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SK텔레콤 전용 모델로 출시된 TG앤컴퍼니의 '루나' <사진=TG앤컴퍼니>
[이뉴스투데이 김정우 기자] 스마트폰 시장이 성숙기에 접어들면서, 단말기를 소모품으로 인식하기 시작한 소비자들도 더 이상 고가의 ‘프리미엄폰’을 고집하기보다 부담 없는 ‘중저가폰’으로 관심을 돌리고 있다. 올해 들어 더욱 부각되고 있는 이런 양상에 호응하기라도 하듯 시장에는 다양한 중저가 모델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다.

각 브랜드의 최상위 전략 모델에 집중돼 있던 소비자들이 보다 합리적인 대안을 찾기 시작하면서 제조사들 뿐 아니라 SK텔레콤, KT, LG유플러스 등 이동통신사들도 다양한 전용 모델을 단독으로 선보이며 갈수록 세분화 되는 소비자층 공략에 나섰다.

지난달 초 SK텔레콤 전용으로 출시된 TG앤컴퍼니의 40만원대 스마트폰 ‘루나’가 출시 10여일 만에 초도물량이 모두 소진될 정도의 판매량을 기록하면서 이통사들의 이 같은 움직임은 앞으로 더욱 가속될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루나의 초도물량이 약 3만대 수준인 것으로 보고 있다.

◆ ‘루나 돌풍’의 SKT, 올해만 7개 전용 모델 쏟아내

루나는 SK텔레콤과 TG앤컴퍼니가 기획하고 대만 홍하이그룹 폭스콘이 제조를 맡아 만들어졌다. 5.5인치 풀HD 디스플레이와 전면 800만, 후면 1300만 화소 카메라를 탑재하고 모바일 AP(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로는 퀄컴의 ‘스냅드래곤 801’을 탑재했다. 국내 메이저 브랜드의 중저가 모델과 비교할 때는 가격대 성능비가 좋은 구성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둥글게 처리된 메탈 소재 유니바디를 채택한 루나의 디자인은 애플 아이폰의 그것과 “카메라 위치만 빼고 거의 흡사하다”는 평가를 받고 있으며 실제로 루나를 제조한 폭스콘은 아이폰의 생산도 맡고 있다. 때문에 ‘아이폰 디자인의 안드로이드폰’ 또는 ‘짭퉁 아이폰’이라는 별명까지 얻고서도 루나는 아직까지 비교적 성공적인 이통사 전용폰으로 꼽히고 있다.

▲ SK텔레콤은 전용폰 '루나'에 지원금 31만원을 포함해 최대 33만원을 지원했다. <사진 제공=SK텔레콤>
루나의 판매 성적에는 제품 자체의 가성비 영향도 컸지만 SK텔레콤의 전폭적인 지원도 한몫 했다는 평가다.

SK텔레콤은 44만9000원의 루나에 최대 31만원의 지원금을 책정하고 선착순 5만명에게 2만원의 추가 혜택도 제공했다. 여기에 대대적인 광고까지 SK텔레콤의 강력한 지원에 루나는 SK그룹과 홍하이 그룹의 사업 협력을 위한 연결고리라는 분석까지 나와 ‘최태원폰’이라는 별명을 추가하기도 했다. TG앤컴퍼니 측에서는 최근 이에 대해 “아닌 것 같다”고 해명한 바 있다.

SK텔레콤은 올해 루나 외에도 다양한 국내·외 제조사와 협업을 통한 전용 모델을 출시했다. 지난 4월 어린이용 웨어러블 단말 ‘T키즈폰 준2’ 출시를 시작으로 TLC-알카텔 ‘아이돌착’(5월), LG전자 ‘밴드 플레이’(6월), 삼성전자 ‘갤럭시 A8’(7월)와 ‘갤럭시 폴더 3G’(7월), 통신모듈이 탑재된 삼성전자의 스마트워치 ‘기어 S2’(10월)까지 매월 1개꼴로 총 7개의 전용 모델을 선보였다. 스마트워치를 제외하고도 전용폰만 6개에 달한다.

올해 1~2개 수준의 전용 모델을 내놓은 경쟁사 대비 압도적으로 많은 단말을 선보인 것으로, 업계에서는 이를 고착화 되다시피 한 SK텔레콤의 시장 1위 사업자 위치를 활용한 물량 공세가 가능하기 때문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으로 지원금 지급이 제한적인 상황에서, 1위 사업자 위치를 이용한 다양한 모델을 확보해 소비자를 끌어들이는 전략이라는 분석이다.

◆ ‘G스타일로’·‘갤럭시센스’로 구색 맞춘 KT…LGU+는 폴더폰 ‘올인’

▲ KT가 올해 4월 단독 출시한 LG전자의 'G스타일로' <사진 제공=KT>
지난 4월 KT도 LG전자의 ‘G스타일로(G Stylo)’를 전용 모델로 단독 출시했다. G스타일로는 5.7인치 대화면에 휴대성과 터치 성능 등이 개선된 스타일러스펜을 탑재해 노트 기능이 강조된 제품으로 51만7000원에 출시됐다.

KT는 G스타일로 판매를 위해 구매 시 올레 멤버십 포인트로 할부금 할인이 가능한 ‘슈퍼 세이브카드’를 통해 최대 36만원, 사용하던 폰 반납 시 최대 31만원 할인 등의 할부 원금 지원 프로모션을 진행했다.

전용폰은 G스타일로 뿐이지만 KT는 삼성전자의 ‘갤럭시 J5’ 모델에 독자적으로 ‘갤럭시 센스’라는 이름을 붙여 7월부터 판매에 들어갔다. 해당 모델은 5인치 AMOLED 디스플레이에 후면 1300만, 전면 500만 화소를 탑재하고 출고가 29만7000원에 출시됐다.

갤럭시 센스는 KT가 경쟁사 대비 많은 물량을 확보하고 더 많이 유통하기 위한 전략 모델로 별도의 명칭이 붙여졌다.

LG유플러스는 올해 상반기와 하반기 각각 1개씩의 폴더형 스마트폰을 전용 모델로 선보이며 차별화를 꾀했다.

지난 1월과 7월 각각 LG전자의 ‘젠틀’과 ‘아이스크림스마트’라는 폴더폰을 출고가 24만2000원, 28만6000원에 출시했다. 터치형 스마트폰이 대세를 이루고 있는 최근 중장년층을 비롯한 다양한 소비자층의 폴더형 스마트폰에 대한 수요도 계속 높다는 점에 착안해 이를 공략하겠다는 전략이다.

이밖에도 LG유플러스는 지난 3월 LG전자의 스마트워치 ‘LG 워치 어베인 LTE’를 단독으로 출시하고 최대 21만원의 지원금을 책정했다. LG 워치 어베인 LTE에는 스마트폰과 같은 번호로 사용할 수 있는 ‘원넘버’ 서비스가 무료 제공된다.

◆ 제2의 ‘스카이’ 나오나… 이통사 제조업 사전 승인 폐지

일각에서는 올해 단독 모델을 공격적으로 쏟아 낸 SK텔레콤의 행보와 기존 메이저 제조사들의 프리미엄폰 입지 축소를 근거로 이통사의 독자 브랜드 탄생 가능성도 지속적으로 제기하고 있다.

과거 2000년대 초반 국내 시장에서 충성도 높은 소비자층을 확보하고 높은 인기를 구가하던 SK텔레콤 자회사 SK텔레텍의 휴대폰 브랜드 ‘스카이’는 정부 규제로 인해 시장에서 사라졌다. 통신사업과 제조업을 겸하는 SK텔레콤의 시장 지배력이 지나치게 강해질 수 있다는 우려로 공정거래위원회에서 내수 판매량을 제한했고 SK텔레텍은 결국 2005년 팬택에 인수됐다.

하지만 지난 7월 25일 미래창조과학부가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입법예고 하면서 이통사의 제조업 겸업 시 사전 승인을 받도록 한 조항을 폐지하기로 밝힘에 따라 이통사가 단말기 제조업에 다시 뛰어들 여지가 생겼다. 10여년이 지난 상황에서 기업의 겸업 제한이 글로벌 경쟁력을 저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늦은 감이 있지만 정부가 입장을 바꾼 것이다.

여기에 기존 프리미엄폰의 약세와 다양한 소비자 니즈가 확대되고 있는 시장 상황을 감안하면 ‘제2의 스카이’가 탄생할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실제로 루나를 기획한 이홍선 TG앤컴퍼니 대표는 SK텔레콤에 “과거 스카이와 같은 역할을 맡겠다고 제안했다”고 최근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다른 한편에서는 이통사의 단말기 제조업 진출이 현실화 돼더라도 글로벌 경쟁력을 갖춘 새 ‘IT 강자’ 탄생의 가능성보다는 현재 부동의 1위 자리를 꿰차고 있는 SK텔레콤의 내수시장 지배력을 강화에 따른 시장 고착화 부작용이 더 클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이동통신 업계 전반에서는 “과거 피처폰 시대와 달리 단가가 높아진 스마트폰 시장에 새로 진출해 기존 제조사들과 경쟁하는 것은 별로 메리트가 없다”며 단말기 제조업 진출 가능성에 회의적인 입장을 보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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