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박병윤 기자]남북은 22일부터 '무박 4일' 간 고위급 접촉을 진행한 끝에 25일 0시55분 최종 합의문에 서명했다.

우리 측 김관진(66) 청와대 국가안보실장과 홍용표(51) 통일부 장관, 북한 황병서(66)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 및 김양건(73) 조선노동당 비서는 이날 판문점 평화의집에서 마라톤 협상을 통해 북한이 유감을 표명하고 재발방지를 약속하는 등 6개 항목에 합의했다.

이들은 첫날 접촉 때10시간, 2차 접촉 때는 무려 33시간의 마라톤협상을 벌인 후 한반도 내 최악의 사태는 피하도록 한 것으로 평가된다.

이번 남북 고위급 접촉은 처음부터 극적으로 이뤄졌다. 북한은 지난 20일 준전시상태를 선포한 이후 22일 오후 5시(북한의 평양시 기준)까지 대북심리전 방송을 중단하지 않으면 '군사적 행동'에 나서겠다고 최후 통첩을 한 바 있다.

박근혜 대통령은 21일 공식일정을 취소하고 3군 사령부를 방문해 군을 격려했다. 그러면서 통일부가 홍용표 장관 명의로 통지문을 북측에 발송했다. 하지만 북측이 이를 접수하지 않았다.

이날 오후 상황이 급반전됐다. 북측이 김양건 비서의 명의로 김관진 실장에게 "21일 또는 22일 판문점에서 남북 고위당국자 접촉을 하자"는 내용의 통지문을 전달한 것이다.

이에 청와대는 김관진 실장 명의로 "황병서 조선인민군 총정치국장을 대상으로 하자"는 수정통지문을 발송했다. 황 총정치국장이 김정은 체제를 이끄는 핵심이라는 판단에서다.

참석자 조율은 22일 오전까지 이어졌다. 이날 9시 35분 북측은 황 총정치국장 명의로 "북측은 황병서·김양건, 남측은 김관진 실장·홍용표 통일부 장관이 2대2로 접촉하자"는 통지문을 재발송했다. 청와대는 오전 11시25분께 북한 제안을 수용하면서 남북 고위급 접촉이 시작됐다.

남북 고위급 접촉 당시 만해도 합의는 단기간내에 이뤄질 것같은 분위기였다. 실제로 22일 북한 관영매체인 조선중앙통신은 "대한민국 청와대 국가안보실 김관진 실장, 홍용표 통일부 장관과 판문점에서 긴급접촉을 가지게 된다"며 이례적으로 '대한민국'이란 호칭을 사용했다.

22일 오후 6시30분부터 23일 새벽 4시30분까지 10시간 가량 마라톤협상을 벌였으나 양측은 이견을 좁히지 못하고 '정회'를 선언했다. 남북 협상 '결렬'이 아니라 '정회'를 선언함으로써 남북 간 협상 의지를 확인했다. 이들은 23일 오후 3시30분부터 두 번째 접촉을 이어갔다.

하지만 북한은 첫 번째 접촉에서 합의에 실패한 탓인지 23일부터 대한민국을 다시 '괴뢰'라고 불렀다. 북한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이날 "박근혜괴뢰역적패당 역시 불순한 '체제통일'의 개꿈을 이루어 보려고 미국의 북침전쟁장단에 춤추며 전쟁화약내를 더 짙게 풍기고 있다"고 지적했다.

북한은 또 앞에서 대화하고 뒤에서 때리는 '화전양면술'도 전개했다. 군 당국은 북한군 잠수함 50여척이 동·서해 기지를 이탈한 것을 확인했다. 북한이 보유한 잠수함이 70여척인 점을 감안하면 70%가 기지를 떠난 셈이다.

사실 이번 협상은 한쪽의 양보가 없으면 타결이 쉽지 않은 '치킨게임'의 양상을 보였다. 북측은 김정은 국방위 제1위원장을 겨냥한 대북 확성기 방송의 중단을 요구한 반면, 우리는 지난 4일 비무장지대(DMZ) 내 지뢰도발의 시인과 사과를 비롯해 재발방지를 주문하고 있어서다.

이번 협상 합의에서 가장 큰 공로자는 평균 연령 약 64세인 남북 고위급 회담 참석자들이다. 이들은 노익장을 과시하며 '무박 3일' 간 벼랑 끝 마라톤협상을 마무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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