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김봉연·윤중현 기자] 올해 먹거리 시장에서는 미디어의 영향이 어느 때 보다 강력하게 작용했다. ‘먹방(먹는 방송)’혹은 ‘쿡방’(요리하는 방송)은 유명 셰프나 방송인이 출연하면서 끊임 없는 화제를 일으키며 만들어 먹는 재미를 알려줬다. 식품회사들도 기존의 맛에서 진일보된 상품들을 잇따라 선보이며 큰 호응을 이끌어내고 있다.

올해 식음료업계를 주도한 콘텐츠를 4가지 키워드로 정리했다.

스팸 PPL 진행 tvN '응답하라 1988' 10화 방송화면 이미지 제공

1. 복고 - ‘응답하라 1988’ 인기에 추억의 상품도 인기

복고열풍이 올해 식음료업계에도 스며들면서 시장의 견인차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과거에 대한 동경, 향수 등을 담아 이전 세대의 것을 다시 재현하는 이러한 경향은 ‘응답하라’ 시리즈와 무한도전 ‘토토가’ 등 방송 프로그램의 등장과 함께 유통업계에도 빠르게 번져나갔다.

이 같은 열풍의 주역으로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이 있다. ‘응답하라 1988’은 14회까지 평균 시청률 16% (닐슨코리아) 최고 시청률 17.4%를 각각 기록하며 안방극장의 채널을 고정시키고 있다.

식음료업계에서는 이러한 트렌드를 반영해 추억 속 메뉴나 당시 패키지를 되살린 제품을 잇달아 출시하고 있다.

CJ제일제당의 ‘스팸’은 tvN 드라마 ‘응답하라 1988’에 PPL(간접광고)을 통한 복고 마케팅 효과를 극대화 했다.

하이트진로가 한정판으로 내놓은 크라운맥주도 ‘응답하라 1988’에서 쌍문동 골목 이웃사촌인 이일화, 라미란, 김선영 등이 즐겨 마시는 모습이 화면에 노출되면서 광고 효과를 톡톡히 봤다.

출시 보름 만에 1차 생산물량 1만 상자(355㎖ 24캔 기준)가 모두 팔린 크라운 맥주는 소비자와 대형마트의 추가 물량 요청으로 2차 생산분 2만 상자도 대부분 출고됐다. 하이트진로는 3차로 1만5000 상자를 더 생산했다.

CJ푸드빌의 뚜레쥬르는 지난 10월 1970년대 교과서에 등장하는 주인공들을 모티브로 한 '바른생활 케이크’를 선보였다.

지난 2월에는 옛 시장에서 먹던 느낌을 살린 '엄마랑 장볼 때 먹던 그때 그 도나쓰'를 출시, 목표 대비 120% 판매량을 달성하기도 했다. 이후로도 바른생활 관련 제품을 추가 출시할 계획이다.

빕스는 ‘빕스 1997 스테이크’가 출시 후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지난 3월, 브랜드 론칭 18주년 기념으로 이 스테이크를 단 8일간 한정 판매한 결과 좋은 반응을 이끌어내며 상시메뉴로 자리잡고 있다.

롯데제과는 빼빼로, 월드콘, 가나초콜릿, 수박바 등을 드라마에 등장한 1988년 당시 포장 그대로 출시했다. 이와 더불어 롯데제과의 인기상품 13종을 따로 모은 '종합선물세트 1988 패키지'도 출시해 판매 중이다.

이 밖에도 SPC그룹 삼립식품의 '빅꽈배기도넛', 오리온 ‘고래밥’, CJ제일제당 ‘백설햄 88 에디션’, 롯데푸드 ‘삼강하드’, 해태제과 ‘브라보콘’ 등도 과거 디자인을 적용해 출시했다.

빕스 캠페인 셀쿡 마스터 김풍 작가 <사진제공=CJ푸드빌>

2. 쿡방 - 방송가 대세 예능에서 ‘레시피 마케팅’으로 진화

지난해는 음식이 TV 프로그램의 소재로 본격 다뤄지기 시작했다면 올해는 이를 변주한 다양한 프로그램이 쏟아져 나왔다. 셰프들이 TV 전면에 나섰고 이연복, 최현석, 오세득 등의 셰프들이 스타덤에 오르며 ‘쿡방(요리하는 장면을 소재로 한 방송)’이 대세가 됐다. 지난해 말 시작된 ‘냉장고를 부탁해’(jtbc)는 쿡방 열풍의 진원이었다. 

'쿡방'의 인기가 식을 줄 모르는 요즘, 쿡방 속 요리전문가들을 통해 소개되는 각종 레시피에 대한 관심도 부쩍 늘고 있다.

레시피를 따라 직접 만든 요리 사진을 SNS에 업로드 하는 것은 물론, 기존 레시피를 자신만의 특별한 레시피를 만드는데 응용해 역으로 공유하는 등 관심의 양상도 실로 다양하게 나타나는 중이다.

최근 유통업계에서는 이러한 소비자 트렌드를 적극 활용한 ‘레시피 마케팅’ 열전이 펼쳐지고 있다.

레시피 마케팅이란 자사 제품을 활용한 간편하고 색다른 레시피를 제공해 제품을 홍보하는 전략으로, 소비자들이 자연스럽게 자사 제품을 체험할 수 있도록 이끈다는 점에서 효과적인 마케팅 전략으로 각광받고 있다. 

빕스는 ‘맛에 대한 새로운 경험’이라는 슬로건을 걸고 고객 참여형 캠페인을 지난 13일부터 ‘리테이스트(re:Taste)를 시작했다.

JTBC ‘냉장고를 부탁해’에 출연중인 김풍 작가가 참여한 ‘버블 또띠야’ 영상은 유튜브에서 5일간 조회수가 1만6000건이 넘는 등 큰 관심을 불러 일으켰다.

팔도는 ‘팔도 블로그’에 ‘팔도짜장면’, ‘팔도비빔면’ 등 팔도의 라면제품으로 만들 수 있는 간단한 라면 요리법 200여 개가 공개 돼 큰 호응을 얻으며 현재까지 누적 방문객 100만명을 돌파하기도 했다.

동서식품의 인스턴트 원두커피인 카누 역시 레시피 마케팅을 적극 활용했다.

소비자들이 직접 자신만의 카누 레시피를 만들어 소개할 수 있는 ‘마이 카누 레시피 콘테스트’ 이벤트를 진행, 소비자들의 적극적인 반응을 유도해 TV 광고와 더불어 톡톡한 마케팅 시너지 효과를 얻기도 했다.

롯데주류 처음처럼 순하리
하이트진로 자몽에이슬

3. 과일 맛 소주 열풍 - 없어서 못 팔았다··· “소주계의 허니버터칩”

소주계의 허니버터칩으로 불리는 '처음처럼 순하리'가 10여년 만에 과일 소주 열풍을 되살렸다.

올해 3월 출시된 ‘순하리’는 유자 농축액과 유자향이 첨가된 리큐르(증류주 일종)다. 알코올 도수는 14도다. 당초 부산·경남 지역에 나왔으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중심으로 입소문이 퍼지면서 한동안 품귀현상까지 빚어지기도 했다.

이는 가벼운 술을 즐기려는 경향에 달콤한 맛을 찾는 허니 열풍이 맞물리며 벌어진 현상이다.

이에 질세라 주류회사인 하이트진로, 무학 등은 석류, 블루베리, 자몽 등 과일 맛이 나는 소주로 20~30대 소비자를 공략에 나섰다.

하이트진로의 자몽에이슬은 출시 이후 첫 주말이 지나고 대부분 업소가 출시 초기 물량을 모두 판매했다. 자몽에이슬은 지난 6월 중순 출시 이후 약 3달간 월 500만병씩 판매됐다.

A 편의점의 경우 롯데주류의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사진)' 출시 직후인 지난 4월 과일맛 소주 점유율은 2.6%에서 시작해 10.1%(5월), 19.2%(6월), 26.2%(7월)로 매달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순하리 처음처럼 유자는 지난 3월 출시된 뒤 100일 만에 누적 판매 4000만병을 돌파했다.

업계 관계자는 “저도주를 즐기는 트렌드가 확산되면서 도수가 낮은 술은 물론 과일즙과 탄산수 등 관련 제품의 인기가 대단했다”고 밝혔다.

팔도불짬뽕 광고 이미지컷

4. 프리미엄 라면 시장 급성장 - 짜장·짬뽕라면, 중식당에 ‘도전’

짜장라면에 이어 짬뽕 라면이 선풍을 일으키면서 일반 라면의 점유율을 깎아내리는 추세가 지속되고 있다.

오뚜기 진짬뽕

지난 18일 국내 1위 대형마트인 이마트에 따르면 최근 3년간 라면매출 분석 결과, 올들어 지난 16일까지 전체 매출 가운데 일반 라면의 매출 점유율은 62.2%였다. 이는 2013년 70.2%, 2014년 70.6%와 비교할 때 크게 하락한 것이다.

이와는 달리 짜장라면 점유율은 2013년 13.7%→ 2014년 11.8%→ 2015년 20.1%, 짬뽕라면은 2013년 8.3%→ 2014년 9.7%→ 2015년 10.6%로 상승했다.

이마트는 일반 라면이 작년 동기 대비 9.8% 역신장한 반면 짜장 라면은 74.1%가 신장했고, 짬뽕라면의 11∼12월(16일까지) 매출은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무려 160.8%가 늘었다고 소개했다.

최근 몇 달 새 짬뽕라면 대전(大戰)이 벌어지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오뚜기의 '진짬뽕', 농심 '맛짬뽕', 팔도 '불짬뽕', 삼양 '갓짬뽕', 풀무원 '꽃새우 짬뽕' 등이 쏟아져 나오면서 라면 매출신장을 주도하고 있다.

농심 맛짬뽐

라면업계에서는 최근 출시된 짬뽕 라면은 중화요리집의 짬뽕 맛을 재현했다는 평가를 받으면서 개당 1500원의 고가에도 전국적인 열풍을 일으키는 것으로 보고 있다.

앞서 지난 4월 농심이 내놓은 '짜왕'이 선풍을 일으키면서 오뚜기의 '진짜장', 팔도의 '짜장면'이 출시돼 짜장 라면의 인기를 주도했다.

출시된지 6개월 만에 이런 도약을 한 짜왕의 추세로 볼때 내년에는 2위 브랜드가 될 것이라는 관측도 나온다.

여기에 1∼2개월 새 폭발적인 증가세를 보이는 짬뽕라면의 추격도 볼만 하다.

업계 관계자는 “기존 ‘스테디 셀러’ 라면들 보다 비싸지만 갈수록 높아지는 입맛으로 ‘프리미엄 라면’ 시장이 자연스럽게 형성되고 있다”며 “내년 식품업계에도 고급화 바람은 거세게 몰아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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