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오 편집국장
[이뉴스투데이] 이명박 전 대통령은 규제를 ‘뽑아버려야 할 전봇대’라고 했다. 그러나 재임 5년간 전봇대를 뽑아내지 못했다는 평가를 받는다. 박근혜 대통령은 규제를 "암 덩어리" "쳐부숴야 할 원수" 등등 가시돋힌 격한 언사를 동원해 ‘손톱 밑 가시’로 규정하며 강한 규제개혁 의지를 드러냈다. 그리고 기업인들과 관계 장관 등 10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TV까지 생중계되는 ‘끝장토론’를 직접 주재했다. 정부 각 부처는 비상이 걸렸다. 앞다퉈 규제를 개혁 혹은 완화하겠다고 보도자료를 뿌리고 있다. 

행정편의만을 위한 혹은 시대에 뒤떨어진 불필요하고 과도한 규제를 개혁하는 것에 반대할 국민은 없다. 허나 기존 규제개혁에 대한 엄밀한 진단과 평가없이 모든 규제를 악으로 규정하는 마구잡이식, 기업들의 민원들어주기식 규제개혁은 본질에서 어긋나는 것이다. 건전한 사회, 시장경제체제를 만들고 규제개혁의 혜택이 전국민에게 돌아가는 올바른 방향으로의 규제개혁 추진이 시급하다.

규제는 모두 불필요한 아니다. ‘모든 규제를 악’으로 규정하는 인식과 접근은 규제개혁의 본질을 호도할 수 있으므로 바람직한 규제와 그렇지 않은 규제를 구별하는 것이 필요하다. 박 대통령이 규제개혁의 강한 의지를 과격한 형태로 표현하는 것 자체가 자칫 일반 국민들에게 '규제는 악'이라는 잘못된 인식을 전달하게 되며 이는 시장의 공평성과 효율성을 증진시키는 규제의 필요성을 부정하게 되는 결과를 낳게 된다. 따라서 바람직한 규제와 바람직하지 않은 규제를 명확히 구별되어야 것이 규제 개혁의 첫 걸음이 되어야 할 것이다.

거슬러 올라가 보자. 김영삼, 김대중, 노무현,이명박 대통령 시절에도 규제개혁 목소리는 높았다. 그러나 실패했다는 평을 듣는다. 이전 정부에서 진행된 규제개혁이 일자리 창출 등 경제성장에 실질적인 효과가 있었는지에 대한 면밀한 검토가 선행되어야 한다. 구체적이고 실질적인 규제개혁을 위해서는 과거 정부 규제개혁 정책에 대한 면밀한 평가가 전제되어야 하는데 이 부분을 간과하고 있어 과거 정부의 전철을 밟을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금할 수 없다.

과거 정부도 집권 초마다 규제개혁의 목소리를 높혔지만 실질적인 규제개혁을 이루지 못하며 실패를 반복했다. 따라서 박근혜 정부는 과거 사례를 타산지석으로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왜 과거 규제개혁이 성공적이지 못했다고 평가 받았는지, 규제개혁 자체 또는 규제를 줄이는 것 자체가 목적이지는 않았는지, 바람직한 규제와 바람직하지 못한 규제는 어떤 것들인지, 기존의 규제완화가 실제로 경제전반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에 대한 심도깊은 검토와 평가가 전제되어야 한다. 

지금처럼 일부 재벌 대기업, 수출기업을 위한 규제개혁 내지는 규제완화는 ‘낙수효과’의 부재로 인해 그 파급효과가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 따라서 정부는 규제개혁의 효과가 전국민과 경제전반으로 확산될 수 있도록 각별한 주의를 기울여야 한다. 이를 근거로 규제개혁의 내용과 세부내용을 정해야 규제개혁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규제개혁에 대한 의견을 기업들의 민원들어주기식 방식으로 진행할 경우 자칫 시장경제의 건전한 발전보다는 경제양극화를 더욱 가속시키는 결과가 초래될 수 있다. 이번 ‘끝장토론’에 참석한 기업 관계자들이 규제개혁을 빌미로 그간 기업들의 사익추구를 막기 위한 건전한 규제도 폐지시키려는 불순한 의도를 보였다는 지적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회의에 참석한 한 기업 관계자는 "300여명의 일자리를 창출할 수 있는 관광호텔이지만 학교 인근이라는 이유로 관할 구청의 사업 승인이 불투명하다"며 제도 개선을 호소했다. 그러나 유해시설인 관광호텔에 대해 일자리 창출이라는 명분으로 학생들의 쾌적한 학습권을 침해하면서까지 사업승인을 요구한다면 이는 규제개혁을 통해 기업의 부당한 사익추구 행태를 보장해 달라는 파렴치한 요구라 하지 않을 수 없다.

규제개혁이 만능이 아니다. 우리 경제의 구조와 질을 근본적으로 바꿀 수 있는 측면에서의 규제개혁 논의가 필요하다. 그러나 현재 정부가 진행하고 있는 규제개혁 논의는 마치 규제개혁을 하면 우리경제의 모든 문제가 해결될 수 있는 것처럼 진행되고 있다. 

금융부분을 보자. 주요 선진국의 규제 동향이 글로벌 금융위기 이후 탈규제(Deregulation)에서 재규제(Reregulation)로 선회하고 있다. 2008년 금융위기는 과도한 규제완화에서 초래된 측면이 크므로 선진 각국들은 서둘러 규제강화에 나서고 있다. 특히 금융산업과 금융회사의 규제강화에 대해서는 세계적인 공감대가 형성되어 있다. 

규제개혁도 궁극적으로 일자리창출, 지속적인 경제성장을 목표하고 있으므로 건전한 경제성장을 위해서는 현실적인 규제개혁도 필요하지만, 보다 근본적으로는 경제민주화, 금산분리 원칙의 강화, 기업지배구조 개선 등 경제성장의 동력, 기반 확충이 가능하도록 경제의 구조와 체질을 바꾸는 작업이 전제되어야 할 것이다. 

지금의 규제개혁도 정확하고 면밀한 진단을 바탕으로 옥석을 가려 국민들이 공감할 수 있는 방향으로 논의, 진행되어야 실질적인 규제개혁 효과를 이룰 수 있을 것이다. 

※ 여러분의 제보가 뉴스가 됩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소비자 고발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이메일 : webmaster@enewstoday.co.kr

카카오톡 : @이뉴스투데이

저작권자 © 이뉴스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