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희일  금융부장 >

[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금융부장] 국가정보원이 이르면 내달 초부터 테러위험 인물 관련 계좌 정보를 열람한다고 한다.

금융위원회는 지난 3일 테러방지법과 함께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금융정보분석원법)이 국회를 통과함에 따라 후속조치 내용을 담은 시행령 개정안을 입법예고 했다고 밝히고 있다.

개정된 금융정보분석원법은 ‘테러위험 인물’조사업무에 필요하다고 인정시 ‘금융정보분석원(FIU)이 국정원에 특정금융거래 정보를 제공토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개정 시행령 입법예고안에는 국정원장에게 제공하는 정보를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조사업무에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정보'로 정했다. 개정법이 국정원장에게 제공하는 정보를 '테러위험인물에 대한 조사업무'로 포괄적으로 정한 것과 크게 달라 보이지 않는다.

정작, 이를 바라보는 국민들의 입장에선 국가정보원의 ‘테러연계 금융계좌 정보 확인 허용’ 방침이 썩 달갑지만은 않다.

테러 방지법이 통과되면서 바로 ‘나’ 아니, 그리고 ‘당신’의 핸드폰 내용은 물론, 은행에서 거래되는 금융계좌의 모든 내용도 법원의 영장 신청없이 국정원이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지 훔쳐 볼 수 있게 되는 것이다.

이런 사실이 무조건 나쁘다는 것은 아니다. 국가 안보를 위해 필요하면 응당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정작, 국민이 두려워하는 데는 국정원이 펼쳐온 ‘과거의 행적들에 대한 학습효과’에서 비롯됐다.

지난 대선에서도 국정원은 ‘댓글 알바짓’을 하다가 걸렸다. 물론, 지금 이 순간에도 국정원은 인터넷 등에서 눈군가의 글에 ‘댓글 알바 짓’을 하고 있는 지도 모른다. 아니, 미래의 어느 순간에도 똑같은 일을 되풀이 하고 있을지 모른다. 적어도 국정원이 환골탈퇴하거나 한국 땅에서 사라지지 않는 한은 말이다.

뿐만 아니다. 국정원은 전신인 ‘안기부’나 ‘중앙정보부’시절엔 ‘공작 정치’를 펼쳐온 것으로 유명했다. 죄없는 선량한 국민들이 권력을 잡은 집단의 정책에 반대한다는 이유로 ‘정적’이 되고 아무 근거없이 하루아침에 북한과 연계된 ‘빨갱이’나 ‘간첩’으로 몰리고 매장되지 않았던가?

정권에 맞선다는 이유로 정권의 시녀인 ‘안기부’나 ‘중앙정보부’에 잡혀가 고문을 당하거나 병신이 돼 죽은 사람들의 이야기는 이젠 대한민국 사람이면 누구나 아는 이야기다.

이런 정치적 성향을 지향해온 국정원이 이제는 ‘경제분야’, 즉 ‘금융권’에도 손을 뻗치고 있다. 아니, 이미 뻗쳤는지 모른다. 지금 내 계좌가 아니, 당신의 계좌가 국정원에 의해서 이미 감시당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무시무시한 '게르만 우월주의’가 판을 치던 ‘나치 독일’ 시절, 독일의 한 목사는 이런 말을 남겼다고 한다 !

나치에 의해서 노동운동하는 사람들이 잡혀갈 때 (대부분 죽음 당함) 나는 침묵했다 !

나치에 의해서 노조간부들이 잡혀갈 때(대부분 죽음 당함) 나는 침묵했다 !

나치에 의해서, 목사인 내가 잡혀갈 때, 아무도 나를 위해서 아무런 말도 하지 않았다 !

정작, 이같은 ‘나치’독일시절 사람들의 모습이 현재 우리가 살고 있는 현 모습인 줄 모른다. 국정원이 내 주변 사람의 계좌를 조회하든 말든 당장, 내가 피해를 입지 않는다면 나와 아무런 상관 없다는 것이 대체적으로 우리가 보이는 태도다.

지금, 이글을 쓰는 필자 역시 국정원이 ‘블랙리스트’를 작성해 내 핸드폰을 마음대로 까보고, 내 은행계좌를 마음대로 까 보고 있다고 생각하니 벌써부터 오금이 저린다.

물론, 국정원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에 따라 ’정보요청 절차‘를 밟겠다고 약속하고 있다. 검찰청, 경찰청, 국세청, 금융위 처럼 이들과 똑같은 절차를 밟아서 금융정보분석원등에 자료를 요청 하겠다고 한다.

국정원이 서면으로 금융정보분석원에 정보제공 요청을 하면 정보분석심의회 심의를 거쳐 테러위험인물의 계좌정보와 자금거래 내역 등이 서면으로 국정원에 전달되도록 하는 절차를 밟겠다는 것이다.

국정원이 이같은 약속을 했어도 정작, 국민의 입장에선 여전히 믿음이 안간다.

국가를 전복 시키려는 테러리스트를 쫓으며 이들의 금융 계좌 거래 내역을 조사해야 하는데 한시가 바쁜 상황에 있는 국정원이 과연, 차분히 금융정보분석원의 심의회의 심의 절차가 끝날 때까지 기다려 줄 수 있겠냐는 것이 의문이다.

뿐만 아니다. 테러 위험 인물의 계좌 정보와 자금 거래 내역이 서면으로 날아올 때까지 국정원이 과연, 손놓고 가만히 있을 수 있겠냐는 것이다.

그 동안 관례상, 국정원은 심증이 있으면 물증 확보를 위해 먼저 움직여 왔다. 급하면, 금융정보분석원에까지 달려와서 모든 절차를 무시한 체 ‘테러 의혹 인물’ 관련 모든 자료들을 바로 요구하고 확보해 갈 것이기 때문이다.

이같은 국정원의 행위 이면엔 바로 소위,대한민국에선 최고 법이라는 ‘헌법’보다 실질적으로 위에 있는 법이 있기 때문에 가능하다.

‘국가보안법’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한때 민주화 운동을 하던 운동권 선배들에겐 무시무시하게 다가오는 법이기도 했다. 이같은 '국가보안법' 소위 '국보법'으로 알려진 이 법을 집행하는 위치에 있는 핵심 기관이 바로 ‘국정원’이다.

하지만, 금융정보분석원측은 "특정 금융거래정보의 보고 및 이용 등에 관한 법률'(금융정보분석원법) 개정법에 구체적 제공정보 내용과 요구 절차를 시행령에 규정하도록 했기 때문에 개정 시행령을 시행하기 전까지 사실상 국정원이 정보제공 요청을 할 수 없다"고 밝히고 있다. 아주 순진한 발상이 아닐 수 없다. 속된말로 '국정원을 잘 모른다'고 할 수 있겠다.

금융위 소속 기관이기도 한 금융정보분석원은 그동안 금융회사 등으로부터 보고받은 의심스러운 금융거래 정보를 분석해 범죄자금 또는 자금세탁과 관련 있다고 판단시 관련 정보를 관계기관에 제공하는 역할을 맡아온 기관이다.

어쨌든, 금융정보분석원법은 입법예고 기한을 통상적인 40일 대신 ‘10일부터 17일까지’ 8일간으로 짧게 정했다. 개정안은 17일까지 의견수렴을 거친 뒤 차관회의와 국무회의 의결을 거쳐 내달 초에 공포된다고 한다.

개정 시행령은 공포 즉시 시행케 된다. 이로써 지하에서 금융거래 정보를 열람해온 국정원이 이젠 수면 위로 나와 '공식적으로 금융거래정보'를 열람할수 있게 된다.

하지만, 여전히 의문이 드는 것이 있다. 국정원이 규정하는 ‘테러위험 인물’에 대한 범주부분이다.

과연, '어느 선 까지를 테러리스트로 볼 것인가'라는 문제가 따른다. 테러리스트는 사전적으로 ‘정치적이고 사상적인 목적을 위해서 계획적으로 폭력을 사용하는 사람’을 말한다.

정작, 우리는 알고 있다. 일제시대에 일본 군국주의자들 입장에선 중국 상하이 홍구공원에서 일본 장교들을 향해 도시락 폭탄을 던진 '윤봉길 의사'나 도쿄서 벌어진 일본 천황 관병식에 히로히토가 탄 마차를 향해 폭탄을 던진 '이봉창 의사' 모두가 일제 입장에선 ‘테러리스트’라는 사실을 말이다. 물론, 이들에게 이같은 지시를 내린 김구선생 역시 ‘테러리스트의 수괴’라 할 수 있는 것이다.

하지만, 우리민족 입장에선 이들은 '자랑스런 독립운동가요 애국지사'로 보지 않던가?

마찬가지다.

국정원은 오랜기간 ‘정권의 시녀’라는 오명을 들어왔다. 국민의 정부나 참여 정부 시절엔 국정원장이 적의 괴수이자 테러리스트라 칭해온 김정일 위원장을 직접 만나는 소위 스스로 규정한 ‘국가보안법’을 위반하기도 했다.

이명박 정부 시대엔 국정원은 댓글로 정치에 개입키도 했다. 그리고 현 정부 들어선 국정원은 ‘테러방지’를 명목으로 ‘금융계좌 정보’를 마음대로 확인하려고 한다.

각각의 정부 입맛에 맛게 국정원은 국정원 본연의 업무를 넘어선 ‘월권 행위’를 하고 있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국민은 요구한다. 국가정보원이 국가정보원답게 ‘본연의 자세’에 충실해주길 바란다. 국가 정보원 스스로가 규정한 ‘국가안보는 정보로부터 시작된다’는 국가안보의 기본 명제를 실현하는 기관이라는 직업윤리부터 철저히 지키는 기관이 돼 주길 바란다.

국가정보원이 꿈꿔온 '강하고(Strong) 예리하며(Sharp) 현명한(Smart) 정보기관'으로 도약키 위해선 먼저, ‘국민에게 신뢰를 보이는 스스로의 노력’이 요구된다. 국정원이 정보당국으로서 스스로에게 행한 약속과 법 등을 먼저 지켜 나갈 때 국민들 역시 국정원을 한 없이 신뢰하고 지지를 보낼 것이다.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다. 민주공화국인 대한민국의 헌법을 수호하고 국가 안보를 책임지는 정보기관으로서 멋지게 거듭나는 ‘국가정보원’의 환골탈태가 기대되는 시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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