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문신웅 기자] “50년 전만 해도 지금 같은 복지 개념이 없었다. 굳이 말하자면 그때의 복지는 양심이었다. 어려운 사람을 보면 나서서 도와주는 것이 복지라고밖에 말할 수 없었다”

복지는 사명이 아닌 운명, 하지만 언제나 현실

시각장애인이 국가나 부모, 형제로부터 보호받지 못하고 사회적 냉대와 멸시 속에 길거리에서 방황하던 시절, 故 김석안 선생께서 수유동에 한국맹인대린원이란 비인가 시설을 설치하여 중도실명자 20여명에게 안마와 침술 등을 가르쳤으나 재정적 어려움으로 문을 닫아야 하는 처지에 이르자, 이일을 옆에서 지켜보던 故 홍영기 여사께서는 이들의 어려움을 그냥 지나치지 못하고 함께 살 보금자리를 마련하기 위해 사재를 털어 상계동에 사회복지법인 홍파복지원을 설립하고, 안마, 침술, 기악 등의 교육을 체계적으로 시켜 오갈대 없는 시각장애인들이 사회에 나가 자립․자활 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해 줬다.

▲ 홍파복지원 김원제 이사장

“어머니께서 생전에 복지사업을 시작하시게 된 건 운명이 아니었나 생각한다. 사명보다 더 큰 이유가 이 자리를 지키게 한것 같다” 김원제 홍파복지원 이사장은 복지시설의 목적이 무엇에 있어야 하는지 홍파복지원의 역사를 통해 설명했다.

“복지는 그때도 지금도 양심이다. 선택적 복지냐, 보편적 복지냐의 찬반논란은 어려운 분들에게는 큰 의미가 없다. 그분들에게는 가장 필요하고, 우리에게는 당연히 해야 하는 일이 복지이기 때문이다” 김 이사장은 선별적 복지가 현 상황에서의 대안이라고 말하며, 노인과 장애인의 권리가 보장되는 사회에서 그들의 자립이 가능하도록 사회 시스템이 정비돼야 한다고 말한다.

장애인 거주시설 목적 넘어 자립 위한 시설로

김원제 이사장은 시설이 거주 목적을 넘어서서 장애인의 자립을 위한 시설이 돼야 한다고 말한다. “과거와는 다르게 가족 구성원에 장애인이 있는 비율이 높아지고 있다. 보호자가 세상을 떠나면 그들을 돌봐줄 사람이 없어지는 문제가 잠복한 거다. 그래서 무조건 탈시설화를 주장하는 것은 깊이 생각해야 한다. 오히려 중증장애인을 보호하는 기숙사 같은 시설이 되어야하며 본인 의지로 사회활동을 원하면 사회로 복귀시키는 프로그램을 가동시켜야 한다”

또한, 그는 여러 시설들이 장애인의 사회활동을 전제로 하는 기숙사가 돼서 그들의 자율을 보장하고 사회에 적응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한다고 말했다.

대린원 박병환 원장도 복지시설의 성장이 시대적으로 요청되는 시점이라고 말하며, 현실적인 정부 지원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원장은 공무원 생활을 마감하고, 이곳에 근무하게 되었는데, 재직 당시 발견하지 못한 여러 문제를 현장에서 찾고 있다고 전했다.

▲ 설립자 홍영기 이사장 기념비 앞에서 김원제 이사장(오른쪽)과 박병환 원장(왼쪽)

“장애인에 대한 편견과 시설에 대한 왜곡된 인식이 시설 종사자들에게는 다른 의미의 장애가 될 수 있다. 종사자들의 처우를 개선하고, 노인과 장애인의 복지를 지켜주기 위해서는 사회 전체적인 인식 전환이 필요하다”

박 원장은 시설이 더 자유롭게 운영될 수 있도록 법인 산하시설에 대한 지도 감독의 기능을 법인에 맡기는 시스템이 회복되고, 건물 증개축에 따른 기능보강 사업에서 정부와 관련기관의 적극적인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고 했다.

홍파복지원은 시각장애인 거주시설인 대린원, 65세 이상 노인이 거주하는 홍파양로원, 중증장애인 생활시설인 쉼터요양원, 중풍·치매 노인 생활시설인 영기노인전문요양원, 중도실명자들의 자립을 돕는 대린직업훈련원으로 이루어져있다. 현재까지 약 600여명의 시각장애인이 홍파복지원을 거쳐 사회로 진출했다.

김원제 이사장은 시각장애인을 돕기 시작한 일이 이렇게 많은 식구를 거느리게 될 줄 몰랐다며, 이들이 스스로 행복을 만들 수 있는 존재로 거듭나기를 희망한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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