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김용오 편집국장     ©이뉴스투데이

장면 하나. 박근혜 정부가 출범하기 전부터 증권가에는 “이번에는 어느 그룹이 타켓일까?”정권교체기마다 나오는 ‘재벌 손보기’ 시나리오가 떠돌았다. 이번 주인공은 효성그룹, 이유는 이명박 전 대통령의 사돈기업이라는 것. 그리고 몇 개월 동안 국세청은 효성그룹 오너일가 밥숟가락까지 뒤졌고 검찰이 바통을 이어받아 사실무근까지 침소봉대, 언론에 흘리고 있다는 얘기까지 나오고 있다.

장면 둘. 1997년 IMF외환위기 때 대기업들이 유동성 위기에 몰려 줄줄이 도산을 하는 등 풍비박산이 났다. 대우.쌍용.현대가 공중분해되고 SK 등은 대규모 자본잠식에 빠졌고 삼성과 LG도 그룹내 계열사 합병 등을 도모하면서 생존의 몸부림을 쳤다. 아침마다 대기업들이 쓰러진 뉴스가 조간신문 지면을 도배했다. 당시 대기업들의 부실처리 방식은 대우처럼 망하게 하는 것과 국민혈세인 공적자금을 투입하는 것 둘 중 하나였다. 그러나 당시 효성그룹은 부실을 국민에게 전가하지 않겠다고 선언하고 기업 스스로 벌어서 해결하겠다는 제3의 방법을 택하고 수많은 고통을 극복하고 결국 일어섰다.

작금 벌어지고 있는 효성그룹에 대한 국세청 특별세무조사에 이은 검찰 수사의 핵심은 이른바 ‘부외재산’ 즉, 탈세를 목적으로 재산을 해외로 빼돌렸다는 것. 곧 ‘부외재산’ 실체가 무엇이냐는 것이다. 

50여년 전 효성그룹은 출발부터 세계 최대 나일론 메이커를 목표했다. 회사 이름도 ‘동양나일론’으로 지었다. 이후 효성은 국가기간산업이며 첨단산업인 나일론 사업에서 독자적인 기술 확보와 우수한 품질을 바탕으로 증설을 거듭하여 70년대 중반부터 국내 1위 나일론 제조업체로 우뚝섰다.

이후 발전을 거듭, 90년대 초 세계 나일론 시장 5위라는 위치까지 올랐지만 확고한 정상을 차지하기 위해서는 원료인 ‘카프로락탐’의 안정적 공급이 필수였다. 그래서 당시 ‘동양나일론’은 세계시장으로의 도약을 위해 카프로락탐 시설의 증설을 원했고, 국내시장의 안주를 원하는 일부 기업들의 반대를 뚫고 나가고자 96년 한국카프로락탐 주주총회에서 모 기업과 무리하게 우호지분을 매입했던 일련의 과정이 문제의 발단이라는 설. 당시 공정위가 “한국카프로락탐에 대한 추가지분을 팔라”는 결정을 내렸고, 효성은 경영상 부득이하게 홍콩 SPC명의를 이용하게 된 것이 현재 문제의 ‘부외재산’의 실체라는 게 업계의 얘기다. 

그 주식이 2006년 효성이 해외부실을 자진신고하면서 부실자산으로 대손 처리되어, 현재 홍콩SPC가 보유했던 카프로락탐 주식 대금이 고의적 조세포탈로 억울한 누명을 받게 된 것으로 보인다. 가장 중요한 점은 홍콩 SPC에 현재 예치된 자금이 횡령이나 비자금이 아니라는 것이다.

재계에서 효성그룹은 ‘우직하다“고 말한다. ’한 눈 팔지 않는 기업‘으로 유명하다. 그같은 그룹문화는 창업자인 조홍제 회장과 아들인 현 조석래 회장으로 이어져 내려오는 ’애국애족 기업가 정신‘에서 오랜 세월 만들어져 왔다는 게 재계의 평이다. 

조홍제 창업주는 남들이 현직에서 은퇴하는 56세에 효성을 창업했다. 조선제분, 한국타이어, 대전피혁 등 파산 직전인 회사들은 인수해 모두 한국 산업계의 거목으로 발전시키고, 24시간 불이 꺼지지 않는다는 국내 민간기업 최초 중앙연구소를 중심으로 우리나라 화학섬유산업을 세계 최고로 성장시켰다. 당시 첨단 소재산업인 나일론 사업에 뛰어든 것도 “조국과 민족을 위해 필요한 일을 해야 한다”는 조 창업자의 신념이 바탕이었고, 현 조석래 회장 역시 선대회장의 기업가 정신을 그대로 이어받아 “국가경제에 기여하는 기업”을 강조하고, 어떤 경제 상황속에서도 국가와 국민에게 의지하거나 피해가 가는 경영을 하지 않은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전경련 회장도 역임했다. 그만큼 회사나 오너 개인 보다 먼저 나라와 경제 전체를 우선하는 기업철학으로 경영을 해왔다는 얘기다.

검찰의 수사가 아직 진행 중이지만 효성그룹이나 계열사, 조석래 회장과 일가들의 잘못과 실수는 있을 수 있다. 대기업 경영에서 법에 저촉되는 일도 생길 것이다. 또 경제적 논리로는 이해할 수 있지만 사회통념상 지적을 받을 수 있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사실 효성의 경우는 최근 국민의 지탄을 받고 있는 SK 최태원 회장 형제, CJ 이재현 회장의 경우 처럼 개인 재산을 키우려는 과정에서 발생한 횡령, 배임 혐의와는 다른 시각으로 봐야 한다. 효성은 오너 회장의 사적 횡령이나 배임, 비자금 조성 혐의 문제가 아니라 우리나라 수출 역군인 종합무역상사들의 경영상 관행이었던 상황속에서 다소 무리한 추진과 맞물렸던 당시 선택을 지금에 와서 비도덕적 행태로 매도할 수 있느냐는 경제계의 항변에도 타당성이 있다.

효성은 말한다. “덜 낸 세금이 있으면 더 내겠다”. 경제계에서는 “오래 전의 경영상 문제를 갖고 지금에 와서 글로벌 기업을 탈세기업으로 낙인 찍고 부도덕한 오너로 몰아가면 어떤 기업이 살아남고, 기업할 의욕이 생기겠는가”라고 반문한다.

“무엇이든 사업을 하면 기술과 품질을 바탕으로 1등이 되어야 한다”는 경영관과 “세계 1위의 나일론 업체가 되겠다”는 창업주와 조석래 회장의 꿈이 현재 스판텍스 세계 1위, 타이어공장 세계 1위 등 다양한 분야에서 성사됐다. 그동안 쌓인 섬유 분야 최고의 기술력은 효성을 글로벌 기업으로 불리우게 만들었다. 

어디든 응당 죄는 물어야 한다. 그러나 몇가지 잘못, 실수를 갖고 기업 역사와 노력, 기업인 전 생애를 망가뜨리거나 매도해서는 안된다. 누구든, 어디든 공과 과는 있다. 우리는 해방 이후 청와대 주인이 바뀔 때 마다 정치적 상황, 권력층의 이해 관계로 기업 전체, 기업인 전 생애를 비도덕하다고 매도하는 예를 숱하고 보아 왔다. 정치적 보복이라는 의혹에서 자유롭지 못한 경우도 많았다.

효성의 잘못이 있다면 확실한 사실만을 기초로 법적 책임을 가려야 한다. 그러나 기업과 기업인이 쌓은 국가경제적 공로와 성과를 전부 무너뜨리는 권한까지 사정당국이 갖고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국민들이 공과 과를 정확하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랬을 때 사정당국도 정치적 의혹과 오해에서 벗어나고 기업과 기업인, 수많은 근로자들도 흘린 피땀을 억울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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