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오 편집국장     ©이뉴스투데이

박근혜 대통령은 취임 이후 세 번째 ‘무역투자진흥회의’를 9월 25일 청와대에서 주재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이날 회의에서 “투자를 넓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결국 규제 완화와 정책에 관한 신뢰라고 생각한다”며 “기업들이 돈은 있지만 마땅한 투자처를 찾지 못하고 있다”는 우려도 표명했다. 절반만 맞는 말이다. 지금 기업인들은 의욕이 없다. 대기업에 대한 과거 관행의 지나친 처벌, 각종 기업규제법안 추진 등으로 “기업할 기분이 나지 않는다”.

1969년 어느날 당시 박정희 대통령은 남덕우 재무부 장관을 청와대로 불러 두 손으로 빨래를 짜는 시늉을 하며 “기업들을 너무 몰아부치지 말고 여러 어려움이 있더라도 수출을 늘릴 수 있도록 대기업을 지원하는 길이 없겠느냐”고 당부했단다. 그 후 65년부터 청와대에서 주재하고 직접 수출을 챙기던 ‘월례 수출진흥회의’가 69년부터는 전경련,무역협회장단 등 100여명이 넘는 기업인들이 참여하는 수출진흥확대회의(무역진흥확대회의)로 진화해 총 150여 차례 개최됐다. 이를 바탕으로 64년 1억달러 수출을 돌파한 한국은 수출진흥회의가 시작된지 12년만인 77년 100억달러, 10여년만에 무려 100배의 성장을 이뤘다. 정책과 각 정부 부처의 뒷받침과 함께 지도자의 의지와 신바람을 나게 하는 분위기 조성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소중한 사례다. 이 회의는 80년대엔 명맥만 유지하다 86년 이후 중단됐고, 98년 외환위기 이후 부활, 노무현 이명박 정부에서 한두차례 시늉만 하는 데 그쳤다. 박근혜 정부는 무역투자진흥회의를 분기별로 정례화하겠다는 방침이다.

두손이 마주쳐야 소리가 나고, 두발이 맞아야 똑바로 갈 수 있다. 정부와 기업, 국민들의 손발이 맞아야 한다. 또 시쳇말로 아이들도 “잘한다”고 칭찬을 하면 더 잘하고, 어떤 실수,잘못도 용납하지 않고 합당치 않은 매질이나 지나친 꾸지람을 하면 자신감을 잃는다. 

지금 국세청의 세무조사나 검찰 수사를 받고 있는 대기업이 수십군데라고 한다. 또 기업하는 사람들이 죄인 취급을 받는 사회적 분위기가 확산되고 있다. 사정기관은 대기업과 기업인의 수십년전 잘못, 실수라도 캐내려고 노리고, 경제민주화라는 이름 아래 기업 현실과 동떨어진 과도한 규제법안과 정책들이 난무하며 기업들을 벼랑 끝으로 내몰고 있다 국회는 국정감사장에 수백여명의 기업인을 불러내 호통치고 윽박지른다. 무리한 '일감 몰아주기 과세‘ 국제 통상분쟁으로 비화될 수 있는 ’화학물질평가 및 등록에 관한 법률‘ 등 기업하기 어려운 쪽으로 판을 펼친다. 정치.사회적 압력에다 미래까지 불확실한 마당에 기업들은 투자를 미루고 발전계획을 짜지 못하는 것은 당연하다. 기업들의 국제경쟁력은 하루가 다르게 떨어지고 있다. 

특히 하루 하루 급변하는 국제경제 상황속에서 우리 기업들이 경제 논리가 아닌 정치적 상황에 발목이 잡혀 있다는 경제전문가들의 지적도 아픈 대목이다. 

그 사례중 하나가 15년전 벌어진 당시 ‘종합무역상사였던 효성물산의 IMF 부실 처리와 관련한 분식회계 의혹’ 문제다. 국세청이 현재 지적하는 사항들은 당시 우리나라 7대 종합무역상사들이 안고 있었던 공통적 문제였다. 물론 법적 책임 여부는 재판정에서 가려지겠지만 당시 국가경제적 상황, 수출기업들의 실상은 도외시하고 효성만을 타켓으로 삼았기에 “MB 사돈 기업 손보기“ “효성이 십자가를 메는 것 아니냐”는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정치적 보복’이라는 냉소적 여론속에서 기업 전체를 쑥대밭으로 만들고, 평생을 기업 발전을 통한 국가경제발전에 헌신한 기업인의 명예와 피땀을 한순간 허공에 날려버린다면 과연 누구에게 도움이 될까?

박근혜 정부 출범 8개월여가 되었음에도 “박근혜노믹스, 창조경제가 뭐냐?”는 질문에 청와대는 물론 경제분야 관료들, 새누리당 의원들 어느 누구도 딱 부러지게 답하는 사람이 없다. 또 대선 공약으로 내세웠던 ‘경제민주화’도 그 실체와 방향을 가늠할 수 없는 지경이다.

허나 한가지 분명한 것은 어떤 이름의 경제정책이더라도 그 목적은 국가경제 발전을 통해 부강한 나라를 만드는 것이다. 또 그같은 목표를 향해서 국민 모두, 대기업.중소기업 등 기업 모두가 더불어 함께 나아가야 하는 게 중요하다. 대기업은 ‘악’이고 중소기업은 ‘선’이라는 식의 인식과 법안, 정책으로는 국가 경제가 절음발이가 될 수 밖에 없다. 

50년전 박정희 대통령은 기업인들을 불러 호되게 꾸짖고 “국가에 헌신할 기회를 줄테니 함께 가자”고 힘을 불어넣었다. 그런 지도자의 리더십, 정책, 사회적 분위기가 오늘의 대한민국을 만들었다. 모 그룹 회장은 “지금까지 기업인으로서 성취감을 갖고 뛰었던 힘의 원천은 기업으로서 나라에 기여한다는 긍지와 자부심이었다”고 말한다. 

박근혜 대통령은 ‘제2 한강의 기적’을 이루자고 강조하고, ‘새마을 운동’을 다시 일으키자고 국민들에게 호소한다. 하지만 구호로만 되는 게 아니다. 국내외 경제 환경은 무한경쟁의 정글이다. ‘기업과 기업인이 앞장서서 다시 뛰는’ 분위기를 일으켜야 한다. 세무조사, 검찰조사, 국정조사에 불려가고, 정권이 바꾸었다고 십수년전 경영상 판단 실수와 잘못을 들춰내 침소봉대, 가혹한 처벌을 내리는 상황에서는 기업인들의 의욕을 기대할 수 없다. 억압된 분위기와 규제 위주 환경에서는 신바람이 날 수 없다. 미국 오바마 대통령의 과감한 규제 완화, 중국 시진핑 주석의 “기업 스스로 변하라”는 과거 용서, 성장 유도 리더십이 우리에게 필요한 까닭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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