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희일 기자] 농협처럼 신용사업(은행)과 경제사업(수산물 판매) 분리를 추진해온 수협의 ‘야심찬 꿈’이 끝내 물거품이 될까?

수협중앙회가 자사 소속의 수협은행을 별도의 자회사로 독립시켜 금융경쟁력을 키우겠다는 야심찬 꿈에 제동이 걸렸다. 지난 2008년 국제 금융위기 이후 바젤Ⅲ 협약으로 은행에 대한 자본규제가 한층 강화되면서 수협은행역시 자본구조를 개편하게 된 것이다.

지난해 9월 국회에 상정된 수협법 개정안은 이같은 내용을 담고 있다.

정작, 정치권이 세월호 특별법문제 처리를 지연시키면서 개정안 역시 처리되지 못하고 있다. 2월 임시국회에서도 처리가 못되면 시행령과 시행규칙, 정관개정 등 후속 일정을 감안한 당초 계획했던 수협의 신경분리는 오는 12월 1일까지 마무리하기가 어려워진다.

수협의 신경분리 추진은 금융시장서 살아남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었다. 지난 2012년 농협의 신경분리 역시 마찬가지다.

국제결제은행(BIS)산하 바젤은행감독위원회(BCBS)는 2010년 9월 바젤Ⅲ 협정을 결정했다. 바젤Ⅲ는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를 계기로 대형 은행의 자본구조를 강화해 위기가 닥쳐도 손실을 자체 흡수토록 한 은행규제법이다.

우리 정부도 지난 2013년 바젤Ⅲ 기준을 도입해 국내 은행들에 대해 2015년까지 BIS 자기자본비율을 8% 이상 유지하고, 동시에 보통주 자본비율은 4.5%, 기본자본 비율은 6% 이상 확보토록 했다.

이 비율을 맞추지 못한 은행에 대해선 적기 시정조치를 내리고 영업정지는 물론 경영개선 명령까지 내린다. 국내 18개 은행중 수협은행을 제외한 나머지 17개 은행은 바젤 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정부는 수협은행에 대해 2016년 11월 30일까지 3년간 유예기간을 줬다. 수협은행은 일반 시중은행과 달리 협동조합으로 보통주 자본비율을 맞추기 위해선 신경분리에 따른 절차와 시간이 필요하다고 판단했던 것.

수협은행은 IMF와 글로벌 금융위기를 거치며 무려 9,890억 원에 달하는 결손금이 발생해, 나머지는 다 상계처리하고 현재 417억 원이 남아 있는 상태다. 수협은행이 수협중앙회로부터 독립하기 위해선 일종의 지참금이 필요하다.

바젤Ⅲ 기준을 충족하면서 동시에 자체 경영을 하기 위해선 위험가중자산 대비 보통주 비율이 국내은행 평균인 10.83%는 맞춰야 한다. 이 경우 필요자금만 최소한 2조500억 원인 것.

수협중앙회는 이처럼 천문학적인 자금을 수산금융채권을 통해 5,500억 원을 확보하고 3,500억 원은 임직원과 회원조합 출자 등을 통해 마련할 방침이다.

단, 채권 5,500억 원에 대한 이자는 정부가 지원한다. 연리 2.5% 기준 연간 137억5천만 원씩 향후 5년간 687억 5천만 원에 달한다.

또, 나머지 1조1,500억 원은 예금보험공사로부터 공적자금을 지원받는다. 수협중앙회가 이처럼 어렵게 확보한 2조500억 원을 수협은행에 공짜로 준다는 것은 아니다. 나중에 수협은행이 보통주를 발행시 전량 구입하는 방식으로 자금을 넘겨준다.

이후 수협은행으로부터 배당금을 받거나 명칭사용료를 받아 채권과 공적자금 원리금을 갚아 나갈 방침이다.

수협중앙회는 이런 내용을 골자로 한 수협법 개정안을 해양수산부와 협의해 지난해 9월 국회에 상정했다.

수협 관계자는 "수협은행이 자회사로 분리되면 연간 당기순이익 규모가 현재 800억 원 수준에서 1,000억 원 이상으로 확대돼 수협조합원 15만 명에게 돌아가는 배당금 혜택도 커질 것으로 기대된다"고 말했다.

그는 또, "수협의 신경분리가 끝나면 중앙회는 어민들을 위한 경제사업 분야에 더욱 많은 투자와 관심을 집중할 수 있어 국가 수산업 발전에도 긍정적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작, 수협법 개정안은 국회에서 5개월이 넘게 발목이 잡힌 상태다. 여야 정치권이 세월호 특별법 운영 관련, 이견차를 보이면서 수협법 개정안을 연계 처리하겠다며 괜한 고집을 부리는 탓이다.

이원태 수협은행장은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수협법 개정안이 반드시 통과돼야 한다"며 "정치권이 적극 협조해 달라"고 강조했다.

수협 관계자는 "시행령과 시행규칙, 정관개정 등 후속 절차를 밟는데 최소 6~7개월 정도가 소요된다"며 "이번 2월 임시국회에서 통과되지 못하면 19대 국회 회기 마지막인 5월에 처리해야 하는데 이렇게 되면 12월 1일로 예정된 수협의 신경분리는 물리적으로 힘들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또, "국회가 수협법 처리를 미루고 있는 것은 어민과 어촌을 생각하지 않고 자신들의 밥그릇만 챙기는 엄연한 직무유기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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