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윤효규 기자]  "카다피 연설 통역하다가 기절했다니까요."

진지함과 유머가 교차하는 한판 '위트 배틀'이었다. 반기문 총장이 코미디언겸 인기 토크쇼진행자 스테픈 콜버트를 웃겼다.

 
▲ 반기문 총장이 코미디언겸 인기 토크쇼진행자 스테픈 콜버트를 웃겼다. 반총장은 17일 방송된 콜버트가 진행하는 CBS-TV '레이트쇼'에 출연, 재치있는 화술로 사회자와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콜버트는 지난 5월 은퇴를 선언한 데이비드 레터맨에 이어 레이트쇼를 이끌고 있다. 반총장이 미국의 공중파 TV 토크쇼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사진=CBS-TV 캡처>
반총장은 17일 방송된 콜버트가 진행하는 CBS-TV '레이트쇼'에 출연, 재치있는 화술로 사회자와 관객들의 폭소를 자아냈다. 콜버트는 지난 5월 은퇴를 선언한 데이비드 레터맨에 이어 레이트쇼를 이끌고 있다. 반총장이 미국의 공중파 TV 토크쇼에 출연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콜버트가 초대손님으로 반총장을 소개하자 스튜디오는 뜨거운 박수와 환호가 이어졌다. "팬들이 많다"며 반총장을 추켜 세운 콜버트는 "유엔 총회장과 스튜디오가 어떻게 다르냐?"고 첫 질문을 던졌다.

반총장은 "이곳은 환상적이다. 그에 비하면 내 방은 정말 초라하다. 교황의자처럼 겸손하다"면서 청중들을 웃겼다. 이어 "교황도 오는데 의자좀 빌려줄 수 있냐?"고 능청스런 유머로 웃음폭탄을 이어나갔다.

콜버트도 지지 않았다. "70차 유엔총회가 개막했다. Traffic(교통체증)에 감사한다"며 유엔총회 개막으로 맨해튼이 교통지옥으로 처한 상황을 비틀었다.

콜버트는 인권문제와 최근 세계인들의 가슴을 울린 시리아난민 꼬마의 비극을 언급하며 "지난 일년간 발생한 난민이 1600만명으로 역대 최대다. 유엔은 이 문제들을 어떻게 강제적이고 효율적으로 대처하고 있냐?"며 잠시 진지한 대화를 주고받았다. 그러더니 곧이어 돌직구를 날렸다.

 '당신은 한국출신이다. 당신에게 한국은 가장 중요한 나라냐?"는 기습질문에 반총장은 "물론 난 한국을 사랑한다"고 예봉을 피하며 "1950년 한국전쟁으로 잿더미가 된 당시 상황을 짤막하게 소개했다.

그는 "나도 여섯 살 때 피난을 갔다. 그때 유엔이 와서 교과서도 주고 음식과 옷을 공급해주었다"며 한국의 재건에 유엔이 결정적인 역할을 한 사실을 들려주었다.

 "당신은 세계 모든 사람들의 외교관인데 가끔 미치광이 지도자도 만나지 않냐? 그런 사람들을 어떻게 다루냐?"는 난처한 질문에 반총장은 "난 여러분에게 말할 수 없는 비밀들이 참 많다. 내가 은퇴하면 얘기해주겠다"고 짐짓 말을 아꼈다.

그러자 콜버트는 비장의 무기(?)를 꺼냈다. 핑크빛 칵테일이었다. 파안대소하며 건배를 한 반총장은 "알콜의 힘을 빌어 한가지만 말해주겠다. 전 리비아지도자 카다피는 유엔에 오면 엄청나게 긴 연설을 한다. 보통 정상들이 15분 연설하는데 그는 몇시간이다. 한번은 아랍어통역을 하던 유엔 통역자가 '도저히 계속할 수 없다. 좀 도와달라'고 하더니 그만 기절했다"고 농섞인 비화를 들려주었다.

계속 건배하며 "또 얘기해달라"는 콜버트의 애교에 반총장은 눈웃음으로 화답했다. 반총장의 출연에 감사를 표한 콜버트는 시청자들에게 유엔 중앙긴급구호기금(CERF)에 기부를 부탁하며 토크쇼를 마무리했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