 현재 우리 가요시장의 가장 큰 문제는 뭐라고 생각하세요?
A: 아무리 음악을 잘 만들면 뭘 해요. 음악을 만들어도 소비자가 음악을 접할 방법 이 없는데 유통이 안되는 게  문제인거죠. 그래서 예전 가수들이 활동을 못하고 있는 거예요.  

Q: 아이돌 빼고는 여자 솔로를 만날 수가 없어요. 가요계의 어떤 문제 때문일까 요?
A: 여자가수 뿐만 아니라 남자가수도 없어요. 제작을 했어도 마케팅 홍보를 할 수가 없어요. 홍보력이 좋은 회사에서 손승연을 제작했어도 어디서 홍보를 하면될까요? 없어요. 손승연의 앨범을 찾아보세요. 본인의 노래가 없어요. 불후의명곡 등의 라이브 앨범들이죠. 자신의 노래가 없어요. 이렇게 노래를 잘 하는친구들조차도 그들의 노래를 알릴 마켓이 사라졌어요. 그렇다고 런닝맨 무한도전을 나갈 순 없잖아요.

Q: 언젠가 가요계가 다시 예전처럼 앨범시장으로 돌아올까요? 
A: 저는 사실 부정적입니다. 우리 40대가 더 나이 든다면 우리는 아날로그와 디지털을 다 아는 세대니까 그 때는 그 때의 10대와 같은 디바이스를 사용할 수 있을지 모르지만 지금의 50대 이상은 굉장히 힘들고 어려울 거예요. 

Q: 그러고 보면 음원사이트 순위를 정하는 방법도 많이 변했어요. 
A: 유저가 바뀌니 멜론에 매일 들어오는 사람들이나 그 순위에 참여하게 되는 거죠. 예전같이 방송횟수, 음반판매량이 적용되지 않는 대신 음원사이트에서 많이 클릭되면 1위가 되죠. 그러니 무한도전은 무조건 1위, 이젠 미디어에 노출되지 못하면 어렵죠. 자주 들려서 좋아진 노래를 찾던 시대는 없고 아티스트를 알지 못하면 좋은 노래를 듣지 못하는 시대가 된 거예요.   

예전에는 부산에서부터 인기몰이를 해오는 곡도 있었고 앨범을 발표한지 1년만에 인기를 얻는 곡도 있었다. 거리에서 하나의 앨범을 틀면 사람들이 관심을 갖는 곡들이 걸러지고 그렇게 인기를 얻고 그 소문이 퍼져 방송에도 불려나오게 되었고 방송을 탄 가수는 하루아침에 스타가 되기도 하고 밀리언셀러의 기록을 세우기도 했다. 그렇게 히트곡이 만들어졌고 전 국민이 오랜 시간 못 잊어서 부르다보면 우리는 그런 곡을 국민가요라고 불렀다. 지금은 잊혀지고 사라져 그 흔적을 찾을 수 없게 되었지만...

Q: <응답하라 1988> 드라마 방영 이후 옛날 노래들을 요즘 어린 친구들도 많이 따라 부르는데 음악 감성이 옛날로 돌아갈 조짐일까?
A: 우리가 어릴 때 휘트니휴스턴이 부른 <Greatest love of all>을 참 좋아했는 데, 조지윌슨이 불렀던 원곡이 분명히 있지만 우린 그걸 안듣고 휘트니휴스턴의 그 노래만 좋아했던 거죠. 전 이것과 같은 거라고 봐요. 원곡보다 이적의 <걱정말아요 그대>를 듣잖아요. 80년대 향수 때문에 옛날 노래를 좋아한다 건아니라고 봐요. 

Q: 터보가 3인조로 다시 태어나 엄청난 사랑을 받고 있는데요. 터보만큼 지금 다시 나와도 손색 없을 팀이나 가수 또 누가 있을까요?
A: 안타까운 얘기지만 다 나왔다고 보여요. 안되니까 못 나와서 볼 수 없어서 문제가 되는 거죠. 다행히 터보는 김종국이 예능을 쭉 해왔으니 이 정도구요. 만일 김종국도 김정남처럼 안보이다 나왔다면 터보도 역시 어려웠을 거예요. 
Q: 역시 아티스트의 문제네요. 

Q: 방송은 늘 입던 옷처럼 제작이나 경영보다 편안하실 것 같아요. 방송이 더 잘맞으세요. 아니면 역시 작곡이 더 잘 맞으세요?
A: 내가 좋아하고 내게 맞는 것은 작곡이지만 내 마켓이 없어졌기 때문에 음악으로 먹고 살기 힘들기 때문에 방송을 할 수 밖에요.   
  
Q: 욕심나는 방송이 있나요? 
A: ‘라디오스타’가 제게 잘 맞아보여요.  토크쇼가 적성에 맞거든요.  

Q: 방송 중 난감했던 적 있으세요?
A: <2시의 데이트> DJ때 북한디도스공격이 떠오르네요. 농협뿐 아니라 MBC도 방송시작하자마자 모든 컴퓨터가 다 다운 된거예요. 그래서 모니터에 사연도 안 뜨고 빈 모니터를 보면서 혼자 얘기하고 혼자 노래 틀고 30분을 혼자 얘기했어 요. 끔찍했어요.

Q: 지금까지 했던 방송 중 가장 나랑 잘 맞았다 하는 방송은?
A: ‘야한밤에’랑 방금 말씀 드렸던 라디오 디제이요. 디제이는 매일 한다는 단점 빼고 잘 맞았었죠. 직장인이다. MBC에 취직했다 생각하고 했어요. 녹음을 해놔도 될 것 같은데 그러면 청취자들이 다 안다고 해서 다른 방송 포기해가며디제이 재밌게 했었죠.  

Q: 직접 제작도 하셨었어요. 
A: 그게 순서라 생각했었죠. 축구선수가 나이 들면 코치하고 그러다 감독하는 것처럼 음악작품하다 비즈니스를 순리라 생각했던 게 미스였죠. 제조를 잘 한다고 유통 경영도 잘 하는 게 아닌데 말이죠. 그리고 그 때가 음원시장에 변화하던 과도기였는데 아무 준비 없이 뛰어들었다가 큰 코 다쳤죠 뭐.

Q: 큰 공부 하셨네요. 제작하셨던 가수 중에 이대로 잊혀지긴 아깝다 하는 친구 있을까요?
A: 나오미요. 나오미라는 그렇게 노래 잘 하는 친구를 뜨게 해주지 못한 게 너무미안하죠. 제 평생에 한으로 남아 있어요.  

Q: 기존의 가수들 중 어떤 가수 정도면 다시 제작에 도전해보시겠어요?
A: 너무 많죠. 그래도 꼭 한 사람을 찝어 말하라면 에일리요. 

Q: 에일리는 작곡가들이 다 칭찬을 하네요. 에일리 어떤 매력 있을까요?
A: 미국사람 같은 필과 보이스를 갖고 있죠. 우리 나라 음악이 미국의 음악을 따라가다 보니까 아무래도 미국의 필을 잘 살릴 수 있는 가창력과 음색을 가진 친구라 한번 만들어보고 싶은 욕심나는 친구죠.    

Q: 살면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 유쾌한 영훈씨를 울게 했던 순간이 있을까요? 
A: 많죠. 늘 자살 위험 군이었고, 상처 받았고, 훌훌 털지 못했던 성격 때문에 더힘들었죠. 여러 가지 사건 사고가 있겠지만 그래도 제일 괴로웠던 건 제작했을때가 제일 힘들었어요. 매일 속상하고 매일 자존심 상하고 매일 후회되고 매일죽고 싶었어요. 돈은 돈대로 깨지고 몸은 몸대로 피곤하고 정말 힘들었어요. 하루도 맘 편히 자본 적이 없었어요. 
  
Q: 너무 피곤한 날이면 어느 날로 돌아가고 싶으세요? 저작료 최고로 나오던 그 날로?
A: 저는 어느 때로도 돌아가고 싶지 않아요. 지금이 가장 행복하고 여유로워요.
20대 30대 때는 남들이 보기엔 잘 나가고 유명세를 탄 시기죠. 하지만 너무 힘들었어요. 일도 너무 많았구요. 지금처럼 적당한 관심도 너무 좋고, 아이들과내 시간을 즐길 수 있어 행복해요. 

Q: 내 삶에 성공이 있다면? 
A: 90년대 최고 작곡가 몇 사람 중에 저를 기억해줄 때 내가 작곡가로서 성공했 다. 생각해요. 사람들이 ‘밤과 음악사이’에서 니 노래가 제일 많이 나온다고할 때 뿌듯하죠. 

Q: 한창 방송과 작곡 모두 많이 하셨을 때 어느 쪽이 더 수입이 많았어요?
A: 당연히 작곡이었죠. 그리고 그 때 방송 일 소속사가 힘들 때라서 얼마를 어떻게 받는 건지 묻지도 않고 일을 했어요. 100만원 주면 100만원 받고 10만원 주면 10만원 받고 이번엔 어렵다고 하면 안 받고 그런 식이었죠.  

Q: 살면서 가장 아쉬웠던 점은?
A: 음악하는 사람에겐 방송인이었고 방송인 사이에선 음악인이었죠. 다른 사람들은 방송이 끝나면 회식을 가는데 저는 곡을 쓰러 작업실로 가야했고 노래 녹음을 끝내면 저는 방송을 하러 가야했으니까 친해질 사이도 없었죠. 저는 늘 회색이었죠. 어디도 속하지 못했던 것 같아요. 친해질 기회도 없었어요. 
Q: 지금은요? 
A: 이제야 진짜 내 친구가 생긴 거예요. 결혼 하고 나니까요.  

Q: 방송에서 금연독종 다이어트독종으로 소개 됐어요. 독종이란 말이 영훈씨랑 영안 어울리는데 아내와 아이 때문에 가능하셨던 걸까요?  
A: 태희씨가 아시다시피 전 의지박약인 사람이예요. 그래서 방송 다이어트 대결에나간 거예요. 그래야 할 수 있을 것 같아서요. 그리고 담배는 신기하게도 하루아침에 끊게 되었죠. 저절로요.

Q: 아내가 영훈씨를 꼼짝 못하게 하는 무기가 있을까요? 이를테면 눈물 같은 것?
A: 전혀 없어요. 반대로 우린 남편같은 부인과 아내같은 남편의 조합이라고 하면딱 맞을 거예요. 저는 늘 우리 와이프가 이뻐요. 가로수길에 뭐가 있다 그러면제가 거기 가보자 해서 가보고 손잡고 걷고. 제가 맛있는 게 해놓고 기다리면서 졸고... 그러죠.

Q: 아라가 엄마랑 드라마에 출연했었죠. 좋은 추억이 되었겠어요.
A: 지금은 뭔지도 모르고 찍었지만 커서는 내가 이런 걸 했어. 하고 좋은 추억이되겠죠. 

Q: 아라를 계속 연기 시키실 생각 있으세요? 
A: 다신 하기 싫다고 해요. 새별 3-4시까지 잠도 못자는 것도 힘들고 무엇보다 충격이 컸던 모양이예요. 피디가 연기자들에게 심하게 야단 치는 것 때문에요.

Q: 수입에 대부분을 어디에 쓰시나요? 총각 때 결혼 후 출산 후로 대답해주세요. 
A: 총각 때는 술값(유흥비)에 썼구요. 결혼 후엔 아무래도 신혼집 꾸미기에 대부분을 지출했던 것 같아요. 그리고 지금은 6:4 정도로 옷값과 식사나 술값으로씁니다.

Q: 삶에 원칙이 있다면?
A: 제가 사랑하는 아내와 아이에게 딱 한가지 화내는 게 있어요. 기다리게 하는 거죠. 저뿐만 아니라 다른 사람을 기다리게 하는 것도 안돼요. 남에게 피해 주는 걸 강박적으로 싫어해요. 성격이 급해서 그런지. 맛 집 줄서는 것도 못해 요. 

Q: 영훈씨가 가장 잘 하는 가정 일은?
A: 저는 아기 보는 일이요. 하루종일 아기보라면 볼 수 있어요. 큰 애보다는 7개월 애기가 더 쉽죠. 애기가 순해서 그럴 수도 있지만 조르고 놀아줘야하는 유치원생보다는 말 못하는 아기가 더 좋아요. 기저귀 가는 것부터 먹이고 씻기는것 다 자신 있죠. 

Q: 전혀 싸울 일이 없는 아내가 멋있어 보일 때가 분명히 있을 것 같은데요?
A: 내 주위 남자들의 편이 되어 아내가 이야기 할 때요. 제 아내는 남자가 바람을피워도 남자편이죠. 그리고 또 한가지 멋진 건 슬픈 걸 보고 슬퍼할 줄 아는 모습을 볼 때 참 멋져 보여요. 아내는 영화 보고는 안 우는데 아픈 아이나 장애 아이를 볼 때 아파하고 슬퍼해요.   

Q: 좋은 일도 많이 하시죠?
A: 더 많이 활동하고 싶어요. 교회나 컴패션, 후원하는 엔지오 단체에 말하죠. 내가 뭘 해줄 수 있느냐고. 미안해서 말씀을 다 못하시는데 편하게 말씀해주시면좋겠어요. 가난한 교회 목사님 같은 경우도 이번 달 생활비가 없으면 없다고 말이죠.

Q: 이미지를 개그맨으로 기억하는 사람들도 있는데 이미지 변신하고 싶지 않나요?
A: 사실 더 솔직히 말하면 요즘은 저를 알지도 못하죠. 개그맨이라기 보다는 요즘은 다 합해서 방송인 예능인이라 말하죠. 저는 이 예능인 방송인이 참 좋아요.예전엔 배우를 부러워하고 동경했지만 지금은 아녜요. 배우는 늘 역할에 맞춰변신하고 새 작품에 맡은 역할에 따라 준비해야하죠. 하지만 예능 방송인은 큰준비 없이도 잘 할 수 있죠. 순간의 감각으로 하는 일이라 별 준비도 필요 없죠. 감사한 직업이죠. 대중과도 가깝고...

꽤 오랜 시간 많은 노래들을 함께 작업하며 영훈씨를 알고 지내온 입장에서 인터뷰가 잘 될까? 그것은 기우였다. 영훈씨는 많이 달라진 모습이었다. 내가 나오미의 노래연습을 시키던 시절과도 한그루의 가사를 써 줄때와도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일명 뽕 댄스 대표 작곡가로 개그맨 뺨치는 방송인으로 90년대 사람들의 흥을 책임졌던 그에겐 그림자처럼 따라다니던 사건과 스캔들 그에 따른 소문이 있었다. 하지만 오늘 만난 영훈씨에게선 그런 씁쓸한 그림자를 더 이상 찾아볼 수 없었다. 세상은 너무도 많이 변했지만 주영훈은 그 세상보다 조금 더 현명해져 있었다.

Q: 주영훈이 지난 20년 대중에게 준 것은 무엇일까요? 
A: 뽕댄스가 아닐까요?

Q: 앞으로 대중은 어떤 주영훈을 만나게 될까요?
A: 여기저기 기웃거리면서 한번이라도 더 티비에 나오려 기웃거리는 연예인을 보면서 내가 저렇게 되면 안되는데 하는 생각이 들어요. 저는 전적으로 우리 두딸을 위해서 살 거예요. 김갑수 형님은 재혼 삼혼 해야한다고 하지만 그건 각자 취향대로 살면 될 것 같고, 저는 두 딸의 기사로 집사로 살고 싶습니다. 이젠 스트레스 없이 살고 싶어요. 

Q: 말만 들어도 흐뭇하네요.
Q: 방송만 하면서요?
A: 방송은 뭐 불러줘야 하는 거죠. 이 마저도 불러주지 않으면 못하는 거죠. 어느 중국인이 나타나서 내가 100억을 투자할 테니까 한 번 해보자 그래도 전안한다는 거죠. 

Q: 이렇게 좋은 사람에게 왜 그렇게 안티가 많았을까요?
A: 이경규형이 한 얘기가 있어요. 니가 어느 날 오늘부터 방송을 그만 두겠다든지혹은 작곡만 하겠다든지 선언을 하던가 못생긴 여자를 데리고 나와 결혼 발펴를 한다던가 하면 안티가 확 줄거라고요. 사람들 보기엔 군대도 안갔다 오고 씹을 게 많았던 거죠. 정말 아파서 안간 건데 말입니다.   

기획/글 김태희
고려대 언론대학원 방송전공 석사.
1995년 ‘페이지’ 객원싱어. 
1993년부터 작사가로 활동. 김종국<별 바람 햇살 그리고 사랑> 주영훈<노을의 연가> 포지션<BLUE DAY> 박효신<메아리> 등의 가요와 <여우와 솜사탕> <장희빈> <히어로> <역전의 여왕> <태양을 삼켜라>등의 드라마 OST 350여곡 작사. 
현재 국민대콘서바토리와 서울문화예술대학, 한국 예술원, 서울종합예술학교 겸임교수로 재직 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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