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뉴스투데이 광주전남 박병모 기자]'설마 그러지는 않겠지' 했던 우려가 현실로 드러났다. 그래 ‘광주시민을 만만하게 보다간 된통 당한다. 다시는 그러지 말아야 한다’고 엄한 항의 수준에서 끝나겠지.

▲ 광주시장 선거에 출마한 무소속 강운태ㆍ이용섭, 새정치민주연합 윤장현(왼쪽부터) 세 후보가 국립5.18민주묘지에서 열린 5.18민주화운동 34주년 추모식에 참석해 '임을 위한 행진곡'을 부르고 있다.
안철수 새정치연합 공동대표가 밉다고 하지만 그래도 5·18 광주민중항쟁 34주년인데 정치적 폭거가 일어나겠어...

'설마가 사람 잡는다'고 이렇게 흔 하디 흔한 생각은 끝내 빗나가고 말았다. 윤장현 광주시장 후보의 전략공천에 거세게 반발하고 있는 무소속 후보 지지자 50여명은 5·18 전야제가 열리는 17일 끝내 일을 저지르고 말았다.

그것도 대낮이 아닌 심야에, 정확하게 말해 저녁 8시40분에, 광주 MBC 방송 출연을 마치고 나오는 안철수의 차량을 가로막았다. 50여분 간의 대치과정에서 이들은 차안으로 계란을 던졌다. 일부는 차량 위에 올라가 소란을 피웠다.

술 냄새가 풀풀 났다고 하니 필자는 이들 지지자들을 지칭하여 이 글을 쓰는 순간 만큼은 ‘똘마니’라고 부르겠다.

안철수는 17일 광주에 도착한 이후 이틀 동안 가는 곳마다 수모를 당했다. 아니 통합신당이 출범한 3월2일 이전에는 반가운 손님으로 대접을 받았었다. 그런데 공항에서부터 경찰의 호위를 받아야 했으니 여당도 아닌 제1야당 대표로서 홀대를 당한 셈이다.

야당이 별도로 마련한 5·18 기념식에선 추모사도 못한 채 상스런 욕설을 들어야 했다. 금남로의 주먹밥 나누기 행사 때도, 원로들과 식사를 하려해도, 끈질기게 따라붙어 다니는 한 무리의 똘마니들 때문에 난생 처음 곤욕다운 곤욕을 치렀을 게다.

이렇게 평상심을 잃은 똘마니들로 인해 안철수는 자신의 위상이 끊없이 추락하고 있지만 그래도 희망을 잃지 않았다. 가는 곳마다 똘마니들의 목소리 보다는 비록 적지만 특히 젊은이들과 아줌마들의 따스한 미소와 손길이 넘실댔기 때문이다.

안철수는 언론인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윤 후보를 "광주정신과 가장 부합한 인물"이라고 말했다. 이어 "광주 정신은 희생과 헌신이라고 생각한다"며 "그런 면에서 항상 광주 현장에서 누가 함께 있었고, 실제로 희생을 하신 분이여서 그런 고민이 들었다"고 전략공천 배경을 설명했다.

시간이 더 있었다면 이런 말도 했을 게다. 현재 대권 후보로 나섰거나 나설 잠룡들인 안희정도, 송영길도,문재인도,김두관도,손학규도... 시대적 상황과 정치현실은 다르지만 전략공천을 통해 정치에 입문했다고.
진흙 속에 묻혀있는 진주를 발견하고 키워서 광주에 진 빚을 갚겠다고, 이게 정치라고 말이다.

여기에 맞서 한때는 동지였다가 전략공천에 반발해서 당을 탈당한 무소속 강운태, 이용섭 후보는 얼토당토 없는 소리 하지마라며 “밀실야합 공천으로 광주 시민 정신을 짓밟은 안철수는 금남로에 엎드려 사죄하라”고 성명을 냈다.

이렇게 광주민심은 둘로 갈라졌다. 똘마니들의 정치적 폭거는 민주화 성지의 이미지를 일그러 뜨리고 말았다.

윤 후보는 논평을 내고 “올해 5·18는 허위와 폭력의 구름에 가려, 민주화 정신이 무참히 훼손된 부끄러운 하루였다”고 개탄하면서 광주시민의 민심을 호도하는 세력들로 '똘마니'를 꼽았다.새정치연합 광주시당에서도 ‘무소속 후보 지지자들’이라고 못 박았다.

‘정치적 테러’라고 지칭하는 속내에는 똘마니들의 명예롭지 못한 욕설과 폭력에 기반하고 있지만 그것만이 아니다. 그 속에는 정치적 이데올로기가 잔존하고 있다. 민주주의에 대한 가치와 철학은 차지해두고 자신과 이해관계가 맞아 떨어지면 동지이고, 그 반대가 되면 적으로 순식간에 변하는 정치적 현실 때문이다.

안철수가 윤 후보를 전략공천하자 등을 돌린 강-이 두 후보는 당시 광주시장 유력후보로 거론됐었다. 누가 보더라도 두 사람 가운데 한 사람이 당선 될 걸로 믿는 사람이 대다수였다.

두 사람은 일찌감치 선거전에 뛰어들었으니 초야에 묻혀있는 윤 후보와는 인지도면에서 차이가 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그런데 어찌하랴, 공천장을 도둑질 당했으니 당을 튀쳐나갈 수 밖에 없었을 게다.

하지만 두 사람은 사사건건 서로를 흠집내기에 바빴다. 마치 '남의 불행이 나의 행복'인 것 처럼, 4 년전에도 그렇게 싸워대더니 이번 리턴매치에서도 마찬가지 였다.

그러다가 강 시장의 관권개입 선거가 불거지면서 공무원들이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구속되는 첫 사례가 발생했다. 옛 민주당 시절 경선 승리용 권리당원 확보를 위해 일부 산하기관 및 단체 등을 동원하기도 했다.

특히 새정치연합이 경선을 하려다가 위화도 회군이라 불리는 U턴을 하자 구태정치라고 맞받아 쳤다. 따지고 보면 강 후보가 단초를 제공한 점도 없지 않다.

하지만 새정치연합이 민주적 절차의 정당성이나 시민의 선택권을 빼앗아 간, 안철수의 변명처럼 사전에 최소한의 양해마저 구하지 않은 점은 백번 잘못한 일이다. 여기에 대해선 토를 달고 싶지 않다.

그리고 강 후보는 일부 특정단체나 광주시에 손을 벌리고 있는 일부 시민사회단체들을 동원해서 반대 성명을 발표토록 한다. 한 술 더떠 공심위가 열리고 있는 광주시 당으로 몰려가서는 욕설을 퍼붓고 회의 자체를 무산시켰다. 일부는 당을 탈당했다.

민심을 자기편으로 끌어들이기 위해 별의별 수단과 방법을 다 써가며 퍼포먼스, 이벤트를 벌이고, 특별관리에 들어간 언론사로 하여금 이를 받아쓰도록 하는 것 까지는 그런대로 봐줄만 하다. 이해가 간다.

하지만 안철수가 통합신당 창당 이후 처음으로 광주에 왔을 때 똘마니들의 행동은 도를 넘어 지나치지 않았나 싶다. 새정치연합측의 주장대로 라면 17일 밤에 벌어진 사건은 선거방해죄와 감금죄에 해당되고 정치적 테러수준에 가깝다고 했다. 철저한 수사도 요청했다.

이쯤에서 광주시민들이 결코 간과해서는 안될 게 있다. 단순히 우발적이고 충동적인 게 아니고 조직적이고 계획적으로 이루어진 점 때문이다.특별한 관심이 없는 한 일반 시민들은 안철수 등 당 지도부의 하루 스케줄과 동선을 제대로 알지 못한다.

그러나 똘마니들은 미리 시간대를 알고 안철수가 가는 곳마다 미리 대기하거나 조를 달리한 채 끈질기게 따라 붙어다니며 광주를 부끄럽게 하는 행동을 서슴치 않았다.

강운태 후보의 말마따나 광주는 민주 인권 평화의 도시가 아닌가. 아무리 안철수가 전략공천을 해서 무소속 후보들에게 불리하게 작용했다고 하더라도 화풀이 치고는 너무 크게 나갔다는 지적이다.

손피켓을 들고 왜 광주가 ‘봉’이냐고 항의하면서 자신들의 불만을 표출할 수 가 있다. 그렇게 하는 게 안철수에게도 ‘광주는 여간 깐깐한 도시가 아니구나, 간을 봐선 안되겠구나’하고 속을 차리게 할 수 있다.

물론 무소속 후보들은 자신의 캠프 사람들이 아닌 일반시민들이 알아서, 그리고 과잉충성을 했다고 발뺌을 할 수도 있다. 사진 채증으로 잡힌 똘마니들의 면면을 보면 현재 무소속 후보를 지지하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여기에는 전략공천 반대성명에 나섰던 특정단체에 소속된 사람도 포함돼 있다. 선거에 관심있는 사람이라면 누가 봐도 알수가 있다.

따라서 무소속 후보들이 '전략공천이야 말로 민의를 대변하지 못했다'고 반발했다면, 반대로 광주시민들은 무소속 후보 똘마니들이 '마치 광주민심을 대변한 것처럼 아름답지 못한 행동'을 저지르는 것은 광주와 민주주의를 욕보였다고 주장할 수 있다.

안철수가 그리도 밉고, 정치적 폭거를 할 만큼의 열정이 있다면, 그 에너지로 선거운동에 쏟아부어 자신들이 미는 무소속 후보가 당선되도록 힘써야지 민주사회에서는 용납이 안되는 폭력을 행사하는 것은 결코 바람직하지 않다.

다시 말해 공식적으로 허용된 ‘투표’라는 제도적 장치를 통해 새정치연합을 반대하는 한표를 행사하고, 그래서 윤장현을 떨치고 안철수의 정치생명을 단축시키면 된다. 안철수의 말대로 ‘몇몇 사람이 주인이 되는 도시’로 전락해서는 안된다는 얘기다.

그런 점에서 지방선거를 2주 정도 앞두고, 그것도 5·18에 무소속 후보 똘마니들이 감행한 정치적 폭거는 절대로 용납해서는 안된다. 광주시장으로 누가 당선되느냐의 여부를 떠나, 민심의 향배를 떠나서 말이다.

광주의 미래는 무소속 후보 똘마니들이 만들어 가는 게 아니다. 말없이, 묵묵히 일상적인 삶을 살아가는 유권자들의 표심이 말해준다. 정치를 바꾸고 바꿀 수 있는 것이 선거이기에 그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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