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붕 경제부장

지난해 우리 나라 청년 실업률은 9.2%를 기록했다. 이는 1999년 통계기준 변경 이후 역대 최고 수준이다.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3포’(연애, 결혼, 출산 포기), ‘5포’(삼포에 인간관계, 내집마련 포기)를 넘어, 이제는 ‘7포’(오포에 꿈, 희망 포기)라는 말이 나올 정도로 대한민국 청년들의 노동시장은 어렵다.

현재 노사정 대타협 파기가 선언되기는 했지만, 당초 노사정 대타협 합의문과 노동개혁법에는 ‘청년 고용 확대를 위해 상위 10%의 고소득자는 임금인상을 자제한다’는 부분까지 담길 정도로 작금의 대한민국 노동시장은 ‘암담’ 그 자체다.  

하지만, 이 처럼 막막한 노동시장의 현실과는 전혀 동떨어진 주장을 펴면서 자신들의 임금인상만 관철하려는 노조가 있다.

바로 2015년도 임금협상 결렬로 지난 20일부터 준법투쟁에 들어간 ‘대한항공 조종사노동조합’이다.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두 자릿수 이상의 임금인상을 요구한 협상이 결렬되자 지난 19일 거의 60%대 찬성률로 쟁의행위를 가결하고, 이미 준법투쟁에 돌입한 상태다.

정시 출근 및 안전 최우선 비행준비, 항공법 위반 거부, 규정시간 근무 등을 통해서다.

이미 쟁의행위에 돌입한 대한항공 조종사 노조는 또 25~26일 양일간 정기 대의원대회를 열어 투쟁방향과 수위를 결정한다.

사측에 따르면 현재 대한항공 조종사들의 평균 연봉은 1억4000만원에 달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2015년도 임금협상(안)으로 37%의 임금인상을 요구, 5000만원 이상의 인상을 주장하고 있다.

반면, 사측은 1.9% 인상으로 맞서고 있다.

1억원 이상의 급여를 받으면서 1인당 5000만원 이상 급여를 또 올려달라는 주장이 노동자의 가면을 쓴 억대 연봉자의 배부른 소리라는 비판을 받을만한 대목이다.

조종사들의 준법투쟁이나 파업이 설득력을 잃어, 국민들의 지지를 얻지 못할수 밖에 없는 이유이기도 하다.  

아울러 대한항공 조종사들은 어려운 경영여건에도 불구하고 상생과 신뢰를 기반으로 묵묵히 일하는 일반직 직원들과의 형평성도 마땅히 고려해야 한다.

현재 대한항공 일반직 직원들로 구성된 일반노조(조종사를 제외한 전 직종 15,000여명 대표)는 사측과 임금총액 1.9% 인상에 합의한 상태다.

만약 조종사 노조의 무리한 요구를 받아들인다면, 회사로서는 조종사에 못 미치는 처우를 받으면서도 묵묵히 일하는 일반직원들과의 신뢰를 저버리는 결과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또한 파업 찬반투표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투표기간을 3번이나 연장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은 그만큼 조합원(조종사들)들 사이에도 집행부의 파업동기에 의구심을 품는 조종사들이 많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조종사노조는 당초 지난달 12일부터 22일까지 찬반 투표를 실시하겠다고 밝혔으나, 투표가 시작된 지 4일이 채 지나지 않은 시점에 기한을 29일까지 연장했다가 다시 2월1일까지로 연장하고, 또 한번 2월19일까지 연장하면서 투표를 진행해 왔다.

조합원들의 투표 호응도도 예상보다 떨어지고, 투표 진행에 대한 새조종사 노조의 뜨뜻미지근한 반응으로 발등에 불이 떨어지자, 무리하게 3번에 걸쳐 연장했다는 이야기까지 돌고 있는 실정이다.

항공산업은 필수공익사업으로 지정돼, 파업 시에도 최소한의 운항인력은 유지해야 한다. 하지만 실제 파업 시 전체 항공편의 20% 이상은 결항될 수 밖에 없다.

파업이 진행될 경우 경우 승객.화물 수송에 심각한 차질을 빚게 되고, 국민들과 국가경제에는 막대한 피해가 온다.

이러한 국가적 피해를 등에 업고 수천 만원의 급여를 올려달라며 파업을 한다는 것은 국민들로부터 절대 지지받을 수 없다.

대한항공 조종사노조는 불황의 덫에 걸려 취업의 기회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청년들의 얼굴을 다시한번 떠올려 봐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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