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오 국장
[이뉴스투데이] 최경환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후보자가 던진 한마디가 일파만파 논란이 증폭되고 있디. 작금의 부동산 경기 침체를 두고 "지금은 한겨울이다. 한여름 옷을 입고 있으니 감기 걸려서 안 죽겠느냐"며 정부의 부동산 규제 정책을 완화할 뜻을 밝혔다. 

그의 말은 곧 부동산 대출규제의 핵심인 담보인정비율(LTV)과 총부채상환비율(DTI)을 높여서 대출 한도를 늘리도록 하겠다는 의미다. 이에 그동안 LTV·DTI는 건드릴 수 없다고 했던 최수현 금감원장은 "합리적 개선책을 모색하겠다"며 맞장구를 쳤다. 또 서승환 국토부 장관도 부동산 정책 완화를 거론하고 나섰다. 

한마디로 '빚을 더 내줄테니 집 사라'는 정책의 확대다. 가계부채 1000조원 시대를 걱정하는 경제전문가를 비롯한 관련기관들의 경고에도 아랑곳 하지 않는 이같은 박근혜 정부 부동산 정책 행보에 박수를 치는 사람은 건설업체와 다주택자, 부동산 투기꾼들 뿐이라는 사실을 알고 하는 말인지 의문이다.

선대인 경제연구소 소장은 최경환 장관 후보자의 말에 대해 "여러분 연소득이 5000만원인데 그 중에 2000~2500만원을 빚 갚으며 살 수 있겠는가?"라며 "지금 서울, 수도권에 적용된 DTI규제가 이 수준이다. 이 규제가 과도하다고 풀겠다는 최경환 경제부총리 후보자, 제 정신인가? 여기에서 DTI규제를 완화한다고 하면 가령 5000만원 소득에 3000만원 이상의 빚을 갚으며 살아야 한다는 말,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하겠는가?"라고 반문했다.

사실 지금의 LTV·DTI 규제에 정부 정책당국자의 책상과 부동산 시장 현장의 괴리에 커다란 함정이 있다. 그것은 LTV산정시 집값이 대부분 실거래가가 아닌 호가에 가까운 기준이라는 점이다. 실거래가는 5억원인데 6억원으로 잡아 대출해줬는데 LTV가 양호하다는 식이다. 또 금융회사 입장이 아닌 일반 가계 입장에서는 전세가도 포함해 판단해야 한다는 게 부동산전문가들의 견해다. 현재 발생한 LTV에 집주인이 세입자에게 빌린 돈인 전세금을 포함하면 실질적 LTV는 20% 이상 폭등한다는 것이다.

또 한 측면에서는 정부가 LTV·DTI 규제를 지금보다 더 완화했을 경우 금융회사는 대출을 더 늘려줄 수 있고, 소비자는 대출을 더 받을 수 있느냐는 점이다. 

주택담보대출의 담보물인 아파트 가격의 지속적인 하락으로 기존 대출은 이미 규제 비율을 넘어섰다. 때문에 금융사들은 초과 대출금액에 대해 채무자에게 추가 담보를 요구하거나 최고된 금액 만큼의 원금 상환을 요구하는 일들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는 게 현실이다. 그러나 채무자들이 추가 담보물을 제공할 수 있는 경우는 제한적이고 담보물을 매각하는 일 조차 쉽지 않다. 

이런 상황에서 정부의 LTV·DTI규제 완화가 대출을 늘리고 주택 수요가 증가함으로 집값이 오르고 결국 신규 분양이 활발해져 건설업계 경기와 더불어 소비증대를 통한 경제 전반에 호재로 작용할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이 과연 언제 터질지 모르는 가계부채 문제를 염려는 하는 것인가 하는 우려를 키운다.

지금의 DTI 규제도 각종 예외조항으로 이미 누더기 상태다. DTI는 연간 갚아야 하는 대출 원리금을 소득의 일정 수준 이하로 유지하도록 하는 것으로 수도권에 한해 50~60%로 묶고 있다. 그러나 정부는 2012년 40세 미만에 대해선 향후 10년간의 예상소득도 소득에 반영해주도록 했다. 앞으로 어떻게 될지도 모르는 미래소득까지 소득으로 잡아줌으로써 대출을 더 많이 받을 수 있도록 해준 것이다. 지난해에는 생애최초 주택구입자에 대해서도 DTI를 풀어줬다. 이처럼 정부는 빚을 더 낼 수 있도록 계속 규제를 풀어줬지만 별다른 효과를 보지 못했다.

당장 경기 부양에 도움이 될거라는 판단, 지지율이 떨어지는 정권의 인기 회복을 위해서 LTV·DTI 등 부동산 광풍을 억제하는 마지막 빗장을 제거한다면 감당키 어려운 상황에 내몰릴 수 있다. 현행 LTV·DTI 규제는 이미 곳곳에 구멍이 많아 오히려 실효성을 높이는 쪽으로 강화해야 하는 게 맞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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