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붕 경제부장

한진해운이 재무구조 개선 및 경영정상화를 위해 채권단과의 자율협약에 의한 경영정상화를 추진키로 했다. 이에 따라 한진해운의 경영정상화를 위한 백기사 역할을 자처하며 그동안 다각적으로 노력해왔던 한진그룹 조양호 회장이 아쉬운 좌절을 맞게 됐다.

22일 한진해운은 이사회를 열어 채권단에 자율협약 신청을 내 빠르면 다음달초부터 채권단 자율협약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사실 한진그룹 입장에서는 한진해운이 자율협약을 신청하는 상황까지 몰린 데 많은 아쉬움이 남을 수밖에 없다.

그동안 대대적인 자구책을 통한 노력은 물론, 뼈를 깎는 수준의 원가절감과 구조조정 노력 등으로 타 국적선사와는 다르게 영업이익까지 시현하기도 했기 때문.

실제로  한진그룹은 지난 2013년 이후 지금까지 총 1조원의 자금을 지원하는 등 한진해운 유동성 위기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해 왔다. 이에 일각에서는 조양호 회장이 그동안 한진해운을 살리기 위해 하는 데까지 했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그동안 한진해운은 컨테이너 선사들의 치열한 경쟁으로 인해 유럽 경기침체, 중국발 경기둔화 등 장기 불황에도 불구하고 컨테이너 선복 공급은 계속 증가했고, 비용에서의 우위를 점하기 위한 선박 대형화 경쟁도 심해졌다. 이런 와중에 초대형선 도입 확대와 선사간 인수합병(M&A) 등으로 경쟁이 심화되면서 공급 증가로 인한 운임시장이 붕괴 수준에 이르렀다.

게다가 해외의 경우 정부 차원에서 해운업의 중요성을 감안해 저금리 지원 등을 통한 지원을 지속적으로 추진, 경쟁력에서도 심각한 위협을 받았다.

덴마크는 세계 1위 해운업체 머스크에 수출입은행이 5억2000만 달러를, 정책금융기관이 62억달러를 대출해준 바 있다.  독일 함부르크시는 2012년2월 세계 3위 선사인 하팍-로이드사의 지분 20.2%를 7억5000만유로에 매입해주는 한편 중앙정부 차원에서 이 회사 채무 18억 달러에 대한 지급보증도 섰다.

프랑스는 부도위기에 빠진 자국선사 CMA-CGM에 금융권과 함께 1조원이 넘는 금융지원을 펼쳤다. 중국의 경우 중국은행을 통해 중국원양운수(COSCO)에 108억 달러를 신용 지원했고, 추가로 중국초상은행이 대출 49억 달러를 제공했다. 일본도 해운업계에 이자율 1%로 10년 만기 회사채 발행을 가능하게 하는 시스템을 구축해 안정적인 금융지원을 제공하는 등 선사 재무구조 개선에 톡톡한 역할을 하고 있다.

이처럼 한진해운 입장에서는 불가항력적인 환경 속에서 영업손실이 증가되고 재무구조가 악화되어 그동안 추진해온 독자적 자구노력만으로는 유동성 문제를 해결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판단한 것이다.  채권단 지원 하에 자율협약을 신청할 수 밖에 없는 게 엄연한 현실인 셈이다.  

그나마 다행인 것은 한진그룹이 한진해운의 자율협약 신청 결정에도 불구하고, 향후 채권단의 지원을 토대로 한진해운 경영정상화에 모든 노력을 기울여 나갈 계획이라는 것이다.

한진해운은 지난 1977년 출범하면서 한진그룹은 육·해·공을 망라한 국내 유일의 수송 전문 그룹으로 자리 잡았다. 1987년에는 지난 1940년대에 설립된 대한선주를 인수하며 국내에서 가장 오래된 선사가 됐고, 현대상선과 함께 국내 양대선사 자리의 위상을 유지해왔다.

이번 자율협약을 계기로 채권단만 '밑 빠진 독에 물 붓기'식으로 지원에 나서서는 안되는 이유이다. 용선료 협상을 통해 비용 부담을 줄이고, 사채권자들은 만기를 연장해주는 등의 종합적인 지원이 필요한 시점이다. 이해당사자들의 양보가 전제돼야만 40년 역사를 가진 국내 양대선사 중 하나인 한진해운을 살릴 수 있는 것이다. 

여전히 종합물류그룹으로서 한진해운을 국가대표 해운사로 성장시키고자 하는 의지를 갖고 있는 한진그룹이 '수송보국(輸送報國, 수송으로 국가에 보답한다)'이라는 그룹 경영철학을 계속 이어 나갈수 있기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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